의사들은 최근 속칭 ‘야매시술’ 등을 통해 불법 이물질을 주입했거나 지방이식·필러 시술이 과도하게 이뤄져 부작용을 겪은 의료소비자들을 이처럼 판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 악화로 한동안 폭발했던 성형 수요도 기세가 수그러드는 와중에도 ‘이물질 제거수술’에 대한 수요는 점증하고 있다.
재수술은 미용 목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시술이 과도하거나 잘못된 것을 교정하는 치료 목적의 성격이 짙다. 약 15년 전만 해도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등을 중심으로 ‘지인이 미용시술을 잘 한다’며 비의료인으로부터 액체 상태의 바셀린, 파라핀, 공업용 실리콘, 식물성오일,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허가받지 않은 약품 등을 주입받는 사례가 심심찮았다.
배원배 더멘토성형외과 원장은 “야매시술이 무서운 것은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아주 소량을 맞아 평생을 아무 탈 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20~30년 지난 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비전문가에 의해 불법 이물질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국소염증, 궤양, 주변 혈류 공급 차단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배용찬 부산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불법시술로 내원하는 환자는 의외로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면부 미용을 위해 불법시술을 받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음경확대술과 관련된 불법시술이 자주 문제가 된다”며 “음경확대를 목적으로 파라핀, 바세린, 스쿠알렌, 액체 실리콘 등 이물질을 주입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게 가장 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이물질은 액체 상태로 음경에 주입돼 귀두, 음낭, 심한 경우 허벅지까지 흘러내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불법시술을 받는 것은 간단한 반면 제거는 까다롭다. 불법 이물질은 정상조직과 경계가 불명확한 유착을 형성, 이를 제거하려면 불가피하게 정상조직에 손상을 입힐 수밖에 없다. 배 원장은 “시간이 지체될수록 정상조직과 분리해내기 어려워 수술이 까다로워진다”며 “피부조직을 제거하거나 심한 경우 피부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엔 최근 불법시술에 대한 경각심이 널리 퍼지고, 과거에 비해 병원 시술비용이 내려가면서 불법시술 환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의료소비자들은 확실한 시술결과와 안전한 환경을 갖춘 병원을 택하지 굳이 ‘야매시술’을 찾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정상적인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 의료진에게 시술받은 뒤에도 ‘이물질을 제거하고 싶다’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과도한 볼륨 증대 시술’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상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은 정품 약물로 시술받는다 해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액상 필러 자체도 자신의 신체조직이 아닌 만큼 엄밀히 따지면 이물질로 볼 수 있다. 액체 상태의 물질이 인체에 주입되면 반고체 형태로 굳어 정상조직을 둘러싸며 붙는다. 이때 인체는 자연적으로 방어기전을 작동시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배원배 원장은 “대체로 환자들은 염증과 조직 변형을 호소한다”며 “염증반응은 이물질이 들어간 부위가 붉어지거나 주변에 통증이 있는 증상이며, 조직변형은 말 그대로 중력으로 인해 이물질이 원래의 자리에서 점점 내려가거나 주위 조직의 긴장과 압박 등으로 인해 변형되거나 넓게 퍼져 원치 않는 형태로 자리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증반응은 실제로 시술 후 1주일 정도 이어지며, 시술 후 항생제 등 경구약물을 복용해 이를 누그러뜨린다. 만약 이런 현상들이 지속되거나 점점 악화되면 피부괴사, 출혈, 2차감염은 물론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이 시술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비전문가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시술하면 혈관이나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높고, 심한 경우 안면신경손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필러제 대신 자신의 지방조직을 주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성형외과에서 이물질을 제거할 때에는 약물요법, 흡입수술, 절개 후 직접 제거 등이 쓰인다. 상황에 따라 하나만 선택하거나 전부 시행돼야만 할 수도 있다. 불법 이물질을 포함해 필러나 지방이식이 과도하게 이뤄진 경우 최근에는 아큐스컬프를 활용한 비절개 이물질제거시술이 주로 쓰인다. 레이저로 과도한 필러나 지방조직을 녹여내 배출시키는 방식이다. 단 딱딱하게 덩어리진 경우엔 외과적 절개가 불가피하다.
이물질 제거수술은 어떤 방식이든 피부 속에 뒤엉켜있는 이물질을 하나하나 긁어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인 만큼 집도의의 해부학적 지식과 풍부한 임상경험이 관건이다.
다만 이전 상태로 완전하게 돌아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배원배 원장은 “1차 수술 후 상태에 따라 2차복원수술이 필요하고, 이물질과 주변조직의 유착이 심하거나 이미 2차 변형이 진행된 경우엔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지 못할 수 있다”며 “불법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엔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함몰된 부위를 채워주거나 재건하는 안면거상술, 얼굴지방흡입, 코성형 등을 병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