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기존 유방암 호르몬치료제에 경구용 항암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를 더한 병용요법은 ‘PALOMA’ 임상연구에서 호르몬수용체 양성(HR+)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함화학요법을 시작하는 시기를 2배 이상 지연시켰다”며 “입랜스 도입으로 서양에 비해 유방암 발병 연령이 비교적 젊은 국내 환자가 가정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신체·정서적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23일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H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1·2차 치료제인 입랜스의 국내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임상결과를 소개했다.
입랜스는 세포 분열·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의존성키나제(CDK)4/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다. 이번 허가로 입랜스는 폐경한 여성의 1차 내분비요법으로 레트로졸(letrozole)과 병용하거나,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여성에서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와 병용할 수 있게 됐다. 용법은 1일 1회 125㎎을 21일 연속 투여하고 이후 7일간 휴약한다.
전이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폐나 뼈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가 어려운 4기 단계다. 전이성 유방암치료제는 암의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게 치료 목표다. 조기에 진단받은 유방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0% 이상인데 전이성 유방암환자의 생존율은 22%에 불과하다. 1차 호르몬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95~98%는 약에 내성이 생기며, 2차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은 호르몬요법 대신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심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호르몬수용체 양성(ER+)/HER2- 전이성 유방암환자 165명에서 입랜스의 1차 병용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PALOMA-1’ 임상 2상 연구결과 입랜스·레트로졸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20.2개월로 레트로졸 단독투여군의 10.2개월보다 2배 가량 길었다. 임상 초기 질병 측정이 가능한 환자에 한해 종양축소 등 치료 이후 질병반응을 측정하는 객관적반응율(ORR)은 입랜스·레트로졸 병용군이 55%로 레트로졸 단독투여군의 39%보다 높았다.
동일한 조건에서 폐경후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 666명을 대상으로 한 ‘PALOMA-2’ 임상 3상 연구에선 입랜스·레트로졸 병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4.8개월, 레트로졸 단독투여군은 14.5개월로 확인됐다. 입랜스는 해당 환자군에서 PFS 중앙값 2년을 넘어선 최초의 치료제로 인정받았다.
또 폐경 전이나 후에 내분비요법으로 치료한 뒤 유방암이 진행된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 521명을 입랜스·풀베스트란트 병용군과 위약·풀베스트란트를 병용군으로 나눠 약효를 비교한 ‘PALOMA-3’ 임상 3상 연구결과 폐경 전 환자 중 입랜스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9.5개월로 위약 병용군 4.6개월 대비 2배 가량 길었다. 폐경 후 환자 중 입랜스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9.9개월로 위약 병용군 3.9개월에 비해 6개월 연장됐다.
임 교수는 “임상연구 결과 입랜스의 발열성 호중구감소증 발생률은 0%에 가까운 1% 미만으로 기존 항암치료의 약 20%보다 현격히 낮다”며 “이 부작용은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백혈구 수치만 떨어지는 것으로 입랜스 투여를 잠깐 중단하면 자연히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한국화이자 항암제사업부 의학부 이사는 “전체 유방암의 약 60%를 차지하는 HR+/HER2- 환자군은 지난 십수년간 1차치료제로서 아로마타제억제제(aromatase inhibitor, AI)나 항암화학요법 외 별다른 치료의 진전이 없던 상황”이라며 “입랜스가 증상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입랜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획기적치료제로 선정돼 우선심사 및 신속승인 절차를 거쳐 시판을 허가받았다. 입랜스·레트로졸 병용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유방암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치료경험이 없는 전이성 유방암환자에 1차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