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풍습이 많이 변했다지만 작업 환경은 여전하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김치 소를 다듬고 배추에 버무려 김치통에 김치를 넣는다. 이 과정에서 주부들은 배추나 완성된 김치를 들고 수십번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수십 포기가 넘는 김장을 하고 나면 온 몸이 결리고 허리가 저릿저릿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단순 통증에 그치지 않고 급성 허리디스크로 악화되기도 한다.
추운 날씨 탓에 허리근육과 인대가 긴장한 상태에서 장시간 김장을 하면 척추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척추는 수많은 근육과 뼈로 구성돼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척추와 추간판을 보호해야 할 근육이 경직돼 오히려 뼈와 신경조직에 부담을 줘 허리통증을 유발한다.
이희근 생생병원 척추센터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장시간 쪼그려 앉아 김치소를 배추에 버무리거나, 무거운 배추와 김치통을 들고 옮기는 동작은 급성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김장할 땐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근육을 이완시키고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목과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 스트레칭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허리디스크는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무리한 운동으로 추간판(디스크)이 뒤로 밀려나와 허리통증을 유발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허리에서 엉덩이 쪽으로 내려온다. 김장을 하는 중장년층 주부는 디스크와 연골의 퇴행이 시작되는 나이여서 더 주의해야 한다.
며칠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회복될 거라고 생각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해 질환 초기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견인치료와 도수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고 운동치료로 허리근력을 강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증상이 심할 땐 신경성형술, 내시경디스크성형술, 내시경수핵제거술 등 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중 내시경수핵제거술은 6㎜ 정도 최소절개한 뒤 디스크에 내시경을 삽입해 병변을 확인하면서 탈출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고주파를 이용해 디스크를 태워준다. 30분 정도면 시술을 마칠 수 있고 다음날 퇴원 가능하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이 원장은 “김장 후 급성 허리디스크 위험을 줄일려면 무거운 김치통을 옮길 때 허리 힘만으로 들어올리지 말고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김치통에 몸을 최대한 밀착시킨 뒤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며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김장을 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10분 정도 스트레칭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