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아닌 개인적 신체 특성 … X-레이 촬영 시 판독 어려워 초음파검진 병행하는 게 도움
한국 여성은 유방암 등을 예방하기 위해 가슴검진을 더 세심하게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 대부분은 유방조직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뭉친 ‘치밀유방’(dense breast)이어서 암 발견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는 지난해 유방 X-레이를 촬영한 여성 4만여명 중 42.2%에 달하는 1만7000명이 치밀유방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밀유방은 유방조직 중 유즙을 만들어내는 유선조직의 양은 많은 반면 지방조직은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를 말한다.
치밀유방은 질병이 아니며 개인별 신체 특성 차이일 뿐이다. 산모들 사이에서는 모유수유 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간혹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게 아닌가 걱정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엄마의 모유가 나오는 길인 유관이 제대로 뻗지 못하고 가늘고 꼬불꼬불 뭉쳐있다보니 젖이 시원하게 나오질 않을 수 있다”며 “실제로 치밀유방을 가진 산모는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신선한 모유를 제대로 수유하지 못하고 젖몸살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부드럽게 가슴을 마사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방암 판독 시에도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유방촬영검사를 시행했을 때 사진이 전반적으로 하얗게 나와 사진 판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촬영 후 X-레이 결과지에는 지방조직은 검게, 유방실질 부위는 하얗게 나오며 이들 대비를 통해 암을 진단하게 된다. 치밀유방은 정도에 따라 1~4단계까지 분류하며, 3단계 이상일 경우 유방의 절반 이상이 하얗게 나온다.
유방에 생기는 혹은 유선조직에 생기고 하얗게 보이는 만큼 결과지에 흰 부위가 많을수록 정확한 암 검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유방 치밀도가 높을수록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보고가 나왔다. 유방 속 치밀조직들은 지속적으로 뭉치거나 증식되며, 심한 경우 물혹·선종·종양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출산 후 일정 시점이 지나면 가슴검진을 주기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유방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X-레이 유방촬영술에서 보이지 않던 병변을 발견할 수 있다. 치밀유방 여성 약 0.3%는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은 뒤 새로운 유방암을 발견하기도 했다.
장정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영상진단장비가 발달하면서 검사자가 일일이 수동으로 유방 부위를 초음파 촬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유방에 균일한 압박을 가하는 ‘환자 친화적 자동유방초음파’ 방식이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유방초음파는 검사자가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암 조직 병변 부위를 놓칠 우려가 있었지만 자동유방초음파가 도입되면서 넓은 부위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게 돼 기존 문제점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양정현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유방내분비외과 교수)은 “유방 X-레이 촬영과 초음파진단은 상호보완적인 셈”이라며 “두가지 방법을 동원해 유방 혹을 면밀히 진단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성은 유방이 작고 치밀유방이 많다보니 두가지 검사를 병행해 진단하는 게 유효한 반면 서양 여성은 유방이 크고 지방이 많아 초음파보다 X-레이 촬영법이 더 선호된다”며 “한국은 40대 이상 여성에게 1~2년마다 X-레이 촬영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초음파검진은 3차원 영상을 구현할 수 있어 종양 특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표준화되고 일관성 있는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초음파검진에 건강보험급여 혜택이 적용되면서 향후 자동유방초음파를 받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일수록 가슴건강에 조금 더 신경쓸 필요가 있다. 양정현 의료원장은 “많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방암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큼 결국 유방암 위험인자를 제대로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규칙적인 운동, 체중관리, 양질의 식단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위험인자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 출산을 일찍하거나, 모유수유를 오래 이어가고, 피임약을 남용하지 않으며, 폐경 후 무분별한 호르몬제 투여를 제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