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엔 복합성분(일반파스)보다 소염진통 제품 효과적 … 제형·성분 따라 사용법 천차만별
갑자기 손목·발목이나 허리를 삐끗하거나 이유 없이 어깨가 결리면 만병통치약처럼 파스를 찾는다. 파스는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고 사용법도 편리해 무릎 등 관절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난다. 1959년 신신제약이 ‘신신파스’를 출시한 이후 제품 종류와 용도가 다양화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파스(PAS)’는 독일어인 파스타(Pasta)에서 유래된 것으로 독일에서 파스타는 음식명이 아니라 연고 또는 치약을 의미한다. 일본에서 이를 줄여 파스란 제품을 출시했다. 정식 명칭은 첩부제로 영어로는 ‘플라스타(plaster)’나 ‘카타플라스마(cataplasma, 습포제·찜질약)’로 부른다.
파스는 크게 소염진통제 성분 제품과 복합 성분 제품으로 나뉜다. 소염진통제 성분 파스는 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관절염치료제(DDS, Drug Delivery System, 약물전달체계)로 생각하면 쉽다. 대표 제품으로 ‘케토톱(한독)’, ‘케펜택(제일약품)’, ‘트라스트(SK케미칼)’ 등이 있다.
이승한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소염진통제 파스에는 주로 케토프로펜(ketoprofen)과 피록시캄(piroxicam) 성분이 함유돼 있으며 관절염으로 인한 염증과 통증을 완화한다”며 “퇴행성관절염·오십견 환자나, 만성 관절염 탓에 소염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위·장·간이 약해 약을 먹기 어려운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먹는 약은 온 몸에 영향을 주지만 파스는 붙이는 부위에만 작용해 위·장·간에 주는 부담이 없다. 75세 이상에서는 붙이는 소염진통제를 먼저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복합 성분 제품과 달리 소염진통제 성분만 들어 있는 열감이나 차가운 느낌은 덜한 대신 부작용 위험이 낮다.
복합 성분 제품은 소염진통제 파스와 달리 가벼운 타박상 통증, 삔 곳에 생긴 발열, 부종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한다. 일반적으로 자주 찾는 파스가 여기에 속한다. 크게 쿨파스와 핫파스로 나뉜다. 쿨파스는 캄파·박하유·치몰·멘톨 성분이 피부를 차갑게 식히고 혈관을 수축시켜 냉찜질 효과를 내 급성 통증과 부기를 완화한다. 타박상 같은 일시적인 염증 부위는 열이 발생하므로 냉감을 주는 파스가 적합하다.
핫파스는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도와 신경통·근육통 개선에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핫파스에 함유된 초산토코페롤(tocopherol acetate) 성분은 말초혈액순환을 활발히 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실리실산메틸(methyl salicylate) 성분은 염증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관절염 환자는 핫파스로 통증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통증이 경감된다.
쿨파스와 핫파스를 붙였을 때 뜨겁거나 차가운 느낌이 실제로는 위약(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보통 핫파스에는 캡사이신, 쿨파스에는 멘톨이 들어 있다. 캡사이신은 실제 열이 없는데도 뜨거운 감각(TRPV1 수용체)을 활성시켜 뜨거운 느낌을 준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더운 줄 알고 땀을 흘리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쿨파스에 들어 있는 멘톨은 피부에서 차가운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차가운 느낌이 뇌의 주의를 산만하게 해 통증 감각을 완화시킨다. 여러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핫파스나 쿨파스 모두 주변 부위의 혈관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핑요법 이론에 따르면 지지력과 탄성이 강한 테이프(파스)를 근육의 결에 따라 붙이면 테이프가 오그라들면서 피부가 위로 들리고 그 아래 피부와 근육 사이의 공간이 넓어져 혈액·림프액·조직액의 순환이 개선돼 근육 기능이 활성화되고 노폐물과 염증물질이 배출되면서 진통·소염 작용이 나타난다.
운동하다가 삐끗해 근육통이 있을 땐 진짜 얼음으로 냉찜질해주는 게 좋다. 얼음의 찬 기운은 혈관을 수축시켜 부기를 빼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된다. 부기가 가라앉은 뒤에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게 좋다.
파스는 원래 일반의약품이었지만 2012년 일부 제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면서 제품에 따라 약국 외에도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과 의약품간 성분이나 주의사항도 비슷하다. 예컨대 신신제약의 일반의약품인 ‘신신냉파프카타플라스마’와 의약외품인 ‘신신파프쿨카타플라스마’의 경우 효능·효과와 사용상 주의사항 등이 거의 유사하다.
파스도 약의 일종으로 무부분별하게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 2007년 미국 뉴욕에서 에리얼 뉴먼이라는 17세 육상선수가 전신에 바르는 파스제를 바르고 운동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르는 파스에 들어 있는 실리실산메틸 성분이 온몸으로 흡수돼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파스 속 약 성분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이 선수는 넓은 부위에 파스를 바르고 격렬한 운동을 한 게 화근이었다. 운동 중 체온이 올라가면서 약 성분이 피부에서 온몸으로 흡수돼 피해가 컸다.
파스를 사용할 때 약이 더 잘 흡수되게 하려고 파스 붙인 부위를 수건으로 덮거나 찜질하는 것은 위험하다. 과도하게 꽉 감거나 밀봉해도 부작용 위험이 증가한다. 파스를 붙였을 때 접착제 성분의 영향으로 피부에 알레르기 증상이나 접촉성피부염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품에 따라 사용시간이 달라 미리 사용설명서를 확인하고 사용하는 게 좋다. 24시간 또는 48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제품도 있지만 나머지는 12시간이 지나면 떼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목처럼 연약한 부위나 모발이 많은 부위에 부착한 경우 미온수로 적당히 불려 떼어내면 파스가 쉽게 떨어진다. 피부알레르기를 방지하려면 같은 자리에 연속적으로 파스를 붙이지 않아야 하고 가려움이나 발진이 나타날 땐 흐르는 찬물에 환부를 진정시킨다.
파스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의 보조적인 역할로만 사용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와 더불어 파스를 사용하면 통증을 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용하면 오히려 치료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특히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파스에만 의존할 경우 관절이 굳고 무릎 주변 근육이 약해져 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승한 교수는 “파스는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혀주는 보조적인 용도에 그친다”며 “퇴행성관절염처럼 연골이 닳는 등 구조적인 변형이 시작된 경우 파스만으로는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스는 성분이 같더라도 제형이 다양해 상황에 맞게 골라쓰는 게 바람직하다. 부착형은 피부에 붙은 상태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돼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피부가 민감하거나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스프레이형은 분사 즉시 약물이 피부에 흡수돼 약효가 빠르게 나타난다. 운동선수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 수시로 뿌리면 좋다. 하지만 파스를 사용한 후 눈이나 코 등을 비비면 파스 성분이 점막에 닿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피부로부터 10~20cm 떨어진 곳에서 3초 이내로 뿌려야 화상을 막을 수 있다.
로션·겔·크림형은 파스를 바를 때 통증 부위가 마사지되므로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옷·땀·물 등에 쉽게 지워지기 때문에 하루에 3~4회 발라야 약효를 볼 수 있다. 활동량이 적은 저녁 시간이나 옷에 가려지지 않는 손목·발목 등에 사용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