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 직원 김모 씨(34·여)는 매년 가을 환절기 헤어 스타일링 후 항상 ‘2%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옆머리가 지나치게 두상에 달라붙어 볼륨감 없이 축 처지고, 머리를 감고 말릴 때 유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난히 가을철에 머리가 빠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두피는 큰 일교차에 유수분 균형이 깨진데다가, 여름 내내 강한 자외선에 손상된 후 가벼운 탈모 전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외선이 모근에 도달하면 모세포와 모유두세포가 파괴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모발이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이같은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외선에 노출됐다고 바로 탈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모세포와 모유두세포가 파괴돼도 2개월은 머리에 붙어 있다가 이후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남성은 탈모에 영향을 주는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늘어나며 탈모를 겪기도 한다. 가을철에는 여름보다 일조량이 줄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 호르몬이 체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되면 모발 성장을 억제하고 머리가 빠지도록 작용한다.
임이석 원장은 “가벼운 계절성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금세 회복되지만 심할 경우 실제 진행 중인 탈모일 우려가 있어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며 “탈모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부터 대머리를 모두 포함하는데, 머리카락을 조금 손으로 잡아서 뽑았을 때 10가닥 이상 뽑힌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을철 머리카락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계란 섭취를 늘리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달걀 속에는 비타민B 복합체 중 하나로 탈모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비오틴’(비타민H)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오틴은 모발 구성에 필수적인 황화아미노산인 시스테인·메티오닌 등의 대사에 관여해 모발 생성 및 피부장벽 복구에 유효한 작용을 한다. 실제로 비오틴이 부족하면 모발에 악영향을 주며 머리카락이 푸석해지며 가늘어진다.
비오틴은 특히 노른자에 풍부하며 효과적으로 섭취하려면 익혀 먹을 것을 권한다. 익히지 않은 계란 흰자에는 단백질의 일종인 아비딘(avidin) 성분이 들어 있는데, 장내에서 비오틴 흡수를 방해한다. 계란을 익히면 아비딘이 불활성화 돼 비오틴 성분이 활발히 작용할 수 있다.
달콤한 음식, 고지방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이들 식품은 혈액 순환을 더디게 만들어 모근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어려워진다. 임 원장은 “식이요법은 탈모 예방효과를 볼 수 있지만 치료하거나 개선하지는 못한다”며 “이미 탈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게 만들기도 하는 만큼 맹신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가을철에는 되도록 왁스, 포마드 등 헤어스타일링 제품 사용을 자제하거나 최소량만 쓰는 게 좋다. 시간이 흐르면 제품 속 오일 성분이 산화되며 두피의 모공을 막아 각질을 유발할 수 있다. 최대한 두피에 스타일링 제품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왁스 등을 바른 날에는 밤에 머리를 감아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헤어스프레이, 컬을 고정하는 헤어에센스를 사용한 뒤 샴푸해야 한다.
샴푸는 1일 1회가 적절하다. 샴푸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두피에 피지를 부족하게 만들어 건조함을 유발할 수 있다. 되도록 하루의 일과를 마감한 저녁에 샴푸하고 충분히 건조한 뒤 잠자리에 들어야한다.
임이석 원장은 “탈모는 치료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나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만큼 자신의 상태를 함께 파악해 나갈 수 있는 피부 주치의를 찾는 게 도움이 된다”며 “경구 약물치료, 메조테라피, 헤어스케일링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 최소 1년 이상 장기간 시간을 들여 치료에 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치료를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진단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