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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한류, 어쩌다 레드오션됐나 … 저유가에 경쟁국 부상까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04 20:17:10
  • 수정 2016-10-06 18: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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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블화 폭락, 러시아·카자흐스탄 환자유치 타격 … 후발주자 일본, 헬스케어시장 영향력 확대

해외환자 유치는 의료기관들의 경영난 타개를 위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지만 최근 루블화 폭락, 오일쇼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사태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며 비상이 걸렸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30만명의 해외환자가 한국을 방문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축했지만 실제 진료현장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러시아 경제위기는 의료한류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로 서방세계가 경제 제재를 가하고,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 개발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흔들렸다. 내수시장 개선에 힘쓰지 않고 석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였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014년 11월 루블당 30원에서 현재 17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루블화 폭락은 국내 러시아 환자의 감소로 이어졌다. 화폐 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의료관광에 필요한 비용이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경우 러시아 환자가 30~40% 가량 줄었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정기검진이 필요한 환자는 계속 병원을 찾지만 건강검진, 암수술, 안과수술 등을 새로 진료 및 치료하는 환자는 눈에 띄게 줄었다”며 “환자 수가 아닌 진료수입을 기준으로 삼으면 6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환자는 해외환자를 유치해 온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다른 국가 환자에 비해 입원 및 치료기간이 긴 중증질환 환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환자 중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비율은 약 21%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6.8%), 카자흐스탄(22.9%)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입원 기간이 길고 고가의 치료제를 사용하는 중증질환 특성상 이들이 쓰는 진료비도 다른 국가 환자보다 많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평균 180만원 가량인데, 러시아 환자는 360만원이 넘는다. C 병원 국제진료센터 관계자는 “러시아 환자는 암, 관절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1인 진료비가 최고 1000만원을 웃도는 등 외국인 환자 중에서도 VIP급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비가 비싼 불임치료의 경우 외국인 환자 중 러시아인의 비율이 20.6%로 가장 많다.

C 병원 관계자는 “과거보다 전체 진료비 중 해외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수익 면에서 타격이 크다”며 “겉보기엔 한국을 찾는 해외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료비는 오히려 떨어지는 등 내실 면에서 빛좋은 개살구인 셈”라고 우려했다.

경제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카자흐스탄이나 몽골의 경우에도 경제불황으로 환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홍승욱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최근 개최된 ‘2016년도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및 한국의료 신뢰도 제고를 위한 사업설명회’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카자흐스탄, 몽골 등 상대적 저개발국가는 환율 변동 등 국제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방문 해외환자를 위한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 상태가 지속되면서 중동지역 환자 유치에도 비상이 걸렸다. 2014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하반기부터 급락해 지난 2월 26.21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최근 49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유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등 주요 산유국은 유가 폭락에 따른 재정적자로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등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중동국가의 경우 국가 재정으로 환자를 한국에 보내는 경우가 많아 저유가에 따른 경제위기는 곧바로 환자 송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중동국가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보내는 UAE는 1인당 진료비도 비싸 환자가 줄면 병원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K대학병원 관계자는 “한국과 환자송출 계약을 체결한 UAE의 경우 1인당 진료비가 1500만원 선으로 다른 국가의 5배 수준”이라며 “복지부 조사결과 지난해 국내를 찾은 UAE 환자는 2900명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같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 메르스 사태 때처럼 환자 송출이 중단될 수 있어 예의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등 의료관광 경쟁국의 부상도 악재로 꼽힌다. 일본은 한국보다 국제의료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우수한 기초의학 및 의료인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 의료관광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에 힘입어 정부가 관광 분야에 대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국제 헬스케어 분야에서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홍승원 팀장은 “약 80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시장 선점을 위한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제 정세에 흔들림 없이 한국의 의료관광 산업이 성장하려면 질 높은 융복합 의료관광상품과 VVIP 마케팅, 인센티브 지급 등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율 헤지(hedge)가 가능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환율 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국내 의료기관 찾을 수 있도록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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