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OPD시장 … 약물투여력·복용편의성 높인 흡입기 개발도 활발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는 1990년도에 질병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 6위였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가 2020년에는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세계 시장조사기관 GBI리서치는 2019년 COPD치료제 시장 규모를 2013년 113억달러(약 12조4700억원) 대비 38% 늘어난 156억달러(약 17조2100억원)로 추정했다. 국내 시장은 10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COPD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70~80%)으로 만성염증에 의한 폐·기도 손상으로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질환이다. 또 직업적 노출물질, 실내외 대기오염 등으로도 발병할 수 있다.
최근 국내 COPD시장에는 ICS(코르티코스테로이드, inhaled corticosteroids)/LABA(지속성 베타2작용제 long-acting β2-agonist) 복합제에 이어 LAMA(지속성 무스카린작용제, long-acting muscarinic antagonist)/LABA 복합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LAMA/LABA 복합제로는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노로 엘립타’(성분명 유메클리디늄+빌란테롤, umeclidinium+vilanterol)를 시작으로 한국노바티스의 ‘조터나 브리즈헬러’(성분명 글리코피로늄+인다카테롤, glycopyrronium+indacaterol), 대웅제약의 ‘듀어클리어 제뉴에어’(성분명 아클리디늄+포르모테롤, aclidinium+formoterol),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바헬바 레스피맷’(성분명 티오트로피움+올로다테롤, tiotropium+olodaterol)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이들 복합제는 중증의 COPD환자에 처방된다. 여러 임상결과 단일제로 단독치료하는 것보다 병용하거나 복합제로 치료할 때 폐기능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도가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제는 여러 단일제를 병용하는 것에 비해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높다.
흡입기도 복약순응도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다. COPD치료제 처방 시 환자가 사용하는 데 익숙한 흡입기도 중시하게 된다. 세계 및 국내 COPD 진료지침에서는 경구제가 아닌 흡입제를 1차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흡입제를 사용함으로써 질환 부위인 기도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고 스테로이드 성분의 전신흡수율은 줄여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COPD흡입제는 약효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지만 국내 환자들이 흡입제 사용에 익숙치 않은 경우가 많아 처방률이 선진국 대비 낮다”며 “다양한 흡입기가 나와 선택폭이 넓어지면 흡입제 처방·사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OPD치료제 시장은 약물과 함께 흡입기 개발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다른 질환에 비해 국내 제약사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흡입기 개발이 어려운 게 첫째 이유다.
GSK와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COPD·천식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흡입기 개발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중 한미약품이 유일하게 흡입기와 약물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해 ICS/LABA 복합형 천식치료제 ‘플루테롤’(성분명 플루티카손+살메테롤, fluticasone+salmeterol)을 출시한 상태다. 이 약은 GSK가 출시한 ‘세레타이드’의 제네릭이다.
GSK는 2000년 SABA(속효성 베타2작용제 short-acting β2-agonist) 단일제 ‘벤토린 에보할러’를 출시한 이후 COPD·천식치료제 분야에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ICS/LABA 복합제 ‘렐바 엘립타’(성분명 플루티카손+빌란테롤, fluticasone+vilanterol)와 ‘세레타이드 디스커스’(성분명 플루티카손+살메테롤, fluticasone+salmeterol), LAMA/LABA 복합제 ‘아노로 엘립타’, LAMA단일제 ‘인크루즈 엘립타’(성분명 유메클리디늄, umeclidinium) 등을 보유하고 있다. ICS/LABA 복합제 중 렐바는 COPD를, 세레타이드는 천식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
GSK는 다국적제약사 중 유일하게 국내에 ICS/LABA, LAMA/LABA, LAMA 세 가지 제제를 모두 선보인 회사로 COPD환자의 여러 증상에 따른 맞춤 처방을 제공하고 있다.
엘립타는 기존 건조분말흡입기(DPI)보다 사용법을 간소화한 DPI 디바이스로 GSK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COPD 환자 10명 중 9명이 기존 흡입기보다 엘립타가 편리하다고 답했다. 에보할러는 정량흡입기(MDI)다.
흡입기는 크게 약통을 누르면 일정량의 약물이 추진 가스·부형제와 함께 분무되는 정량흡입기(MDI, metered dose inhaler)와 약물 분말을 직접 들이마시는 분말흡입기(DPI, dry powder inhaler) 두 종류로 나뉜다.
MDI는 흡입보조기(spacer)를 활용하면 5세 이하 어린이도 사용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흡입기를 작동하는 동시에 흡입하기 어렵고 프레온가스(CFC) 등 추진 가스·부형제가 기도를 자극하거나 환경공해를 유발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사용 후 남은 량을 확인하기도 힘들다. 약물의 하부기도 도달률은 DPI가 20%로 MDI(10%)보다 2배 가량 높아 시장점유율은 DPI가 MDI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COPD시장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LAMA단일제 ‘스피리바 레스피맷’(성분명 티오트로피움, tiotropium), LAMA/LABA 복합제 바헬바 레스피맷 두 가지를 출시했다. 스피리바는 중등증·중증 COPD환자에 우선 권고되는 1차약제 중 하나로 국내에서 연간 매출 2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기존 DPI흡입기 ‘핸디헬러’보다 약물전달력을 향상시킨 소프트미스트흡입기(SMI) 레스피맷을 개발했다. 레스피맷은 약물이 천천히 이동하고 오래 지속되는 미세한 미스트 제형으로 폐 속 깊이 약물을 전달한다.
한국노바티스는 LABA 단일제 ‘온브리즈 브리즈헬러’(성분명 인다카테롤, indacaterol)와 LAMA/LABA 복합제 조터나 브리즈헬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터나 브리즈헬러를 출시하기 1년 전에 같은 성분의 ‘울티브로 브리즈헬러’를 선보였으나 이후 의약품명을 조터나로 변경했다. 조터나는 노바티스의 제네릭 제조·판매 계열사인 산도스가 의약품허가권을 갖고 있으며 한국노바티스와 유한양행이 공동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오리지널명인 울티브로로, 한국·터키·스페인 등에서는 조터나로 출시됐다. 브리즈헬러는 1회 복용량이 분말 형태로 내장된 DPI흡입기로 기도저항이 적은 게 특징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COPD분야 파이프라인으로 ICS/LABA 복합제 ‘심비코트 라피헬러’(성분명 부데소니드+포르모테롤, budesonide+formoterol)와 PDE4(포스포디에스터라제4, phosphodiesterase4)억제제 계열 경구용 염증치료제 ‘닥사스’(성분명 로플루밀라스트, roflumilast)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다케다제약으로부터 경구용 COPD 염증치료제 닥사스를 인수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DPI흡입기인 ‘터부헬러’보다 사용편의성을 높인 정량분무식흡입기(pMDI, pressurised metered dose inhaler) 라피헬러를 최근 선보였다. 라피헬러는 1회 용량이 자동 분무돼 정량 흡입이 가능하고 흡입력이 약한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잔여 용량을 쉽게 확인시켜주는 용량측정기가 장착됐다. 측정기는 색상 변화로 흡입기 교체 시기를 알려준다. 용량측정기의 화살표가 빨간색을 가리킬 때 교체하면 된다. 마우스피스 보호캡이 부착형으로 분실 우려가 적다.
대웅제약은 스페인 제약사 알미랄과 수입계약을 맺고 LAMA단일제 ‘에클리라 제뉴에어(성분명 아클리디늄, aclidinium)’, LAMA/LABA의 복합제 듀어클리어 제뉴에어를 국내 출시했다. 듀어클리어는 LAMA/LABA의 복합제 가운데 무호흡 증상을 개선하는 효능이 입증된 유일한 치료제다. 다만 약물 지속시간이 24시간으로 1일 1회 복용하는 다른 LABA, LAMA, LAMA/LABA 제제와 달리 지속시간이 12시간으로 짧아 1일 2회 사용해야 한다. 제뉴에어는 DPI흡입기다.
COPD 진료가이드라인 … 중증 환자, 증상이 심해지면 LABA 추가 병합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40세 이상 국내 성인 남녀의 COPD 유병률은 남자가 20.6%, 여자가 6.8%로 천식·폐렴·결핵만큼 흔히 발생한다.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고 나서야 증상을 자각해 COPD환자 중 내원해 치료받는 비율은 2.5%에 그친다.
COPD치료제 중 일부는 비슷한 호흡기질환인 천식 치료에도 사용되나 COPD와 천식은 발병원인에서 차이가 난다. 천식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백혈구 중 호산구성 염증질환으로 보통 아동기에 발생하며 저절로 호전되는 사례가 있다.
COPD는 흡연 등 독성물질에 노출돼 발생하는 호중구성 염증질환이다. 주로 40세 이상에서 보고되며 치료를 받더라도 수년에 걸쳐 병이 서서히 진행된다. 천식환자의 경우 X선으로 흉부를 찍은 결과가 정상인 반면 COPD환자는 폐가 과팽창돼 있다. 천식과 COPD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는 천식·COPD중복증후군(ACOS)로 진단된다.
COPD치료제는 필수 약제인 기관지확장제, 항염증 효과를 지닌 선택성 약제인 흡입용 스테로이드제(ICS) 및 PDE4(포스포디에스터라제4, phosphodiesterase)억제제로 구분된다.
기관지확장제는 약효 지속시간에 따라 4~6시간 작용한는 속효성(SA)과 12시간 또는 24시간 유지되는 지속성(LA)으로 나뉜다. 세부적인 작용 기전에 따라 베타2작용제(BA)와 무스카린작용제(MA)로 분류된다.
베타2작용제는 베타2 교감신경수용체를 자극해 기도평활근 세포 내 cAMP 농도를 증가시켜 기도평활근의 수축을 억제한다. 무스카린작용제는 평활근을 긴장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무스카린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한다.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으로 구강진균증, 목소리 쉼, 피부의 멍, 폐렴 등의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어 장기간 단독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PDE4억제제로는 경구용으로 닥사스가 유일하게 출시됐다. 이 약은 FEV1이 50% 미만이고 만성기관지염과 증상 악화를 경험한 환자에서 1차치료제로 추가된다.
대한결핵·호흡기학회는 COPD 증상이 위험한 정도를 3그룹으로 나눠 권고하는 치료제 종류를 달리했다. 가·나군은 1초간노력성호기량(FEV1)이 정상치의 60% 이상이며 지난해 악화 횟수가 1회 이하로 다군에 비해 증상이 덜 심한 그룹이다.
가군은 호흡곤란점수(mMRC)가 1점 이하 또는 삶의질평가점수(CAT) 10점 미만인 경증(輕症) 그룹이다. 나군은 mMRC점수가 2점 이상 또는 CAT점수가 10점 이상인 중등증(中等症) 그룹이다. 증상이 심한 다군은 FEV1이 60%미만이며 지난해 악화 횟수가 2회 이상인 환자들이 이에 속한다.
mMRC점수는 힘든 운동을 할 때만 숨이 찬 상태인 0점부터 숨이 너무 차서 집을 나설 수 없는 상황인 최대 4점으로 분류된다. CAT점수는 0~40점으로 채점되며 점수가 낮을수록 삶의 질이 우수하다.
경증의 가군 환자에는 흡입속효성기관지확장제 SABA 단일제를, 중등증의 나군에는 흡입지속성기관지확장제 LAMA 또는 LABA로 1차 치료를 한다. 나군 환자가 증상이 악화될 경우 LAMA/LABA 복합제를 처방할 수 있다. 중증의 다군 환자는 LAMA, LABA,ICS/LABA, LAMA/LABA 중 한 가지를 우선 처방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LABA를 추가로 병합한다. LAMA제제 중에서는 스피리바, 조터나, 에클리라가 나·다군 환자 치료 시 1차약제로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