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원인 없이 손이 떨리는 수전증(본태성 진전증) 환자는 행동이 제약돼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그동안 머리뼈를 열고 시행하는 뇌수술 치료법에 의존해왔지만 환자들의 부담이 컸다. 이런 가운데 장진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수전증 환자의 뇌에 초음파를 쏘아 뇌회로 일부를 차단하는 수술이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2일 발표했다.
고집적초음파수술은 1000여개의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뇌에서 손떨림 증상을 일으키는 부위 한 곳에 초음파를 집중해 일부 뇌 회로를 차단한다. 머리뼈를 여는 대신 자기공명촬영장치(MRI)을 통해 뇌 영상을 실시간으로 살피며 수술이 이뤄지므로 안전성이 높고 환자의 부담감이 적다.
수전증뿐만 아니라 삶의 질 장애요소까지 개선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장 교수팀은 원인 없는 수전증을 개선하기 위해 두개골을 여는 뇌수술이나 방사선을 쬐는 전통적 치료법에서 탈피해 초음파를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몰두해왔다. 또 한국·미국·캐나다·일본 등 4개국 11개 임상연구기관 석학들과 손을 잡고 이 분야 처음으로 고집적초음파수술(MRgFUS, Magnetic resonance-guided focused ultrasound surgery) 효과에 대한 공동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연구팀은 전세계 총 76명의 수전증 환자를 고집적초음파수술군(56명)과 위약치료군(20명)으로 구분한 뒤 1·3·6·12개월마다 떨림 정도를 임상적인 척도로 계량화한 CRST(Clinical Rating Scale for Tremor) 수치와 떨림에 의한 삶의 질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3개월 후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최대 32점까지 부여되는 CRST 검사에서 실험군은 고집적초음파수술 시행 전 27.7점을 보였지만 3개월 뒤에는 18.1점이 감소한 9.6점을 기록했다. 대조군은 16.0점에서 15.8점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실험군과 대조군의 평균 떨림 수치는 수술 3개월 뒤 평균 8.3점 차이를 보였다.
환자의 삶의 질이 유의미하게 개선됐고 출혈이나 감염 등 심각한 치료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36%의 환자에서 경도보행장애, 38%에서 가벼운 감각이상이 나타났지만 12개월 후 대부분 호전됐다.
장진우 교수는 “수전증은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질환으로 두개골을 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가 많았다”며 “초음파를 이용한 고집적초음파수술은 오차 없이 치료 가능하고 수술 다음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력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킨슨병 등 운동질환과 난치성 우울증·강박증 같은 정신질환에서도 유사한 치료법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으로 조만간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의학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