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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장수술 받기가 이렇게 어렵나 … 의사들, 소아외과 기피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8-31 18:42:16
  • 수정 2016-09-02 16: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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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30여명, 수도권 대학병원 집중 … 수술난이도 높고 성과내기 어려워 기피

주부 최모 씨(33)는 얼마 전 막 돌이 지난 아이의 탈장수술을 위해 인근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 탈장수술을 집도할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탈장수술이 이렇게 큰 수술이었나’라고 의아해하며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수술이 밀려 있어 2주 뒤에나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비록 화급을 다투지는 않지만 엄마의 심정은 혹여 수술이 늦어져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였다.

흔히 소아의 인체를 성인의 축소판 정도로 여겨 치료가 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는 성인과 신체적·생리적 특성이 완연히 다르다. 더욱이 한창 성장하는 시기여서 같은 질환이라도 치료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소아가 중증 선천성질환을 앓을 경우 전문적인 수술을 집도할 소아외과 전문의의 존재가 절실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현재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 수는 약 30여명 남짓으로 전체 소아(보통 만 15세까지 아동)가 700만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병원에 몰려 있고 그나마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제외하면 대학병원마다 교수 1명이 홀로 소아외과 진료 및 수술을 전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년 내내 혼자 응급콜을 받아야 하고 삶의 질이 매우 낮다.

또 절반이 넘는 소아외과 의사들이 다른 분야 진료에 나서는 등 근무상황도 열악하다. 부윤정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외과 교수가 최근 ‘제32회 대한소아외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외과 의사 중 4분의 1 가량이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진료실적 압박이나 경고 조치를 받았고, 5분의 1은 인사 혹은 행정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절반 이상이 진료실적 보충 또는 다른 진료과의 진료 지원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소아외과 전문의의 40% 가량은 각 병원에서 홀로 근무하고, 약 20%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소아외과는 선천성 기형부터 만 18세까지 인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과적 질환을 다룬다. 연령에 의해 구분이 되는 유일한 분과로 한두 가지 장기나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다. 진료영역은 서혜부 탈장을 비롯해 갓 태어난 신생아의 장이 막히거나 꼬이는 질환, 항문이 없거나 직장 또는 대장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선천성질환 등을 치료한다. 이밖에 소아에서 생기는 각종 종양, 간담도질환, 영유아에서 흔한 장중첩증이나 충수돌기염,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의 신생아괴사성장염 등 진료영역이 광범위하다.

소아외과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수술은 소아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이다. 탈장은 항문으로 장이 튀어나오는 것을 포함해 배꼽으로 장이 튀어나오거나, 이전에 수술했던 절개선 부위로 장이 튀어나오는 등 정상적이지 않게 장기가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소아탈장은 서혜부 탈장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아외과 전문의들은 아이의 신체는 신체적·생리적으로 성인과 전혀 다른데다 스스로 증상을 표현하기 어려워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생아의 심장과 신체의 혈액순환은 성인과 다르게 심박수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수술 중 심장박동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서맥 등 발생하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또 성인에 비해 체표면적이 넓고 보온 체계가 미숙해 저체온에 민감하고 결과적으로 성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전문 의료인의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소아외과 전문의 부족은 높은 진료 및 수술난이도도 한몫한다. 소아외과 질병은 중증도가 높지만 빈도가 낮거나, 반대로 중증도는 낮지만 빈도는 높은 질병으로 양극화돼 있다. 이에 따라 수준급 소아외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다른 외과 분과보다 오래 걸린다. 한 소아외과 전문의는 “소아외과 전문의는 어린이 환자와의 소통능력이 필요하고 수술결과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확인돼 당장의 성과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며 “나이가 50대나 돼야 어떤 환자가 와도 겁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소아외과 분야 전문가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소아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외과나 비뇨기과 전문의가 탈장수술을 대신하고 있다. 물론 의사 개인의 수술 건수가 많고 술기가 섬세할수록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낮아지지만, 성인의 관점에서 거친 술기로 수술하다보면 자칫 의외의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도 존재한다.

저출산에 따른 환자 감소도 문제 중 하나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이 개원한 1985년의 출생아는 6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40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 소아외과 전문의는 “소아외과의 개업 곤란, 병원 내 투자 저조, 병원 내 타 분과와의 연봉 차이, 소아외과 의사 감소 등으로 이 분야가 퇴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가 인상 후 만성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흉부외과처럼 소아외과 영역도 적절한 수가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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