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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질 권리’ 주장한 미용성형 대부, 이보 삐땅기가 남긴 것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8-22 11:27:48
  • 수정 2016-08-25 14: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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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클래스 유명인·왕족 수술하며 부 축적 … 3년마다 1500명씩 빈민층 무료수술로 사회환원

성형수술의 대부인 브라질의 이보 삐땅기(Ivo Pitanguy)가 리우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에 참여한 다음날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성화 봉송은 스타의사의 마지막 스포트라이트가 됐다. 고인은 지난해 9월 신장질환을 진단받은 뒤 투석생활을 해왔다.
 
그는 세계적인 성형외과 전문의로 뉴욕매거진은 ‘성형수술의 왕’, 독일 잡지 슈피겔은 ‘미켈란젤로의 메스를 든 의사’로 표현할 정도로 저명한 의사였다. 그의 사망 후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성명을 발표해 “삐땅기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데 헌신했으며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성형수술의 철학자’로도 불린 삐땅기는 “성형수술은 정신적인 치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젊었을 때 열심히 아름다움을 만들어왔으며 이후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타이트하게 올라붙은 브라질 여성의 아름다운 힙라인을 구현한 ‘브라질리언 힙업성형’, ‘삐땅기 코’라 불리는 코성형, 가슴확대수술, 페이스리프팅 등 다양한 수술법을 개척해낸 ‘천재의사’로 불렸다. 그는 외모는 분명 감정적인 웰빙(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에고(ego)를 가지면 수술이 필요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천재적인 아이디어에는 항상 논란이 뒤따랐다. 비평가들은 그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권하며 ‘성형왕국’을 만들어왔고 ‘마케팅 계략’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반면 지지자들은 자신의 환자가 낮은 자기 존중감과 다른 심리적 질병을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많은 논란에도 성형외과 시술은 급성장하는 글로벌산업으로 부상했으며 결국 삐땅기 등 의사들의 노력으로 브라질은 2년 전 미용성형의 세계적인 리더로 미국에 근접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 조사 결과 2015년에 시술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수술과 비수술 건수가 각각 140만건, 260만건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은 수술과 비수술 건수가 각각 120만건, 110만건으로 2위 차지, 뒤이어 시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국가는 한국이었다. 브라질은 인구 1인당 성형외과 의사 수가 세계 어느 곳보다 많다.
 
삐땅기는 할리우드 최상급 연예인들과 유럽의 왕족들이 줄지어 예약할 만큼 ‘탑 성형외과 의사’였다. 그는 개인 섬을 구입할 정도로 부를 축적했으며 헬리콥터 통근, 럭셔리한 요트, 아낌없는 자선행사 등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이탈리안 배우 소피아 로렌 등 내로라 하는 거물급 연예인들도 그를 찾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갈비뼈를 떼어 내 허리를 가늘게 만들었고, 이탈리안 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도 이후 ‘삐땅기 코’로 알려진 코를 갖게 된다. 화려하기 그지없던 이란의 마지막 왕인 팔레비의 세번째 아내 파라 디바도 삐땅기의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3년마다 한번씩 선착순 1500명에게 무료로 성형수술을 해주는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적 실천을 해왔다. 3년마다 1500명으로 정한 건 부자와 유명인을 유료로 수술하면서 틈틈이 무료로 시술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주 일요일엔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촌을 들러 성형외과 분야는 물론 다른 과목까지 무료로 진료했다.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성화를 봉송할 만한’ 인물이었으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브라질 사람들에게 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삐땅기는 그의 미용시술보다 이같은 선행의 실천으로, 또 아름다움이 정신적 웰빙에 기여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견지한 것으로 추앙받아야 한다는 평가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한 그는 어렸을 땐 미술과 문학에 관심을 보였지만 의사인 아버지가 수술하는 모습을 보고 진로를 재설정하게 됐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같은 해변에는 예쁜여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여자도 많은데 예쁜 여자나 못생긴 여자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성형외과 의사가 됐다”고 말한 일화도 있다.
 
삐땅기는 1940년 학생 때부터 성형외과학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민간인과 군인을 치료하며 다양한 재건 경험을 쌓은 게 시작이었다. 이를 거쳐 실제로 성형외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다.
 
그는 재난 희생자들을 무료로 치료하는 등의 선행으로 이름을 얻었다. 특히 1961년 503명이 사망한 리우데자이네루주 니테로이시의 대형 화재 땐 화상으로 얼굴을 다친 이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최근까지도 사고로 성형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며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1976년 독일 그랑프리에서 오스트리아 F1 선수 니키 라우다가 사고로 얼굴이 망가지자 삐땅기가 복원수술을 집도했다. 1978년 미국 여배우 마리사 베렌슨이 리우에서 촬영하는 동안 교통사고로 얼굴이 다쳐 삐땅기가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베렌슨은 “그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라며 작년 삐땅기가 콩팥 문제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하기도 했다.
 
현재 그의 다섯 자녀는 외과의로서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으며 한국에도 그의 이름을 딴 성형외과가 여러 곳 있다. 삐땅기는 항상 “브라질 성형외과 의사들은 언제 어디서든 흰 옷만 입는다”며 “돌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굳이 애써 의사를 찾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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