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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된 경유차 … 매연 속 질소산화물, 심장질환 유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7-11 11:50:25
  • 수정 2016-07-14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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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유차 20종 중 18종, 기준치 6배 초과 … 이산화질소 0.01ppm 증가시 심근경색 사망 10%↑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사건도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경유차가 유해물질 배출 주범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에서 1년에 약 1090만613t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됐으며, 이 중 26%가 경유차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비·농기계·선박 등에서 23%, 공장 등 제조업체에서 16%, 석탄발전소 등 에너지산업에서도 16%가 각각 배출됐다.

그동안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단지 연비가 높다는 이유로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과대 평가하고 보급을 확대해왔다. 캠핑 등 아웃도어 레저가 활성화된 시기아 맞물린다.

이런 정책 기조 아래 휘발유보다 세금을 적게 물리고 경유택시를 매년 1만대씩 보급하는 등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펼쳤다. 정부의 편협한 시각 탓에 경유차는 2005년 565만대에서 지난 3월 말 878만대로 늘었다. 특히 2015년 신규등록 승용차 중 경유차가 44.7%를 차지하며 전년의 38.6%에서 6.1%p 증가했다.

수입브랜드 중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차는 경유차의 비중이 특히 높다. 가솔린 차량 중심이었던 현대·기아차도 지난해부터 기존 라인에 디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에 신형 아반떼 디젤모델을 출시했으며 고급 차량인 제네시스도 디젤 엔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경유차의 배기가스엔 대표적인 인체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환경부가 국내에서 유통 중인 경유차 20개 차종의 배기가스를 조사한 결과 18개 차종에서 실내인증 기준치(0.08g/㎞)의 6배 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휘발유차의 질소산화물 배출 비율이 높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경유차에 의한 배출이 훨씬 높다. 배기가스 분진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입자상물질(PM, Particulate Matter)·아세트알데히드·포름알데히드·다이옥신·벤젠·비소·니켈·카드뮴 등은 폐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국산차 중에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1㎞당 1.36g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가장 많았고, 쌍용자동차의 ‘티볼리’가 1㎞당 0.86g로 2위를 기록했다. 외제차 중에서는 닛산의 ‘캐시카이’가 1㎞당 1.66g로 기준치보다 20.8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 차에서는 실내외 배출가스재순환장치가 고온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배출가스재순환장치는 주행 중에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2010년 이후 제작된 경유차에 주로 장착된다.

질소산화물(NOx)은 질소(N)가 산소(O)와 만나산화된 물질로 기체 상태로 존재하며 자동차 내연기관처럼 고온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한다. 초미세먼지, 오존(O₃)과 함께 최근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3대 대기오염 물질’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을 만큼 독성이 강하며 기관지염, 천식, 폐수종 등을 일으킨다. 인체 유해물질로 잘 알려진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2)도 질소산화물의 일종이다. 
이산화질소는 다른 오염물질인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생성을 돕고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사람이 흡입할 경우 기도를 자극해 눈과 목에 악영향을 끼치고 심할 경우 두통, 구역질, 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

배기가스 속 유해물질은 심장질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지난 9년간 심근경색 환자 3만78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이산화질소가 0.01ppm만 증가해도 심근경색으로 30일 안에 사망할 확률이 10% 증가했다. 과거 심근경색을 앓은 경우 최대 21%까지 사망률이 높아졌다.
심근경색은 심장과 연결된 혈관이 막혀 생긴다. 배기가스 속 유해물질은 전신염증, 혈관수축, 스트레스호르몬 증가 등에 영향을 미쳐 혈전 형성을 초래하고 심장혈관이 좁아지게 만들 수 있다.

국내 기형아 출산이 늘고 있는 것도 대기오염 물질과 연관된다. 임종한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이 2009∼2010년 국내 7대 도시에서 출생한 40만3250명을 분석한 결과 인구 1만명당 548.3명(남 306.8명, 여 241.5명)이 기형아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생아 100명 기준 5.5명이 기형을 갖고 태어난 셈이다. 16년 전인 1993∼1994년에 태어난 기형아가 100명당 3.7명(1만명당 368.3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선천성 기형 종류는 심장이상 등 순환기계질환이 1만명당 180.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비뇨생식기질환(130.1명명), 근골격계이상(105.7명), 소화기계이상(24.7명), 중추신경계이상(15.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임 교수는 “심방중격결손증, 심실중격결손증, 동맥관개존증 등 선천성 심장기형은 대기오염물질과 비스페놀A 및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이산화질소가 성장기 어린이의 지능 발달을 늦춘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국내 대기환경 수준은 이미 세계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해마다 봄철에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전 국민이 홍역을 치른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공기질 부문에서 세계 180개국 중 최하위권인 173위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174위, 이산화질소 노출 정도는 꼴찌였다.
국내 대기규제 정책은 대기환경보전법으로 대기오염물질 61종, 특정대기유해물질 35종을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 내부적으로 관리하는 우선관리물질은 48종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법으로 규정한 유해대기오염물질이 187종에 달한다. 국내에서 대기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것을 말해준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값을 갑작스럽게 인상할 경우 영세사업자나 운수업 종사자의 타격이 클 수 있어 유류보조금이나 바우처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노후 경유차의 조기폐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미부착에 대한 강력 단속, 매연 발생 차량의 도심 진입 규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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