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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삼성제약 ‘식중독균 항생제’, ‘늑장대응’한 식약처도 책임져야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4-22 11:31:15
  • 수정 2016-04-29 09: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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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MP인증 공장서 무균시험도 통과했지만 결점 투성이 … 신고접수 후 5일간 안전조치 없어

세균으로부터 환자의 건강을 지켜야할 항생제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됐다. 지난 19일 저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성제약이 제조한 페니실린계 주사제 ‘박시린주 1.5g’ 등 무균시험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개 품목을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출된 균은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로 삼성제약에 제조를 위탁한 대웅제약이 ‘설바실린주 750㎎’ 등에 대해 미국 수출 기준 약품평가시험을 진행하던 중 처음 발견됐다. 삼성제약은 지난 7일 이 사실을 전달받아 14일 식약처에 자진 신고했다. 

국내판매 허가를 위한 무균시험을 통과한 제품으로 이미 2만여 바이알이 환자에게 접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의약품제조·품질관리의 우수성(GMP)을 인증받은 삼성제약의 화성공장에서 제조됐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안전관리는 이번 사후조치에서도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 14일 신고가 접수된 이후 정확한 사실 확인 및 대응책 마련을 이유로 5일이 지나서야 이 회사 화성공장에서 제조된 항생제 생산·출하 중지 처분 등을 공식 발표했다.

의·약사에게 다른 대체 치료제로 전환하고 제품 회수에 협조를 요청하는 안정성 서한도 19일에서야 배포했다. 그 사이 일부 환자는 식중독균에 오염된 항생제 주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발 빠르게 대처했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식약처는 이 항생제가 분말 형태라 식중독균 오염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어 분말 제형이라도 항생력이 있어 제품의 유통과정에서 이 균이 증식했을 확률은 적다며 불안한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전문의 대부분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바실루스 세레우스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직접 주사로 투여됐을 경우 신체 여러 곳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어 상황을 주의해 지켜 봐야한다.

식약처는 현재 무균시험에서 부적합 결과가 나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 공장에서 생산 및 유통되는 모든 제품을 수거·검사 중이다. 시설 문제로 인해 오염이 발생했다면 이 공장의 GMP인증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삼성제약에 국한시킬 게 아니라 당국도 피해입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정부기관의 책임은 삼성제약 못잖게 크다. 제약회사·병원·약국 등을 총괄 관리하며 의약품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선 아직까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이와 비슷하지만 더 위험한 문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전문제는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일조했다. 생명을 담보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의 행정처리 시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보다 크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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