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제약·화학회사 머크(MERCK)는 최근 미국MSD(Merck Sharp & Dohme Corp)와 ‘MERCK’ 상호를 두고 3년 가까이 소송을 벌인 끝에 영국법원으로부터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머크는 MSD와 1955년 작성하고 1970년에 개정한 합의서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MERCK’ 상호를 단독으로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
영국고등법원은 최근 MSD가 영국 내 온라인와 오프라인에서 MERCK 상표 또는 상호만을 단독 사용해 두 회사의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MSD는 영국 소재의 인쇄물과 전자매체를 통해 ‘MERCK’ 상호를 단독 사용하고, 영국과 연결된 글로벌 웹사이트에서 브랜딩의 일부로 차용했다. 법원은 이같은 MSD의 활동이 머크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프리데리케 로취 머크 고문 변호사는 “우리의 목적은 기존 합의서에 규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MSD가 머크의 상호와 브랜드인 MERCK를 머크 관할 지역에서 사용한 것은 합의서에 벗어났다는 우리의 주장이 확인돼 기쁘다”고 밝혔다.
머크와 MSD는 본래 하나의 회사였다. 1668년 독일 슈바인푸르트 출신 약사였던 프리드리히 야곱 머크(Friedrich Jacob Merck)가 지역 제약사였던 엥겔 파르마스(Engel pharmacy)를 사들여 만든 회사다. 이후 1816년 하인리히 엠마뉴엘 머크(Heinrich Emanuel Merck)가 인수해 오늘날까지 가족 소유 기업으로 남아 있다. 하인리히는 1827년 순수 형태의 염기성 유기화합물 알카로이드(alkaloid, 식물염기)를 개발하며 회사의 기초를 다졌다. 아들들이 사업을 이어받아 기초 의약물질을 생산하고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이 패전하자 1891년 설립된 미국 법인 Merck & Co는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됐다. 두 회사는 운영체가 달랐지만 1955년 합의서를 작성할 때까지 같은 회사명을 사용했다. 합의서에는 북미지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머크는 ‘MERCK’ 상호를 단독 사용하며, 미국 Merck & Co는 MSD라는 브랜드로 활동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국내에서는 독일계 머크 주식회사(Merck Limited Korea)는 머크, 미국계 MSD는 한국MSD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