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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의료일원화 실현 가능성은 … 의협 주도, 내부반발 거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2-23 18:59:45
  • 수정 2021-06-14 17: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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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협 토론회 후 전의총 등 반대입장 밝혀 … 한의계 “의사들 직능이기주의 근거한 정략적 수단”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사진)는 지난달 24일 의료일원화 정책토론회를 갖고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의료계 내외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와 한의사들의 갈등이 의료일원화 논란으로 번지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료일원화 추진의 적절성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 간 의견충돌이 생기면서 의료일원화의 시행 가능성은 더욱 묘연해지고 있다.


최근 X-레이, 레이저기기 사용을 두고 두 직군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의료계는 일원화된 의학의 줄기에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법적 제도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현재처럼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불법 의료행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료일원화는 의사와 한의사간 감정 싸움이 격해질 때마다 등장했던 이슈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나눠진 현행 의료체계를 하나로 합치기 위해 학제와 면허를 통합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계는 한의학 중 과학적 근거가 입증된 부분을 현대의학의 한 범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의료의 범위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한의계는 기본적으로 ‘한의학’의 근간을 인정하지 않는 흡수통합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학과 한의학은 각각의 영역에서 장단점이 존재하는 점에 착안, 의료일원화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면허 통합을 의미하는 의료일원화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 왔다.


최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 이슈로 의료일원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재차 커지면서 의협과 대한의학회는 지난달 24일 정책토론회를 개최, 여론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의료계 내·외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의계와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토론회를 강행한 게 원인이었다. 이 토론회에서 의협은 의료일원화 방안으로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의사와 한의사 면허도 통합하되 기존 면허자는 현재 면허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5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면허통합 관련 내용에서 회원들의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면허통합은 교육과정 통합 후 통합면허(단일면허) 의사제가 시행될 경우 기존 한의사가 원하면 일정 교육 후 의사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개원의는 “한의사에게 의사와 동일한 자격증을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데 보수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준다면 ‘한의대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현대의료기기를 써도 된다’는 한의계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사회 관계자는 “의료를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의료일원화를 반대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전남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회도 일제히 의협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일원화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의계도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추무진 의협 회장이 공청회 마무리 발언에서 ‘의료일원화의 목표는 한의사를 없애는 것’, ‘의료일원화가 되면 한의사가 없어진다’ 등 발언을 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발언이 현재 의협의 입장이라면 의료통합 문제를 국민을 위해 고민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만 삼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료계 내외부의 반발이 거세자 의협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청회를 개최해 상황의 반전을 꾀했지만 한번 증폭된 갈등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추 회장은 이날 “의협 집행부는 의료일원화 방안으로 교육일원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의학교육이 일원화된다면 한의대는 없어지고, 한의사들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번 토론회에서 문제가 됐던 면허제도에 대해서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의료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의사면허시험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게 집행부의 명확한 의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협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료일원화와 관련한 의사들의 불만은 추무진 의협 회장에 대한 의료계 단체들의 탄핵서명 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미래를 생각하는 소아청소년과의사모임은 추무진 의협회장이 회원 의사에 반하는 의료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온라인 탄핵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의료일원화가 이뤄지면 가장 타격이 큰 진료과목이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으로 꼽힌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도 “부적절한 의료일원화 논의를 꺼내 추진 중인 추무진 의협회장의 잘못된 결정에 분명히 반대하며, 의협 대의원회에 추무진 의협회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국민들이 일반 병원과 한방의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또 중복의료 이용으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공공보건사업의 이분화로 사업비도 낭비된다. 의사와 한의사 등 관련 당사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적 혼란이 온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료일원화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직군간 감정 싸움만 악화될 수 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의협은 전 회원 대상 투표를 실시해서라도 한방에 대한 인식조사, 의료일원화에 대한 이론 정리 등 의료계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료일원화를 추진할 경우 또다른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복지부동’식 미온적인 대응이 의료일원화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의협과 한의협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최근 △의료일원화 및 의료통합 2030년 완수 △복지부 산하 의료일원화 기구 신설 △의료·한방의료간 교차진료 단계적 확대 등을 담은 중재안을 양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의협과 한의협이 곧바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복지부만 머쓱한 상황이 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일원화 사태가 의사와 한의사간 다툼에 그치지 않고 의료계 내부갈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책을 내놓았다가는 사태가 걷잡을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복지부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일원화를 둘러싼 직능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먼 산 바라보는 듯한’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키울 뿐이다. 의료인들이 진료 및 치료행위에 전념하지 않고 이익다툼에만 집중하다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복지부는 중재안을 전달하는 방식의 미온적 대응에 그칠 게 아니라 양측의 수장 또는 전문가를 소집해 적극적인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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