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 후 수술대기 기간이 암 재발이나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원식·유태경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외과 교수팀은 2005년 7월~2008년 6월 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수술을 받은 환자 1702명을 평균 5.9년 동안 관찰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수술대기 기간을 15일, 30일, 45일, 60일로 나눈 후 각 구간별 환자의 생존율과 무병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은 95.9%, 5년 무병생존률은 91.3%로 나타났다. 각 구간별로 생존율과 무병생존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환자의 나이, 암세포 병기, 악성도를 고려하더라도 수술대기 기간은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예컨대 같은 유방암 2기 50세 환자라면 수술대기 기간이 15일이든 45일이든 생존율과 무병생존율에 차이가 없었다.
유방암은 전신으로 퍼질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되지만 진단 후 1~2달이 지나야 수술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의학적인 문제가 동반되거나, 성형외과 협진으로 유방동시재건술을 실시할 경우 수술이 더 지연될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진단받고 3차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에도 시간이 지연된다. 이 때문에 수술대기 기간에 암이 퍼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우울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이번 연구결과는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 속도가 비교적 느린 유방암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느 한계 시간이 지나면 암이 진행돼 생존율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2개월 이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한원식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 선입견을 뒤집는 것으로 의료진이 심사숙고해 치료 방침을 결정하고 수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유방암 환자가 안심하고 수술을 기다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인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