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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맛에서 악마의 지방된 ‘트랜스지방’ … 美 3년내 가공식품 첨가 전면금지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11-11 18:36:23
  • 수정 2020-09-13 20: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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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포화지방에 수소 첨가하는 과정서 유발 …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고 나쁜 콜레스테롤 높이고
식물성기름을 상온에서 뚜껑을 열어 보관하거나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두면 트랜스지방으로 변질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가공식품 내 트랜스지방산(trans fatty acid) 사용을 3년 이내에 전면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때 ‘하늘이 내린 맛’이란 찬사를 받았던 트랜스지방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 성인병 주범으로 몰리며 ‘악마의 지방’이 됐다.

FDA는 이번 조치로 20년간 식품업계가 트랜스지방 대체물질이나 새로운 제조공법을 만드는데 약 60억달러(한화 약 7조원)가 들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야자수기름(팜오일)과 콩기름이 트랜스지방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트랜스지방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은 크게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으로 나뉜다. 불포화지방은 대부분 식물성 지방으로 주로 액체상태로 존재한다. 콩기름, 옥수수기름 등이 대표적이다. 포화지방은 동물성 지방으로 고체상태로 유지된다. 불포화지방은 산소와 만나면 쉽게 변질되고, 운반과 저장이 어렵다. 따라서 불포화지방에 수소를 첨가하는 가공과정을 통해 반고체 상태인 마가린, 쇼트닝 등으로 제조한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산이 만들어진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임에도 불구하고 체내 혈관에서는 포화지방처럼 활동한다.

트랜스지방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이 포화지방보다 2~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트랜스지방은 한 번 몸 안에 축적되면 배출이 어렵고 혈관과 세포를 더 노화시킨다. 

유선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포화지방은 혈관에 쌓여 몸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높이는데 그치지만 트랜스지방은 LDL-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혈관을 청소해 몸에 이로운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낮춰 포화지방보다 체내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트랜스지방에 의한 열량섭취가 하루 섭취 열량의 2%를 초과하면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약 1.3배 증가한다”고 말했다.

트랜스지방은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알레르기질환, 아토피성피부염, 복부비만 등 중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트랜스지방 섭취를 2% 늘리면 당뇨병 발생률이 39% 증가하며, 트랜스지방이 간암·유방암·위암·대장암의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속속 내놨다.
트랜스지방은 특정 부위에 작용해 질병을 일으키기보다는 인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짜’ 불포화지방산으로 행세하면서 신체 전반에 걸쳐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규명돼가는 중이다.

체내엔 100조개가 넘는 세포가 세포막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한다. 세포는 트랜스지방을 불포화지방과 구별하지 못한 채 영양분은 흘려버리고 바이러스 등 병원균을 받아들이게 된다. 오동주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정상적인 세포막은 ’선택적 투과‘를 통해 영양분은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병원체는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한다”며 “트랜스지방은 세포막에 전기적인 변화를 초래해 이런 기능을 교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면 체내 염증물질(CRP, 인터루킨6 등)이 증가하면서 혈관의 내피 기능을 망가뜨리고 심장세포에 직접 독성을 끼쳐 협심증과 뇌졸중을 일으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지방이 뇌세포에 악영향을 미치면 영유아의 경우 두뇌활동 저하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뇌세포의 60% 가량이 지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또 트랜스지방이 성인의 만성피로증후군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트랜스지방은 마가린이나 쇼트닝 외에도 감자튀김, 빵, 과자, 비스킷, 초콜릿, 팝콘 등에 다량 함유돼 있다.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맛을 내는 음식에는 트랜스지방이 어김없이 들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성인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총 칼로리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 성인이 하루 2000㎈를 먹는다고 계산할 때 약 2.2g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해야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05~200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제품 100g당 비스킷에는 1.6g, 감자튀김에는 2.0g, 초콜릿 가공품에는 2.1g, 케이크류에는 2.5g, 전자레인지용 팝콘에 11g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g만 섭취해도 하루 섭취 제한량을 넘게 되는 것이다.

식약처는 2007년 2월부터 제품 영양표시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제품에 트랜스지방이 0.2g 이하로 함유될 경우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0g으로 표기하도록 허용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식물성 기름을 상온에서 뚜껑을 열어 보관하거나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두면 트랜스지방으로 변질될 수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요구르트, 치즈, 우유 등 유제품에도 자연발생된 트랜스지방이 함유돼 있다. 소, 양, 염소 등 풀을 먹은 뒤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의 소화기관 속 미생물들은 천연 트랜스지방을 만든다. 따라서 이들 동물의 고기는 물론 젖으로 만든 유제품에는 천연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다. 버터의 경우 약 5%의 천연 트랜스지방이 존재한다. 천연 트랜스지방은 일반 트랜스지방과 달리 해롭지 않다. 전문가들은 설령 천연 트랜스지방에 몸에 나쁘다 할지라도 유제품에는 체내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풍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유선미 교수는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려면 튀긴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음식 섭취를 피해야 한다”며 “한번 사용한 기름은 재사용하지 않고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사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면 트랜스지방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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