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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레이저기기를? ‘하니매화레이저’ 논란 증폭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1-04 15:04:47
  • 수정 2020-09-13 20: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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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과의사회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불법, 통증완화 효과도 의문” … 함소아·한방레이저학회 “해외 임상근거 충분”
함소아제약과 한방레이저학회가 공동개발한 하니매화레이저.고출력 탄산가스 프랙셔널레이저(CO₂Fractional laser)의 하나인 ‘하니매화레이저(COSCAN III)’ 사용을 두고 개발사인 함소아제약과 대한피부과의사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덩달아 이번 논란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대립해왔던 의사와 한의사 두 직군간 감정 싸움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하니매화레이저는 함소아제약과 한방레이저의학회가 공동개발하고 중소기업인 스트라텍이 제조한 레이저기기로, 기존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의 사용 목적인 조직의 절개·파괴·제거 외에 통증완화가 추가됐다.

프랙셔널레이저는 피부에 열손상을 가해 직경 1㎝ 범위 안에 기둥 모양의 미세한 구멍을 100∼1000개 뚫어 부기를 유발하고 염증세포를 몰려들게 해 교원질(콜라겐)을 형성, 피부가 아무는 과정에서 주름살이나 넓어진 모공을 좁아지게 하는 원리로 치료한다. 피부과에서 미용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니매화레이저는 탄산가스레이저 수술기와 조사기가 합쳐진 형태로 고출력일 경우 수술기, 저출력일 경우 조사기로 사용할 수 있다. 주성분이 탄산가스라 수분 함유량이 많은 피부조직에 잘 흡수돼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개발사 측은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 5월 한의원에서 통증완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한방레이저의학회와 함소아제약은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니매화레이저’ 실무교육을 갖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개발사 측이 통증완화 효과를 전면에 내세운 채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프랙셔널 모드’, 이른바 수술레이저를 장착한 데서 촉발됐다.

피부과 의사들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로 치료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즉각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피부과의사회는 지난 1일 열린 추계학술대회 간담회에서 “하니매화레이저 품목허가 취소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며 “하니매화레이저는 통증완화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피부치료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피부과의사회에 따르면 하니매화레이저는 조사기와 수술기가 결합된 조합기인 데다 레이저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출력을 낮추면 통증완화, 높이면 여드름흉터, 주름, 넓은 모공, 사마귀 등에 대한 피부치료가 가능하다. 즉 통증완화보다는 피부치료를 주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레이저기기의 통증완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CO₂레이저가 통증을 줄여준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며 “치주염에서 통증완화에 CO₂레이저를 쓴다는 논문은 있지만 피부 영역에서는 관련 논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니매화레이저는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고, 자문위원회에서도 논의되지 못한 채 단지 서류심사만으로 허가가 났다”며 “이같은 허가방식은 국민건강에 손상을 입힐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이석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식약처는 전세계적에서 흉터치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피부미용 레이저를 한의사 전용 한방레이저로 둔갑시켰다”며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피부미용 레이저를 전문지식이 부재한 한의사가 사용할 경우 피해가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하니매화레이저 논란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의협은 개발사인 함소아제약이 현대의료기기로 허가된 탄산가스레이저수술기인 하니매화레이저를 ‘한방원리로 만들어졌고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한의사들을 현혹하는 허위광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마귀·티눈 제거, 잡티제거, 피부톤 개선, 여드름 흉터재생과 같은 홍보 내용은 하니매화레이저가 허가받은 사항이 아닌데 과장광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의사들의 이같은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한방레이저학회는 “이산화탄소 레이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진통 목적으로 사용돼 왔고 많은 논문과 전문 서적에서 다루고 있다”며 “레이저치료학 교과서인 ‘Laser therapy handbook’ 2002년판에도 다양한 통증에 이산화탄소 레이저가 사용된다는 내용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한방레이저학회는 “200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가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침 치료가 무릎관절통에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며 “의사들이 교과서와 논문을 찾아보는 최소한의 수고조차 하지 않고 하니매화레이저의 통증완화 적응증 허가가 ‘세계 최초’라고 운운하는 것은 참된 연구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도 품목허가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제품은 탄산가스수술용레이저와 의료용레이저조사기가 결합된 이른바 ‘조합품목’이다. 이 중 의료용레이저조사기는 이미 213건의 품목허가 전례가 있어 임상시험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니매화레이저를 현대의료기기로 보고 관례에 따라 허가를 내줬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허가의 적법성이 문제가 아니라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임상치료에 활용하는 게 적법이냐 불법이냐로 귀착된다. 그동안 법원은 초음파기기, 컴퓨터단층촬영(CT), X-레이 등을 한의사가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거의 대부분 불법으로 판결 내렸다. 반면 IMS(근육내 자극치료)침에 관해서는 한의사의 편을 들어주는 듯한 판결을 내려 논란이 가열됐다. 어느 검사가 사건을 맡느냐에 따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기소되기도하고,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기도 하는 등 잣대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 대다수 언론 등은 이같은 현대의료기기를 둘러싼 의사 및 한의사의 직역간 갈등에 대해 정부나 법원이 일관된 기준없이 수수방관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싸움을 말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관해 갈등을 부추긴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와 한의사가 피터지게 싸우고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누가 이기나 지켜보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 갈등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여기고 확실한 해결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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