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움켜쥐고 올라온 주꾸미가 잡혔다. 12세기 고려에서 중국으로 고려청자를 싣고 가던 배가 침몰한 그 자리였다. 청자를 안고 올라온 주꾸미 덕분에 국보급 청자를 비롯해 515점의 문화재가 발굴됐다. 주꾸미는 청자를 들여올릴 만큼 엄청난 흡입력의 빨판을 갖고 있다. 주꾸미가 제대로 대접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보릿고개 시절에는 해안가 사람의 구황식품 역할을 했고 이후 주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맛을 아는 사람들이 낙지 대신 즐겨 먹었다.
주꾸미는 한반도 전 연안에서 분포하며 수심 5~50m 정도 수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밤에는 먹이 활동을 하고 낮에는 마위 틈에서 숨어 지낸다. 산란기는 5~6월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찬 3~5월 주꾸미가 맛이 좋다. 가을 주꾸미는 산란기를 준비하는 시점이라 몸에 영양분을 축적해 쫄깃한 맛이 살아 있다.
경기도 수원의 모 주꾸지 전문점 주인은 “국내산 주꾸미는 수확량이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꾸미의 대부분은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해 온다”며 “음식점에서 볶음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게 베트남산 주꾸미로 가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산 주꾸미는 불판 위에서 오래 익히면 맛이 반감된다. 태국산 주꾸미는 식감이 부드러워 구이용으로도 적합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비싸고 나오는 시기가 한정돼 물량이 적다.
암컷 주꾸미는 모성애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빈 조개껍데기에 알을 낳은 후 부화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 자리에서 알을 지킨다. 새끼들이 나올 때쯤 영양이 부족해 죽은 암컷 주꾸미가 발견되기도 한다.
흔히 쭈꾸미로 부르지만 주꾸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한자어로는 ‘쭈구릴 준(蹲)’자를 써서 준어(蹲魚)로 부른다. 전남과 충남에서는 쭈깨미, 쭈게미 등으로 칭한다. 학명은 Octopus ochellatus Gray다.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 12㎝ 전후인 중형 문어류이다. 몸통으로 불리는 부분이 머리로 전체적으로 옅은 회갈색이다.
낙지는 문어보다 작지만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고 할 정도로 기력회복에 좋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낙지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며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로 적혀져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두족강 문어목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한반도 전 연안에 분포한다. 진흙 갯벌 조간대(갯벌의 끝) 하부에서부터 수심 100m 전후의 깊이까지 다양한 토질의 바닥에서 자란다. 몸은 몸통, 머리, 팔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20㎝ 가량의 주꾸미에 비해 몸길이가 70㎝로 큰 편에 속한다. 8개 다리 중 하나가 길다.
학명은 Octopus variabilis Sasaki이며 한자로는 석거(石距), 소팔초어(小八梢魚), 장어(章魚), 장거어(章擧魚), 낙제(絡蹄), 낙체(絡締) 등으로 부른다. 지역마다 낙자, 낙짜, 낙쭈, 낙치로 칭하기도 한다. 세발낙지는 낙지의 일종으로 가느다란(細) 발을 가졌다는 뜻으로 일반 낙지에 비해 크기가 작고 발판 힘도 약하다. 발은 세 개가 아닌 여덟개다.
몸통 표면에 불규칙한 돌기가 있다. 자극을 받지 않은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몸통 색이 전체적으로 짙거나 옅은 회색을 띠지만 자극을 받으면 검붉은 색 등 다양한 색깔로 위장하거나 위협색을 나타낸다. 서식 환경에 따라 변종이 많으며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연체동물류 중 다리가 8개인 것을 팔목과, 10개인 것을 십목과로 나눈다. 주꾸미와 낙지, 문어는 다리가 8개로 문어과에 속한다.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등은 다리가 10개로 꼴뚜기과라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에 따르면 주꾸미의 100g 당 타우린 함량은 약 1600㎎로 낙지(854㎎)의 2배다. 타우린은 포유류의 조직에 흔히 존재하는 유기산으로 이자(췌장)에서 합성되고 쓸개즙의 주요 구성성분을 이룬다. 시력회복, 당뇨병 예방,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근골격계를 만들고 심혈관계 기능을 유지하며 해마의 기능을 강화시켜 중추신경계 기능을 조절한다. 지방조직의 분해를 도와 비만을 억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