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신임 차장에 손문기 농축수산물안전국장이 20일 임명됐다. 식품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 성실한 업무태도와 인품도 이번에 전격 발탁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4월에 터진 내츄럴엔도텍의 가짜백수오 사건을 무난하게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청와대가 식약처의 ‘넘버투’로 발령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임 손 차장은 가짜백수오 사건 당시 농축수산물안전국장으로서 백수오 제품의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 조사결과를 차분히 발표하고 언론의 취재 공세에 원만하게 대응해 난맥상을 풀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식약처 일각에서는 당시 실제 담당 국장인 최동미 식품영양안전국장의 언론대처 능력이 떨어져 처내에서 농축수산물의 안전을 담당하는 손 국장을 대타로 내세웠다는 후문이다. 이엽우피소는 한약재가 아닌 농산물로 간주돼 이에 대한 품질 및 안전관리 업무는 농축수산물안전국 소관이다. 손 국장이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의연하게 대처하는 여유도 가질 수 있었다.
신임 손 차장은 경기고, 연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식품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5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1996년 보건복지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실장을 시작으로 복지부 식품정책과장,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기준팀장, 식중독예방관리팀장, 식품관리과장, 식품안전정책과장, 식품안전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공직 생활 전반을 식품 관련 업무로 일관해왔다. 따라서 식품 전문가로는 인정되지만 의약품 안전 분야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식약처 전반의 정책운영에 관여할 역량 공부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동미 국장은 여전히 유임 상태다. 지난 15일 당정협의에 나서 식품에 사용금지 원료 사용 시 기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올려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문제가 생기면 규제강화를 통해 면피하고 사전 예방에는 소홀한 관료사회의 일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담당공무원 중 Y 모 과장은 처내 한직으로 통하는 고객지원담당관으로 옮겼고, P 모 사무관은 같은 과에서 그대로 근무 중이다. 최 국장 등 관계공무원에 대한 문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들이 저지른 잘못이 아니고 이전부터 이뤄져온 적폐가 터진 게 가짜백수오 사건이기 때문에 문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해명했다.
검찰의 졸속 수사로 가짜 백수오 사건은 내츄럴엔도텍이 고의로 이엽우피소 원료를 식품제조에 사용하지 않다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일단 종료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캐나다에 원료를 수출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등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 회사 주식도 2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4548억원 규모로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들불처럼 타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는 소비자의 냄비 근성과 지속성 있는 보도행태를 포기한 언론환경 탓에 식품에 사용돼서는 안 될 재료를 투입한 죄목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과연 백수오 함유 건강기능식품 제조 과정에 이엽우피소 혼입이 고의성 없이 이뤄졌는지, 관련 공무원은 문제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묵인한 흔적은 없는지 철저히 재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