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나 벽면에 미세하게 물이 스미는 면침수나 누수와 같은 물 피해가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곰팡이나 얼룩 등이 맨눈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천장, 벽, 창문 등의 틈새 또는 뒤편에선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많아 하루빨리 원인을 찾아 보수하는 게 필요하다.

안강모·김지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아토피환경보건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지태 고려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서성철 천식환경보건센터 박사, 김범준 중앙대 피부과 교수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19일 발표했다.

그동안 물 피해가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통 질환을 유발 및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는 보고됐다. 하지만 아토피피부염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2012년 2~7월 아토피 진단을 받은 아이 52명의 가정을 방문 조사했다. 또 그동안 써왔던 설문조사나 육안관찰 등 기존 조사방식 대신 적외선카메라를 동원해 곰팡이 등 눈에 띄는 징후가 없더라도 주변 온도보다 5도 가량 낮은 곳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4세로 대부분 50명(96.2%)이 수도권에 거주했다. 거주 형태는 아파트가 가장 많았고(44명, 84.6%), 연립주택(5명, 9.6%), 단독주택(2명, 3.8%) 등으로 나타났으며, 건축연한은 11.4년으로 파악됐다. 적외선 카메라로 측정한 결과 31곳(59.6%)이  물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피해 가구 중 19곳에서만 물 얼룩이나 곰팡이 등이 확인돼 아무런 징후가 없다 하더라도 아토피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물 피해가 확인된 집 31곳 중 23곳은 아이들 방에서만, 5곳은 아이들 방과 거실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물 피해가 확인된 집안 환경에서 아토피피부염에 악영향을 끼치는 곰팡이균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최대 5배 가량 많았다.
공기 중 떠다니는 곰팡이균의 수를 측정한 결과 물 피해 가정은 324.8CFU/㎥으로 집계된 반면, 일반 가정은 68.5CFU/㎥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물 피해 가정 아이는 아토피피부염 정도를 나타내는 SCORAD 점수도의 평균값이 훨씬 높았다. 물 피해가 있다고 판정된 곳에서 생활한 아이의 SCORD 점수는 26.4점, 그렇지 않은 가정 아이는 19.8점으로 분류됐다.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도 15배나 높았다.

안 교수팀은 “누수와 같은 물 피해는 주로 창문 주변이나 천장 등에서 발견됐다”며 “아토피피부염 증상 악화를 예방하는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을 위해 철저한 점검과 주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