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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웰다잉’ 관심 여전 … 국회 법안 통과 등 후속조치에 관심 가져야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10-19 10:52:47
  • 수정 2020-09-13 2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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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병원서 버림받은 말기환자 위해 호스피스완화치료와 존엄사의 선택적 조화 필요
웰다잉을 위한 각종 행사가 열리는 등 각계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2009년 6월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로 ‘품위 있는 죽음’, ‘웰다잉’(well dying)이 고령자 사이에 화두가 되고 있다. 2012년 2월에 정부가 사회적 협의체 논의를 재개하고, 같은 해 12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정부에 입법을 권고하면서 웰다잉 붐은 확산 일로다.

고령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하고, 정부가 재정적으로 웰다잉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사회문화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2012년 MBC가 웰다잉페어까지 열었지만 종교계와 일부 의료계의 반발 탓에 논의가 더 이상 진척되진 못하고 있다.

올해 새누리당이 존엄사 관련 토론회를 열어 법률 제정을 논의한 데 이어 지난 6월엔 의사 출신인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이 ‘존엄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달 국제엑티브시니어&웰다잉페어가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열릴 만큼 이 논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편이다.

존엄사법 제정안은 말기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존엄사의 개념과 요건,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존엄사 대상은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로 진단해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명시했다.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하려면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의 판단이 기록된 자료를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가 먼저 심의해야 한다. 환자가 언제든 존엄사에 대한 의사 표시를 철회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존엄사는 현대의학으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가 인위적으로 생명 유지 장치를 보류하거나 중단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행위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사망 직전의 극심한 고통을 적극적으로 없애는 차원의 안락사와 달리 의식이 없는 말기환자에게도 적용된다.

신 의원은 18대 국회에서도 존엄사법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가족이 대리로 연명치료 중단에 동의해도 되느냐는 문제를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다 국회 임기 종료로 법안 자체가 폐기됐다. 18대 발의안은 비록 통과되진 못했지만 우리 사회에서 말기 환자의 생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나름의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임종을 앞둔 환자나 중증 환자에게 ‘사전의료의향서’를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등 보호자가 두루 인지하고 동의해야 하며, 병원 밖에서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대한병원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수가협상을 타결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합의했다가 종교계와 학계 등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했다. 사실 대형병원들의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내심 반기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밝히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소 3만명 이상의 만성질환자들이 최악의 임종기를 보내는 데도 연명의료로 인한 고통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만큼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종교계에선 가족의 동의만으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존엄사가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요양병원은 지난 7월께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입원을 받는다고 공표했다가 언론에 보도자 두달 여만에 홈페이지에서 이를 내리면서 철회하는 입장을 보였다.
보통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치료했지만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을 때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권유받는다. 환자가 고통받으며 생명을 연장하는게 무의미해졌을 때 한국의 정서상 실 한가닥이라도 붙잡아 보고 싶은 심정으로 치료를 계속하고 싶지만 한달에 1000만원에 가까운 종합병원 중환자실의 치료비 부담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말기에 요양병원을 가는 것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하나의 풍습이 되가고 있다. 요양병원이 장례식장을 통해 또다른 수익을 찾는 것도 일종의 사업모델화돼가고 있다.

종합병원은 통증에 시달리는 암환자에게 20일 이상 입원할 수 없다는 규칙을 적용한다. 이런 가혹한 규칙 때문에 암환자는 병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과 병원을 오가길 반복한다. 환자 보호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길 희망하지만 다른 대학병원으로 갈 경우 다시 모든 검사를 받아야만 입원을 허가해준다.
같은 항목에 대한 재검사는 대부분 비보험으로 처용된다. 비용도 문제지만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환자를 받아주는 대형병원이 아주 드물다.

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자가 대부분으로 암환자와 치매환자가 같은 병실을 쓰기도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인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암치료를 받아도 실제 생명이 1년 이상 연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 통증과 싸워야 하는 암환자에 대한 배려는 진통제 처방 이상 없는 게 사실이다.

암 전문 제약회사의 한 관계자는 “암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몇 달의 기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며 “그 정도의 연장으로도 환자가 세상과 이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고,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심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호스피스완화치료와 존엄사 선택의 적정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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