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구고령화와 레저·스포츠활동의 증가로 척추·관절질환 환자가 늘면서 정형외과 중심의 중소병원이 늘었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비급여 항목이 많아 수익 창출에 유리한 게 척추·관절병원 전성시대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병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잉진료 및 수술이라는 폐해가 생겨났다.
의사가 어려운 의학용어를 써가며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특정 치료법을 권유하면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환자는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수술보다 출혈 및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비수술치료법도 무조건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급여 항목인 경우가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형외과에서의 과잉수술 문제는 10여년전부터 지적돼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국내 척추수술 환자는 2006~2012년 사이 84% 늘었다. 2009년 국내 총 척추수술 건수 17만6건으로 인구 1000명당 3.36건이다. 이는 일본의 3배, 미국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무분별한 수술은 재수술로 이어진다. 정천기·김치헌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2003년 국내에서 척추디스크로 수술받은 환자 1만8590명 중 2485명(13.4%)이 5년내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척추질환 환자의 90%는 수술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재항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한양대 구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통증의 날 행사에서 “통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2~3개월간 비수술적 치료로도 통증관리가 전혀 되지 않거나, 팔이나 다리 등 신체기관에 마비가 발생하거나, 성기능장애나 배뇨장애가 나타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척추관절 수술에 대한 회의감이 점차 확산되면서 이를 대체할 만한 첨단치료법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급여 치료여서 비용 대비 안전성·효율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로봇수술로 척추수술이나 무릎 인공관절수술에 적용되고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무릎이나 엉덩이관절에 인공관절이 들어갈 구멍을 뚫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자료를 보면서 뼈를 깎아낸다. 이 때 의사가 직접 구멍을 뚫고 뼈를 깎던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 관절의 절삭 위치와 삽입 각도를 정확히 잡을 수 있어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이 높아진다.
로봇 인공관절수술 장비는 대부분 국내 기업인 큐렉소가 개발 및 공급한 것으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올해엔 유럽연합 통합안전인증(CE) 승인을 받았다. 국내의 경우 2002년 이춘택병원을 시작으로 화순전남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3개 병원에서 지금까지 1만5000건 이상의 수술이 이뤄졌다. 2012년부터는 매년 20%의 성장률을 보여 현재 연 2000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로봇인공관절수술의 경우 기존 수술보다 비용이 30~40% 비싸다. 기존 수술의 본인부담금이 한쪽 무릎관절만 수술할 경우 250만~300만원 정도라면 로봇수술은 350만~500만원으로 상승한다.
비싼 비용을 치를 만큼 로봇수술이 유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로봇을 원격으로 조정하다보니 환자와 집도의간 거리가 떨어져 있어 응급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운 것도 단점이다.
수익 향상을 최우선으로 삼는 병원 및 의사들의 암묵적인 합의가 로봇수술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무릎관절수술 시행 전문의는 “예전보다 많이 줄긴했지만 여전히 일부 병원은 수술 건수나 매출에 비례해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며 “로봇수술의 경우 비급여인 데다 한 건당 비용이 비싸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선 적극 권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척추관절 병원들간 경쟁이 아무리 치열하다해도 서로의 수익구조와 진료영역은 건드리거나 공격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 의사 개인이 이를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고 귀뜸했다.
현재 로봇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병원이라도 언제 어떻게 해당 치료법을 도입할지 모르기 때문에 로봇수술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내가 먹을 우물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꼴이 되는 셈이다.
아직 60대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의사가 인공관절수술을 권유한다면 과잉진료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인공관절의 수명은 15~20년이기 때문에 너무 빨리 수술받으면 말년에 재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최초의 인공관절을 꺼내고 몸 속에 다시 심을 경우 수술 범위가 커져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가급적 65세가 넘은 환자만 인공관절삽입술을 받는 게 좋다.
척추 비수술요법인 신경성형술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 치료법은 세계 3대 척추 명의인 가버 라츠(gabor B. Racz) 미국 텍사스대 의대 교수가 고안한 것으로 경막외내시경술 또는 경막외신경성형술 등으로 불린다. 지름 2㎜, 길이 40~50㎝의 가느다란 관을 척추 내부에 삽입한 뒤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유착방지제, 항염제, 국소마취제 등을 투입해 허리디스크 증상을 완화시킨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20분 가량의 짧은 시술시간과 빠른 회복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평균 비용이 200만원 정도로 효과가 비슷한 신경차단술(약 5만원, 보험 적용)보다 40배 비싼 게 흠이다.
대학병원 교수 위주의 주류 의학계는 신경성형술의 치료효과를 신경차단술 등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봤을 때 특별하게 우월한 점은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A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신경차단술이나 경막외주사 등 기존 1차치료법은 신경성형술과 효과는 비슷하고 비용 부담도 적은 편”이라며 “이런 치료법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먼저 신경성형술 등 고가의 치료법을 권유하는 것은 분명한 과잉진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원가에서 신경성형술을 받은 뒤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미미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여러 분절의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된 경우 △과거 척추수술을 받아 경막과 주변 조직이 유착된 경우 △경막외주사 등 기존 1차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에만 신경성형술을 받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척추·관절질환은 난치성이거나 만성인 경우를 제외하면 서로 다른 성격의 치료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치료 결과를 얻고 치료 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의 종류와 장단점을 의료진에게 묻고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