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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떼려다 혹 붙일라’ … 의료계 쉬쉬하던 원내감염의 실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9-30 00:22:58
  • 수정 2020-09-14 12: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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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졸중수술 중 포도상구균 감염, 3개월만에 사망 … 299개 의료기관 중 58곳만 실태 파악

원내감염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요로감염은 요도삽관이 주원인으로 대장균, 연쇄상구균, 프로테우스 등 원인균에 의해 촉발된다.지난 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그동안 의료계에서 쉬쉬하던 병원내 감염 문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확진자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186명 중 178명(95.7%)이 병원 내에서 감염됐고, 이 중 95명은 의료수준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최근 조사결과 병원 내 감염이 5년새 12배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 총 100개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전담인력과 감염관리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11~2014년 반코마이신내성포도알균(VISA)감염증만 15.4% 감소한 반면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감염증은 926.9%,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감염증은 1135.9%나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병원감염과 관련된 분쟁조정 또는 피해구제 신청건수도 2012년 87건, 2013년, 120건, 2014년 206건으로 2.4배 증가했다. 사례 중엔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가 수술 과정에서 포도상구균 등 4가지 병원균에 감염돼 항생제치료를 받다가 3개월만에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감염병 예방 및 치료의 최일선인 국립대병원의 경우 원내감염에 더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실시된  2013~2014년 국립대학병원 내 감염 발생현황 조사 결과 충북대병원이 4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대병원 38건, 부산대병원 30건, 경상대병원 29건, 강원대병원 28건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국립대학병원 내 감염은 최근 2년간 246건에 달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한데도 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말 기준 총 299개 의료기관이 병원감염관리 의무대상 기관이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 준수 여부가 확인된 곳은 58곳에 불과하다.
원내감염에 노출되는 주 경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의 경우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삽입기구가 많고 침습적 시술이 빈번히 시행되기 때문에 원내감염의 온상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원내감염은 외인성 감염과 내인성 감염으로 나뉜다. 환자·병원직원·면회인 등 사람 또는 진료용 기구나 기재 등 물품을 매개로 해 일어나는 감염을 외인성감염(교차감염), 체내에 상주해 있던 미생물에 의해 스스로 감염되는 것을 내인성 감염이라고 한다. 후자는 중독성질환을 앓는 사람이나 미숙아, 신생아, 부신피질호르몬제·면역억제제·항암제 투여자에서 일어나기 쉽다. 

흔히 발생하는 원내감염으로는 요로감염, 창상감염, 폐렴 등이 있다. 원내감염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요로감염은 요도삽관이 주원인으로 대장균, 연쇄상구균, 프로테우스 등 원인균에 의해 촉발된다. 약 25%를 차지하는 창상감염은 상처를 입은 뒤 3~7일 이내에 발생하며 포도상구균이 원인균이다.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폐렴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원내감염으로 그람음성균과 포도상구균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이밖에 감염된 혈관내 도관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균혈증과 피부감염 등이 있다. 

잠복기간에 입원해 입원 후에 감염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 밖에서 최초에 감염된 경우는 원내감염에 해당되지 않는다. 입원 중에 감염돼 퇴원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병원의 종류나 규모, 시설, 관리 방법 등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특히 중환자실이나 외과 병실, 수술실, 소아과 병실, 신생아실, 미숙아실 등에서의 감염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중증 암, 당뇨병, 뇌졸중, 혈액투석 환자들은 가벼운 감기도 폐렴으로 이어져 악화되면 순식간에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호흡기질환자도 아닌 멀쩡하던 환자가 2~3일 사이 갑자기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의 중앙집중식 초대형화 병원 건물은 구조상 환기, 공기정화, 살균이 쉽지 않다. 특히 병원의 창문은 사실상 밀폐돼 감염 위험이 더 높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뿐만 아니라 일반 내원객도 자주 왕래하는 병원 로비도 원내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서울과 경기지역 6개 유명 대학병원 로비에서 공기 중 시료를 채취한 결과 대부분 그람양성박테리아 및 곰팡이 수치가 환경부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람양성박테리아와 곰팡이 수치는 오후 5시, 일반 박테리아는 오전 9시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병원 로비의 경우 환기장치가 주오염원으로 지목된다.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공기 중 생존기간, 전파속도 등이 제각각이므로 원내감염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원내감염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실태 점검을 소홀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내감염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병원 내 감염률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감염률을 실질적으로 줄인 의료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인 감염관리 수가가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다”며 “국내의 경우 의료의 양적 팽창과 환자 만족이 병원 경영의 우선 원칙이 되면서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는 후순위가 됐고, 특히 감염관리는 병원 입장에서 귀찮은 존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감염관리에 대한 투자는 원내감염을 줄여 오히려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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