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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 초경 앞당기는 복병 ‘환경호르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9-11 12:37:57
  • 수정 2015-09-21 10: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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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 컵·그릇에 뜨거운 음식 자주 담아먹은 여아서 조기초경 및 성조숙증 나타나

아이들이 조숙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조기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2009년에서 2013년 4배이상 급증했다.성조숙증은 평균성장 속도보다 2년 이상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는 증상이다. 여아는 10~11세에 가슴이 나오고, 남아는 12~13세에 고환이 커지고 몽정을 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2차성징이 보통보다 이르게 나타나는 것을 조기사춘기(조기성숙)로 진단하며, 8~9세 전후로 아이의 2차 성징이 시작된 경우 성조숙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는 2차성징이 시작되면 남자아이에 비해 겪게 되는 ‘불편한’ 신체변화에 노출되기 쉽다. 그 중 눈에 띄는 변화는 초경이다. 아이들의 발육만큼 초경도 빨라졌지만 부모들의 대처는 걸음마 단계에 그친다. 빨라진 초경만큼 자궁질환을 앓는 어린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초경을 시작하는 적정 나이는 만 11~13세다. 키가 많이 자라지 않거나 2차 성징이 없다면 14세까지, 키가 많이 자라면서 2차 성징이 있다면 16세까지 기다려도 무방하다. 

초경이 이른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초경이 빨라지면 성장호르몬이 억제돼 한창 성장기인 아이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 성장판의 조기 골단융합으로 성인이 됐을 때 본래의 최종 키보다 7㎝ 정도 작아질 수 있다.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되면 초경을 빨리 하고 폐경을 늦게 하게 되는데 그만큼 여성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 가령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거나, 자궁내막암 등 질환 발생 위험도도 올라간다.

여아가 초경을 시작했다면 1~2년 정도는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고 질 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질 출혈을 초경으로 착각해 이후 생리가 없으면 막연히 걱정하는 경우도 적잖다. 초경을 시작하고 2~3개월 생리를 건너뛰는 것은 무리가 없다.

하지만 4개월이 넘어가거나, 생리가 오랫동안 계속되거나, 주기가 지나치게 짧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초경 전후로 1~2년은 부모의 각별한 관찰이 필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 기본적으로 자궁 초음파검사를 받고, 증상에 따라 여성호르몬 검사 및 냉검사를 같이 시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조숙증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경호르몬과 영양과잉에 의해 사춘기가 빨라진다는 연구가 있을 뿐이다. 영양상태가 불량하면 사춘기 발현이 지연된다.
반대로 체중이 늘수록, 특히 체지방이 늘수록 사춘기와 초경이 빨리 나타난다. 이는 체지방에 있는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사춘기 관련 물질이 비만아일수록 다량 분비되면서 사춘기 발현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전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의 사춘기가 빨랐다면 자녀도 대부분 사춘기가 빨리 찾아온다. 유전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70~80% 정도다.

하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성조숙증은 어느 정도 생활습관을 개선해 예방할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이나 동물에서 정상적으로 생성 분비되는 물질이 아니라 산업활동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다. 이들 물질은 사람이나 생물체에게 흡수되면 정상적인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며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이 있다.

실제로 어릴 때 플라스틱 컵이나 그릇으로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섭취하면 성조숙증이나 여성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만 청쿵(成功)대 리쥔장(李俊璋)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3년간 성조숙 증세를 보이는 71명의 2∼8세 소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소제 성분과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에 첨가해 고온에서 성형가공을 용이하게 하는 유기물질로 다이옥틸프탈레이트(DOP), 다이옥틸아디페이트(DOA) 등이 있다. 이번 연구에서 조사대상자들은 별다른 질환은 없었으나 모두 가슴 발육이 이미 시작된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진은 환경적 요인에서 공통의 연계고리를 찾았다.

뜨거운 물질에 플라스틱을 노출시키면 섭취하는 음식에 녹아드는 가소제 양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리 교수는 “대부분의 소녀들이 차 음료나 뜨거운 두유를 플라스틱 컵에 거의 매일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자들의 체내에서 발견된 가소제 대부분은 이들이 섭취한 음식을 통해 흡수된 것이었다. 플라스틱 컵, 그릇의 뜨거운 음식은 가소제 용해율을 2∼3배 더 높인다고 그는 덧붙였다.

과거 12∼13세였던 여성들의 초경 연령이 8∼9세로 빨라지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조사 대상중에는 6세에 생리를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리 교수는 아울러 방향제 향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대량으로 사용하는 첨가물질인 정착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착제는 가소제의 일종이다.

리 교수는 “향기가 좋을수록 더 많은 가소제가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며 “향수, 샴푸, 크림 등의 정착제 성분이 모두 인체에 침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기코드를 둘러싼 플라스틱이 38도부터 가소제를 내뿜을 수 있다며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플러그를 뽑아둘 것을 조언했다.

이와 함께 공기 속에서 날리는 가소제가 먼지에 달라붙어 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영아들이 바닥을 길 때 가소제 먼지가 묻은 손가락을 빨면 가소제가 그대로 영아 체내에 흡수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가기술표준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아동복 상당수에서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240배 넘게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부 학용품, 식기, 장난감 역시 환경호르몬 문제가 제기된다.

환경호르몬은 면역력이 약한 성장기 아이에게 더욱 치명적이어서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고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프탈레이트, 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 옥티페놀 에톡시레이트 등은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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