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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이 땡긴다면? ‘음식중독’ 의심해야 … 마약과 비슷한 수준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31 00:57:04
  • 수정 2020-09-14 12: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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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굶으면 중독 가능성 높아져, 스트레스 주원인 … 서서히 줄여야 금단증상 없어
전문가들은 음식중독을 이겨내려면 스트레스, 불쾌감, 외로움 등의 감정적 문제를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한다.최근 미국 신시내티대 연구팀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뇌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쥐에게 정기적으로 초콜릿을 먹이다가 쥐가 초콜릿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에 주지 않을 때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초콜릿을 애타게 기다렸던 쥐의 뇌에선 오렉신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이 활성화됐다. 이 물질은 마약중독자가 니코틴이나 코카인을 찾을 때 분비되는 것과 같다.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기만 해도 군침이 나는 경우가 있다. 맛있는 음식이 마약같은 효과를 뇌에 일으키는 것이다. 음식에 탐닉하는 사람의 뇌는 마약중독자의 뇌와 비슷해지면서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는다.

음식중독은 니코틴, 알코올, 약물, 도박, 쇼핑, 게임 등 익숙한 중독 증상과 본질이 같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점점 자극적인 것을 원하며 끊었을 때 금단현상을 경험한다. 다른 점은 모든 음식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3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으로 중·고교 청소년 약 8만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 30일간 단식이나 식사 후 구토 등의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남학생은 12.9%, 여학생은 21.2%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고교생 10명 중 1~2명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경험한 셈이다.

굶는 다이어트는 음식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가장 높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음식 섭취와 관련된 뇌 보상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음식섭취 행위는 소화기관과 중추신경이 정교하게 연결된 복합적인 과정이다. 렙틴, 그렐린 등 식욕 조절 호르몬은 포만감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음식 섭취를 쾌감으로 인식하는 ‘뇌 보상회로’도 동시에 작동한다.
 
굶는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음식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쾌감회로’가 강하게 발달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일종의 심리적 보상이다. 다이어트를 통해 음식에 대한 쾌감 회로가 강해지면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이런 쾌감을 유지하기 위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음식을 계속 섭취한다. 점점 더 많이 먹는 ‘내성’이 생기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음식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맛있게 느낀 음식을 폭식할 수도 있다.

음식중독의 실체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할 연구결과는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음식중독의 원인으로는 ‘탄수화물’, ‘탄산음료’, ‘설탕’, ‘카페인’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점은 과다섭취할 경우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당뇨병협회(IDF)는 전세계 인구의 약 25%가 탄수화물 중독증을 앓고 있다고 경고했다. 탄수화물중독은 정제 탄수화물 때문에 일어난다. 흰설탕, 흰밀가루, 흰쌀 등이 대표적인 정제된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필수적인 에너지원 중 하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권장량을 웃돈다. 하루 에너지 필요량이 2000㎉인 성인의 경우, 일반적인 탄수화물 권장량은 에너지 필요량의 약 55~70%(1100~1400㎉, 밥 3공기, 감자 1개)이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설탕과 같은 당으로 분해된다.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는 혈당수치를 증가시킨다. 이때 분비되는 인슐린으로 금세 허기를 느끼게 돼 다시 빵이나 과자 등을 찾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져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우울해지는 ‘탄수화물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탄수화물을 줄이려면 작은 크기 밥그릇으로 바꾸기, 정제 곡류 대신 잡곡밥 먹기, 통밀가루 섭취하기 등으로 조금씩 식습관을 바꿔나가는 게 좋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은 하루 평균 1.8잔의 커피를 마신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성인이 하루 커피 2잔을 마시면 1일 카페인 섭취 권고량(성인 400㎎, 청소년 125㎎)을 넘게 돼 자제해야 된다고 조언한다.
 
카페인이 체내에 흡수되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각성을 일으키고 피로감을 줄인다. 일반적으로 흡수된 뒤 1시간 이내에 효과를 보이지만 상습적으로 복용할 경우 내성이 생긴다. 카페인을 과다섭취하면 신경과민, 심장마비, 부정맥, 과민성대장증후군, 수전증, 불면증, 피부노화, 모세혈관 확장, 피부 트러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위산분비를 촉진해 위궤양, 위식도역류질환 등 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뇨작용을 촉진해 소변량을 증가시켜 신장에 부담을 준다.
 
카페인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다섭취를 막아야 한다. 위·장질환을 가진 사람은 이보다 적게 복용하거나 아예 안 먹는 게 좋다. 흔히 접하는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약 160~300㎎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인스턴트커피 1봉에는 약 30~80㎎이 함유돼 있다.
 
탄산음료는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탄산음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쉽게 끊지 못한다.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탄산음료다.
 
탄산음료의 가장 큰 단점은 치아를 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2.5~2.9의 높은 산도를 갖고 있다. 탄산음료의 산도가 치아 표면을 부식시켜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탄산음료 1ℓ에는 27개 반 정도의 각설탕이 들어 있다. 당분이 과다한 탄산음료를 많이 먹으면 체내에서 여분의 에너지를 축적시켜 과체중과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필수 영양소가 함유된 식품 섭취를 줄여 영양 밸런스를 해친다. 미국 뉴욕시는 탄산음료로 인한 비만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16온스(480㎖) 이상의 탄산음료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탄산음료 금지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탄산음료가 무조건 몸에 나쁜 것은 아니다. 가끔 기분전환을 위해 음료를 마시는 건 정신건강에 좋다. 적당한 섭취는 소화를 도와주며, 해열효과도 갖는다. 탄산음료를 끊으려면 아기가 젖을 떼듯 시간을 두고 조금씩 줄이는 게 좋다. 또 물에 타서 마시는 것도 효과적이다. 대부분 중독된 사람들은 탄산음료의 단맛을 좋아해 물에 희석된 맛에 적응하면 단맛을 덜 요구한다.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먼저 물을 한잔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들 외에도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음식을 먹을 때 매운 양념맛만 즐긴다. 강한 맛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맛을 느낄 수 있는 기준이 올라간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각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뇌는 엔도르핀 등 호르민을 분비해 혀가 느끼는 고통을 중화시킨다. 이같은 이유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2013년 경제협력기구(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중 직장인 스트레가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었다. 최근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인기를 끄는 데는 한국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의 영향이 크다.
 
매운맛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중독자가 매운맛을 더 즐기려고 할 뿐 이를 대수롭게 여기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음식중독에 빠진 사람과 달리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갖고 있다. 한국의 식문화 특성상 매운 음식이 많고, 매운맛이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매운맛 중독은 한국인이 가장 끊기 어려운 음식중독 중 하나다. 

매운맛 중독을 해결하려면 먼저 고춧가루 대신에 다양한 향신료를 활용한 음식을 조리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고춧가루를 넣은 음식을 식단에서 2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도 좋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음식중독을 이겨내려면 ‘감정’과 ‘음식’을 따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음식중독에 걸린 사람은 스트레스·불쾌감·외로움 등 감정적 문제를 해소하려고 음식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감정을 음식으로 풀면 음식중독·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먹는 게 아닌 지인들과의 대화나 운동으로 해소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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