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임모 씨(28·여)는 최근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 수유하는 첫주엔 모유수유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지만 기쁨도 잠시, 두번째주부터 유두 피부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유두가 찌릿찌릿하고, 옷깃만 닿아도 고통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정도다. 수유 시작 전과 후에는 타는 듯한 통증을 표현했다. 젖물리면 유두가 면도칼로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다. 초반에 취했던 올바른 자세도 통증으로 인해 자세가 변형되었고 수유도 힘들어졌다. 유두보호기를 사용하는 데도 유축할 때에는 그나마 괜찮다가 직접 수유할 때에는 통증이 심하다. 병원을 찾았더니 ‘유두균열’(mamillary fissure, 乳頭龜裂)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젖꼭지가 갈라지는 유두균열은 비 임신시에 생기는 경우는 드물고 출산 후 수유 시 아기의 젖꼭지 흡인에 의해 생기기 쉽다. 종종 수포를 형성해 심한 경우 수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균열 정도가 심하지 않은 상태라면 엄마가 아프고 힘들겠지만 모유수유를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모유수유가 끝난 뒤 아이의 침을 잘 닦고 유두 보호 크림이나 모유를 찍어 발라 상처를 완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두균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르지 못한 수유 자세다. 유두는 단련되지 않고 약한 피부라 아이가 세게 빨거나 유축기를 사용하면 자칫 상처가 나기 쉽다.
특히 아이가 유두 끝만 물고 빨면 쉽게 다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유륜 전체를 물게 하는 게 포인트다. 아이의 윗입술이 바깥쪽으로 젖혀지고 입을 충분히 벌려 엄마 젖을 물도록 유도한다. 유두를 물고 있는 아이의 입에서 유두를 뺄 때 젖꼭지가 잡아당겨져서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아 수유가 끝나면 엄마의 새끼손가락을 아이 입에 살짝 넣어 자연스럽게 빼낸다.
상처가 나지 않는 자세로 ‘요람식 자세’를 들 수 있다. 편한 자세로 앉아 유두가 아이 정면이나 약간 아래쪽에 오게 한다. 엄마의 무릎에 베개나 쿠션을 올려놓고 높이를 조절하면 좋다. 엄마의 네 손가락을 유방 아래에 받치고 엄지손가락은 유두 바깥쪽에서 가슴을 살짝 눌러준다. 젖꼭지를 아이 입 근처에 대고 아이가 입을 벌릴 때 최대한 깊숙이 젖을 물린다. 이때 아이가 유륜 전체를 물게 한다.
홍수정 원장은 “정상적인 모유수유 자세를 취해도 아기의 침에 의한 습한 상태로 유두가 민감해져 자극이 심해 상처가 나기 쉽다”며 “가령 아이의 구강에 입 안의 점막이나 혀에 둥근 하얀 반점이 생기는 ‘아구창’이 있거나, 유두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곰팡이균에 감염되면 유두가 균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수유 전 유두를 깨끗하게 닦은 뒤 수유하고 이후 소독해 상처 부위의 세균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수유 직후 유방을 건조시키고 비타민 A·D가 함유된 연고를 발라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유두를 너무 자주 씻고 닦아도 지방층이 줄어 건조해지면서 상처가 나기 쉽다. 수유가 끝났는데도 아기가 젖을 더 빨고 싶어 하면 고무젖꼭지를 물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
가슴통증을 완화하려면 평소 바셀린 등으로 가슴마사지를 하는 게 좋다. 이후 따뜻한 물로 닦아주면 긴장된 가슴이 부드러워진다. 우선 크림이나 바셀린을 바른 뒤 유두를 아프지 않게 좌우로 돌리고 여러 방향에서 딱딱한 곳을 풀어준다. 이후 유두의 뿌리 부분을 잡고 가볍게 눌렀다 앞으로 당겨주는 것을 반복한다. 유두를 잡아 좌우로 가볍게 비틀어주고 가슴도 함께 쓸어주면 된다.
홍 원장은 “증상이 심해 통증이 크며, 피가 많이 나는 경우 24~48시간 수유하지 말고 손으로 젖을 짜내어 젖병에 담아 먹이는 게 좋다”며 “수유 중 유두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면 유두균열이 더 악화되기 때문에 5분 이상 젖을 물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두균열이 아물었더라도 아기가 젖을 물면 다시 벌어지는 경우 평소 유두 보호크림을 충분히 발라 회복을 돕는다”고 덧붙였다.
유두균열을 예방하려면 임신 시기부터 주의하는 게 좋다. 가령 샤워나 목욕 후 보습제를 가슴에 발라 표피를 튼튼하게 지키고, 가볍게 마사지하며 산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