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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상도 100% 휴식 아냐 … 멍 때려야 아이디어 떠오른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8-24 11:15:10
  • 수정 2020-09-14 12: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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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키메데스 ‘유레카’ 일등공신 멍때리기 … 정보수집 후 휴식과정 없으면 ‘디지털치매’ 우려
항상 ‘만성피로’를 호소하지만 특별히 몸에 문제가 없고, 사소한 것에 자꾸만 짜증이 난다면 당신에겐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휴식이란 게 다 던져버리고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빈둥거리며 TV를 보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평소에도 너무나 많은 활동을 한번에 처리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속칭 ‘멍을 때린다’는 말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6~7년이 흘렀다. 이제 무엇을 하든 스마트폰을 손에서 뗄 수 없는 현대인의 뇌는 하루 종일 바쁘다. 출퇴근할 때, 은행이나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릴 때, 하물며 집에서 TV를 보면서도 스마트폰과 ‘하나 돼’ 있다.

이제 뭔가 볼거리, 읽을거리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고역으로 느껴진다. 한가한 틈을 참지 못하고 메시지를 읽고,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SNS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집중한 뒤 휴식의 순간은 별로 없다. 처리해야 할 정보들로 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정신과에는 치매 상담을 하러 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말도 있다. 스마트폰 없이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등 입력된 정보들이 공중에 흩어져버리거나,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 뇌에 들어오는 정보는 너무나 많은데 두뇌의 용량은 정해져 있으니 흔히 말하듯 컴퓨터가 ‘렉(lack)’이 걸리듯 디지털 과부하에 걸려 건망증이 생기는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된 공간에는 기억이 축적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정리되지 않으면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저장할 공간이 축소돼 기억을 저장하기가 어려워진다.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것은 이 과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수 있다.

이렇듯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뇌는 어느 때보다 ‘온전한 휴식’이 필요하다. 밥 먹은 뒤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맘 편하게 뇌를 쉬도록 할 필요가 있다. 뇌를 혹사시켰다면 다음엔 충분히 이완시키며 생각과 감정이 제멋대로 흐르도록 놔두는 것이다.

몸을 스트레칭으로 이완해주듯 정신은 ‘멍 때리기’로 릴렉스해줄 필요가 있다. 이때 뇌는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인간의 뇌가 휴식을 취할 때는 뇌의 DMN(Default Mode Network, 컴퓨터 초기화값 모드처럼 변화시킨 상태)이라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때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한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는 휴식과 집중 두가지 모드로 작동되는데 이들 기능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나친 집중에서 지친 뇌에 휴식을 주기 위한 노력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어 “현대인들은 휴식 없이 집중 상태만 지속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경우 뇌에 과부하가 걸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자극은 뇌 활동에 도움이 되지만 자극이 지나치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오히려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노력의 하나로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멍을 때려야 한다. ‘멍을 때린다’는 것은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길을 걸을 때 주변을 관찰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잡고 잡생각을 떨쳐낸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이 있으면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쉬면서 음악을 듣는 행동조차 뇌 입장에서는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뇌가 쉬지 못하면 충동을 억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멍을 때려주면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 뇌과학자들은 가끔씩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시간을 강제로라도 가진다면 뇌 건강도 지키고, 뜻하지 않던 아이디어도 얻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서유헌 한국뇌연구원 초대 원장은 “가끔씩 뇌에 자극을 주지 않고 소위 팽개쳐두면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지 않고 잘 생산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집중해서 하는 일이 없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을 ‘디폴트 네트워크’라고 한다. 이는 뇌의 바깥쪽 측두엽, 두정엽, 안쪽 전전두엽 등을 일컫는다. 이 영역은 뇌가 휴식 상태일 때 활성화되는데, 어느 한 시점에만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 상태에서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인가 억지로 기억해내려고 하면 잘 안되다가 멍하니 있을 때 갑자기 생각나는 ‘유레카 모멘트’를 경험하는 것도 디폴트 네트워크의 활성화 덕분이다. 실제로 디폴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전전두엽과 측두엽은 기억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유헌 원장은 “충분한 휴식 과정을 갖다보면 뇌 속에서 회로 간 연결성이 더 긴밀해지기 때문에 남들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물론 ‘멍 때리기’를 습관적으로 자주 한다고 해서 뇌의 활동성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습관적으로 멍을 때리면 뇌세포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또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사례도 많다. 두뇌를 너무 사용하지 않고, 멍 때리기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머리를 비우는 시간은 어렵지만 꼭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며 멍 때리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며 ‘유레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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