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북도, 시·군·의사회·약사회·보건소에 도지사 표창 … 질병관리본부, 역할 재정립 시급
메르스 사태 진정기미 보이자 예방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초기대응 실패로 전국이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축배를 들고 있고 예방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보건당국의 현장대응능력 부재와 병원의 허술한 응급실 관리, 지역 보건소의 초동 예방 등에 구멍이 뚫려 각자 제구실을 못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4일 메르스와 관련, 시·군, 격리병원 의료진, 의사회, 약사회 등과 포항시북구, 경주시, 김천시, 안동시, 구미시 등 지역 보건소에 기관표창을 수여했다. 국제보건기구(WHO) 기준으로는 다음 주(15일께)나 종료 선언이 가능한데 섣부른 논공행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통과된 서울시의 5개 시립병원 추경 예산은 약 17억원 깎였다. 음압병실 설치와 이동식 투석장비 및 열화상 카메라 등 방역 관련 구입 예산이 줄어들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각 보건소마다 설치하려던 이동식 X-레이는 25개에서 12개로 줄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독자적인 방역대책을 세우겠다며 과욕을 부리던 상황과 사뭇 대조적이다.
경기도는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의 경영 효율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매년 진료과별 수익을 비교해 진료 건수가 적고 경영 기여도가 낮은 진료과는 폐쇄한다는 게 골자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부실한 공공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도마에 올랐던 질병관리본부는 사태의 중요성을 늦게 파악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연구 중심의 기관인 데다가 긴급대응 권한이 적어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옹호성 견해다.
하지만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는 정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다. CDC의 수장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질본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중앙정부의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의료인력도 감염내과와 예방의학과가 공동 대응해야 하는데 예방의학과의 중추적 역할은 이번에도 없었다.
보건소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는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고 의료기관까지 감독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진료에 치중을 두고 지역 위생관리 및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5월 12일 평택시에서 메르스 첫 의심자가 발생한 이후 해당 지역 보건소는 자체적으로 메르스 감염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환자를 일반병실에 방치했다. 평택시 등 일선 보건소에 있는 의료진은 4명 안팎으로 그마저도 한의사나 치과의사 등을 제외하면 감염내과 전문의나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없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일 보건을 전담할 ‘시민건강국’을 신설했다. 기존 지자체 조직에서 복지를 분리하고 보건 관련 부서만으로 새로 만든 조직이다. 이 부서가 보건소 체질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는 보건소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자체의 성격상 각 구 보건소가 제대로 협조할 가능성이 낮아 예방보다는 진료에 중점을 둔 기존 행태가 개선될지 의문이다.
병원에 갈 돈도 부족한 서민은 거의 무료인 보건소를 이용하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에 이를 소홀히 했다간 지자체장이 인기를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이 보건소의 무료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각 보건소가 경쟁적으로 무분별하게 호화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등의 행태는 개선할 여지가 크다. 이같은 적폐를 리모델링해 지역감염 예방사업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있을지 성과과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