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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음식의 화룡정점 ‘소스’ … 프랑스·이탈리아·중국서 대부분 개발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03 01:43:57
  • 수정 2020-09-14 12: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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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색·갈색·블론드색·노란색·적색 등 모체소스서 파생 … 과거 상한 음식 맛 감추기 위해 만들어져

최근 음식연구가 백종원 씨가 개발한 만능간장이 주부들 사이에서 화제다. tvn ‘집밥 백선생’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만능간장은 돼지고기, 진간장, 설탕 등이 함유된 소스다. 그는 이것만 있으면 반찬 10가지는 쉽게 만들 수 있다며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소스는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거나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하며 식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한층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소스(sauce)란 단어는 라틴어로 ‘소금물’을 의미하는 ‘살수스(salsus)’에서 유래했다. 소금은 자연에서 온 순수한 미네랄 결정체다. 인간이 먹는 주식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소스는 용도, 재료, 색, 기초소스 사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프랑스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 앙투안 카렘 (Marie-Antoine Carême, 1784.6.8~ 1833.1.12)은 소스를 에스파뇰, 벨루테, 알만드 베샤멜 등으로 구분하고 체계화했다. 그는 ‘요리에서 소스는 언어에서의 문법이고 음악에서의 멜로디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소스를 중요시 여겼다.

20세기  ‘요리의 제왕’으로 알려진 조르쥬 오귀스토 에스코피에(Georges Auguste Escoffier)는 카렘이 만들었던 소스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세계적으로 보급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는 무겁고 화려한 장식에 치중하였던 소스의 범주를 넘어서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며 맛과 영양을 모두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 

소스는 육류·어류·곡류·채소류 등 본연의 맛을 깊고 넓게 하거나, 주재료의 맛을 보완해 맛을 향상시킨다. 소스의 유래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과거 냉장보관이 어려웠던 시절 상한 음식의 맛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요리사들은 소스의 맛을 더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찾거나 발명해왔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연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소금, 후추, 고추, 과일즙, 꿀, 허브, 향신료 등은 조리에서 빠져서는 안될 소스다. 이들보다 약간 복잡한 것은 원재료를 발효시키거나 2차 조리해 만든 콘디먼트(condiment)다. 새콤한 식초, 짭짤한 간장 및 생선 소스, 피클, 머스터드, 케첩 등이 대표적인 콘디먼트다. 

소스는 크게 색깔별로 흰색, 갈색, 블론드색(금색), 노란색, 적색 등 모체소스(Mother’s sause)로 구분된다. 이들은 각각의 특성을 가졌으며 파생소스를 갖고 있다. 

흰색 소스는 우유를 주재료로 생선, 채소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모네, 크림, 낭투아, 노르망디, 수비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갈색 소스는 갈색 육수로 만들어지며 육류요리에 활용된다. 보흐텔레즈, 레드와인, 사토브리앙 등이 갈색 소스에서 파생됐다. 
블론드색 소스는 흰 육수를 이용한 것으로 치킨, 생선요리에 들어간다. 슈프림, 알프테라 등으로 이뤄져 있다.
노란색 소스는 달걀 노른자, 기름, 버터가 주재료로 생선, 채소요리에 사용된다. 무슬린, 베어네즈 등이 대표적이다.
적색 소스는 토마토로 만들어지며 이탈리아 음식에 주로 활용된다. 피자, 미트, 볼로네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1400~1700년에 제대로 된 소스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과일즙, 소금, 식초 등 간단한 소스가 주를 이뤘다. 당시 세계요리를 이끌던 프랑스 요리사들은 초창기 소스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고기요리에 각종 소스를 넣어 스스로를 고기의 과학자, 고기 연금술사로 여겼다. 포도주가 유명한 만큼 각 지방 포도주를 사용해 개발된 소스들도 많다. 홀란데이즈, 모르네, 보들레즈, 낭투아, 타르타르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와 함께 서양요리를 이끄는 이탈리아의 소스는 상대적으로 정제하지 않은 소스를 사용한다. 농축 진액보다 전체 재료를 기본으로 쓴다. 대표적인 이탈리아 소스로는 파스타소스, 버터소스, 크림소스, 미트소스 등이 있다. 대부분 토마토를 이용한 게 특징이다. 올리브유, 마늘, 바질 등도 많이 사용한다.

서양에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단맛·쓴맛·신맛·짠맛·매운맛 소스를 개발해 요리문화를 이끌어 나갔다. 1700년대 최고의 프랑스 요리사로 꼽혔던 프랑수아 마랭은 중국의 소스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한 소스를 선보였다.

소스는 드레싱(dressing)과 구별하기 힘들다. 둘의 생김새와 역할을 비슷하지만 미묘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모두 식초, 기름, 크림, 야채, 과일, 향신료 등이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소스는 제조 후 마지막에 한번 간을 맞춰 맛을 내지만, 드레싱은 중간마다 맛을 보며 간을 하는 게 큰 차이점이다. 농도도 차이가 난다. 야채나 과일에 드레싱을 올리면 모양이 넓게 퍼지면서 흘러내리지만 소스는 그 모양을 유지한다. 소스는 내용물과 주성분인 유상액(기름 또는 육수)의 비율은 8대2로 유지되며 드레싱은 5대5 또는 4대6의 비율이 된다. 따라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전채요리(appetizer)나 후식(dessert)에는 소스가 많이 사용되고, 샐러드에는 드레싱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소스 중 하나인 케첩의 고향은 미국, 영국이 아닌 중국이다. 중국 푸젠성 방언으로 ‘케’는 저장된 생선, ‘첩’은 소스를 의미한다. 과거 케첩은 생선 젓갈이었던 것이다. 푸젠성 출신 화교들이 동남아시아로 퍼뜨린 것을 대항해시대 영국 선원들이 본국으로 가져가면서 유럽으로 퍼지게 됐다. 이후 케첩이란 단어는 본래의 뜻을 잃고 소스를 뜻하는 말로 변했고, 토마토가 케첩의 재료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다.

휴가철 여행지에서 반드시 먹는 음식 중 하나는 고기구이다. 고기는 어떻게 굽는가도 중요하지만 부위별로 어울리는 소스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연하고 부드러운 맛의 고기에는 가볍고 산뜻한 소스, 육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좋은 고기에는 맛과 향이 진한 소스가 제격이다. 구이용 소고기는 우선 마블링이 좋아 씹을 틈도 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부위가 있다. 꽃등심살·본갈비살·살치살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위를 구워 먹을 때엔 너무 강하거나 진하지 않은 소스가 어울린다.

삼겹살로 대표되는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비교하면 모든 부위의 맛과 향이 부드럽고 육질이 연하며, 지방 함량이 높아 기름진 편이다. 돼지 부위는 소 꽃등심·본갈비살·살치살과 마찬가지로 강하거나 진하지 않은 소스와 궁합이 맞는다. 식초나 레몬즙이 들어가 지방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소스는 질리지 않고 고기를 먹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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