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석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최근 태반의 기능 및 질환에 대한 연구를 돕는 ‘인공태반칩(Placenta-on-a chip)’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공태반칩은 반(半)삼투성막으로 분리된 두 개의 작은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쪽은 태반의 영양막세포, 나머지 한쪽은 태아의 혈관내피세포로 채워져 있다. 연구팀은 칩을 통해 글루코스를 통과시켜 영양분의 이동을 증명했다. 폐와 같은 장기의 기능을 칩에 이식한 사례는 있었지만 태반의 기능을 칩에 이식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반은 임신 중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기관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태아에게 유도하고, 해로운 물질의 침투를 막으며,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임신중독증이나 태아발육부전 같은 임신합병증의 예방에 도움돼 많은 의학연구자들이 태반 연구를 중요시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 전에 태반에 대한 직접적 검사나 침습적 모니터링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어 제대로 된 연구가 어려웠다. 대부분 출산 후에 배출된 태반을 단순하게 관찰하거나, 동물모델 또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세포를 이용해 연구했다.
하지만 기존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태반은 인간의 태반과 너무 다르고 실험실에서 배양된 세포는 복잡한 태반 구조를 반영할 수 없었다. 이에 홍 교수팀은 산모와 태아 간의 영양분 교류를 포함한 태반의 구조와 기능을 미세한 형태로 모방한 인공태반칩을 개발했다. 인공태반칩을 이용하면 동물실험보다 훨씬 효율적인 연구와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태반이 어떻게 양방향 교류를 해 영양분과 산소를 운반하는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침입을 어떤 기전으로 막는지를 연구해 임신합병증을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임신의 예후를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임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홍준석 교수는 “인공태반칩을 통해 태반의 기능 및 이상에 대해 연구하면 진행되면 임신중독증, 자궁내 태아발육부전, 거대아 등 산과적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예방과 치료에 대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바이오엔지니어링 협동과정 박사 과정 이지수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모체·태아·신생아의학저널’(Journal of Maternal-Fetal & Neonat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