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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달임 개고기는 이제 그만? …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논쟁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7-16 14:33:55
  • 수정 2016-02-12 13: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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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백질·불포화지방 多 원기회복 도와 … 현대인은 영양과잉, 오히려 독 될 수도

개고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여름철 보양식이다. 전통적으로 구장, 지양탕 등으로 불렸으며 보신탕이란 이름은 이승만 정권시절 지어졌다.

초복이었던 지난 13일 미국 뉴욕시 한복판에서 한국의 개고기 식용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시 동물권리(NYC Animal Rights)’ 등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한국 뉴욕총영사관 앞에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의 음식 문화에 항의하는 집회를 갖고 13일을 ‘한국의 개와 고양이를 위한 국제행동일’로 지정했다.

시위대는 개들이 우리에 갇힌 채 트럭에 실려가는 사진을 붙인 피켓을 들고 “한국은 이런 행동을 중단하라(South Korea Stop This)”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개를 잔인하게 죽이는 등의 행동은 한국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며 “보신탕 관련 업자들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동물보호자들을 위협하며 미디어를 통해 보신탕을 찬양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 논란은 예부터 이어져왔다. 개고기 마니아로 알려진 다산 정약용이 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 “개고기 먹는 것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걸 보면 조선시대 이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조선시대 영조때 문신이자 경상도 암행어사로 이름을 떨친 이종성은 “충심으로 사람을 받드는 동물을 복날이 됐다 하여 끓여 먹는 것이 어찌 사람이 할 짓인가?”라고 말하는 등 개고기 먹는 이를 혐오했다. 그는 개를 키우고 사랑한 애견인이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오장의 기능을 돕고 피로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허리·무릎을 따뜻하게 해 기력을 증진한다”고 쓰여져 있다. ‘경도잡지’, ‘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에서는 한결같이 개를 잡아 흰 파를 넣고 국을 끓여 고춧가루를 뿌리고 밥을 말아 먹었다고 적혀 있다. 보신탕은 시장에서도 파는 흔한 음식이었다. 조선시대에 돈과 권세 있는 양반들이 복중에 쇠고기와 민어를 즐겼다면 보신탕은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다.

보신탕이란 말은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때 만들어진 말이다. 이전에는 구장(狗醬), 지양탕(地羊湯), 개장국 등으로 불려졌다. 개고기 먹는 문화를 외국인이 미개하다고 여기자 개장, 구장 등이란 명칭을 허용하지 말도록 조치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구장, 개장, 개장국, 지양탕이 올라 있고 보신탕은 유사어로 나온다. 언중은 ‘영양탕’, ‘사철탕’ 등도 같은 의미로 혼용하고 있지만 둘 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1980년 보신탕은 혐오식품 대열에 합류한다. 1984년 3월부터 서울시는 보신탕, 뱀탕, 개소주, 토룡탕(지렁이탕) 등 혐오감을 주는 업소의 영업행위를 금지했다. 88올림픽 등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 대비, 위생업소 질서 확립방안의 하나로 일반인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업소를 정비하려는 조치였다. 1984년 9월에는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위반업소에 대해 식품위생법시행령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보신탕이 금지된 지 1년만에 보신탕집들은 위장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했다.

복날에 개를 먹는 풍습은 중국 진나라 때 덕공이란 인물이 삼복 때 개를 잡아 사대문 안에서 제사를 지낸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한국에는 아직도 남아있다. 중국 일부 지방에서는 매년 하지(夏至)가 되면 개고기를 즐겨먹는다. 조선족 인구 비중이 높은 동북지방에선 특별히 계절을 따지지 않지만 일부 남방지역에선 하지에 개고기를 먹는다. 한국에서 해마다 복날이 되면 견공들이 수난을 겪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광시(廣西) 장족 자치구의 위린(玉林)시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하지 며칠 전부터 시 전역에서 주민들이 곳곳에 모여 ‘개고기 축제’를 연다. 한꺼번에 수십 명, 수백 명이 노천광장에서 원탁에 둘러앉아 개고기를 나눠 먹는다. 표면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시 정부가 물심양면 지원한다. 인구 약 700만명인 이 도시에선 개고기 요리점 200여곳이 성업 중이고 한 해 도살되는 개가 60만마리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개고기 애호가들은 개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소화가 잘되고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원기회복에 좋다고 주장한다. 개고기는 소·돼지고기와 달리 지방 함량이 낮과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등의 비율이 높다.

안용복 충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개고기는 닭고기와 함께 끓이면 잘 풀어지는 성질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소화가 잘된다”며 “상온에서도 지방 성분이 굳지 않아 혈관질환에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반대다. 보양식이 아니라 오히려 몸에 해로운 음식이라고 말한다. 개고기가 소ㆍ돼지ㆍ닭고기 등에 비해 특별한 성분이 없고 고단백 식품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고영양 식습관을 가진 현대인에게 고단백질 음식은 뼈에서 칼슘이 녹아 나오게 하고 콜레스테롤과 요산 수치를 올리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채식 의료인 모임인 베지닥터의 이의철 사무국장은 “조선시대 사람들은 대부분 채식 위주의 식사를 즐겼으며 동물성 식품 섭취는 ‘연례행사’였다”며 “매끼 과도하게 동물성 식품을 먹는 현대인에게 고단백질 식품은 보양식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신탕의 가장 큰 장점은 소화가 잘된다는 것.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되는데 개고기는 아미노산 조성이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는 이론이 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모든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똑같이 분해 흡수되므로 설령 개고기 단백질이 사람과 가깝더라도 무의미하며 어떤 신비한 효과를 발휘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개고기에는 비타민A와 B도 풍부하다. 이런 이유로 예전부터 병후회복에 보신탕을 권해왔다. 특히 골절이나 수술 후에 살이 잘 돋으라는 뜻에서  환자에게 보신탕을 먹이는 게 관습으로 굳어져왔다.

한국에선 개고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한 법률이 없다. 과거 축산물가공처리법(도축법)에서 개를 도축장에서만 잡도록 규제했다. 그러다가 1978년 8월 당시 농수산부 고시로 개를 자가도축 대상으로 지정해 누구나 아무 데서나 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축산법에 규정된 축산물인 소, 말, 양(염소·산양 포함), 돼지(멧돼지 포함), 사슴, 당나귀, 토끼 등을 제외한 육류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보신탕집은 모두 식품위생법에 의한 일반음식점으로 허가 및 위생점검을 받아야 한다

개고기는 축산가공처리법에 빠져 있다. 국내에서 동물을 정당한 이유 없이 죽일 경우 동물보호법 8조에 위반돼 형사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식용이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개를 도축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 도축을 환경오염, 동물학대 등의 이유로 제제할 수 있지만 행위 자체를 지적하기에는 관련법이 애매하다.

북한에서도 개고기를 단고기로 부르며 즐겨 먹는다. 음력 5~6월이면 먹는 전통 보양식으로 인식됐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영양상태가 악화돼 북한 주민은 각종 질병과 전염병에 쉽게 걸린다. 특히 결핵·간염 보유자는 봄·여름이 되면 기운이 없어지고 밥맛을 잃어 심한 경우 정신쇠약까지 겹치면 ‘49호’ 대상자로 지명된다. 북한에선 뚜렷한 질환이 없되 정신적인 문제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환자를 49호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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