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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부 독립은 타당한가? 의료계 헤게모니 다툼 심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7-14 13:49:37
  • 수정 2015-07-17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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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의협 “보건복지 묶인 국가 7개 불과, 복수차관제라도 도입해야”

시민단체·한의협 “의사들의 주도권 쟁취 속셈, 업무부처 일원화가 먼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를 주축으로 한 의사단체가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이 보건부 독립이 능사가 아니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메르스 사태를 이용해 공급자, 즉 병원과 의사 주도의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보건의료 분야에 특화된 보건부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의협과 병협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보건과 복지 분야가 공존하는 정부 조직체계 때문에 신종 감염병에 대한 조기 대응 미흡, 컨트롤타워 역할 부재 등 제도적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복지부 독립론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처럼 보건과 복지가 한 부처에 묶인 나라는 7개국에 불과하다”며 “보건부 독립이 절실하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복수차관제라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부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은 과거에도 제기됐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료 분야 예산 및 전문인력의 부족을 보건부 독립의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 53조4000억원 중 보건의료예산(건강보험 제외)은 4% 수준인 2조3800억원에 불과하다. 또 복지부 고위공무원 740명 중 의사 출신은 1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리의 상당 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이 맡고 있다.

의협과 병협은 구체적으로 복지부에서 보건의료, 공공의료, 건강정책, 건강보험정책 등을 나눠 보건부로 만들고 현재 지자체가 관리하는 보건소를 신설 부처 산하에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미 보건부와 복지부를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보건의료와 사회복지는 성격이 서로 달라 별도의 역할과 전문성이 요구되며 하나의 분야만으로도 방대해 두 분야를 한꺼번에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개정안 발의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한의사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찮아 보건부 독립이 언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의협은 의협이 보건부 독립을 주장하는 이유는 의사 출신 장·차관을 만들어 의사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초기 상황을 진두지휘했던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 질병관리본부장,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 질병예방센터장 등 담당실무책임자들이 모두 양의사 출신임을 생각하면 양의사협회의 주장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보건부 독립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재난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조치”라며 “한의협의 보건부 독립에 따른 의사 장차관 주장은 국가 재난이 반복되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하고 반국민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부 독립에 대한 여론은 한의협을 제외하더라도 대체로 부정적인 상황이다. 병·의협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에서는 시민단체 등은 보건부의 독립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업무가 이원화돼 부처 간 소통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용적인 문제점도 지적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보건부를 만들려면 환경부 소관의 환경보건, 고용노동부 소관의 산업보건 등 각 부처에 흩어진 보건 기능을 모아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정부 조직 전체에 손을 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처 관계자도 “세월호 사태 이후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로 나뉘면서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부처를 이원화시키는 안을 논의하기 전 어떤 방법이 효율적이고 현명한 대처인지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보건부 독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료계가 주장하는 보건부 독립은 보건의료정책 결정을 의료공급자가 주도하겠다는 소위 ‘전문가주의’의 속내가 자리하고 있다”며 “노조에서 보건부 독립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오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체계를 바꿔 의료공공성을 높이자는 것으로 의료계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우려했다.
민간 주도의 의료공급체계는 공공의료의 부족, 보건의료인력의 부족, 의료기관의 안전시스템 실패라는 결과를 야기했고 공급자도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은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업무를 일원화하는 등 기본체계를 정리하고, 민간주도의 의료공급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며 “전문가들이 보건복지부를 장악한다고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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