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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피해 병원 첫 폐쇄,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7-13 00:03:16
  • 수정 2015-07-17 10: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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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로의원 문닫아, 평택성모병원 50억원 손실 예상 … 병원 전체 피해액 1조원 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피해를 입은 병·의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의료계 당면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메르스 환자 경유 명단에 올랐던 하나로의원(서울 중구)이 결국 폐업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달 1일자로 중구 보건소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7일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한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경유 병원 24곳 중 하나로 메르스 확진 환자 한 명이 지난달 2일 이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

메르스 발생·경유 병원 중 폐업한 병원은 이 의원이 유일하다. 하나로의원은 폐업 신고를 하면서 보건소 등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찍혀 환자가 줄면 경영난이 심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지난 4일 메르스 사태 이후 경제적 손실을 본 21개 병원에 모두 16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의원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하나로의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로 지난 5월 29일 자진 폐쇄했던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최대 50억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대책 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이기병 평택성모병원 원장은 메르스로 인한 병원 손실을 묻는 질문에 “휴원으로 인해 25억원가량 손해를 입은 상황이며 재개원 이후에도 7~8월 환자가 감소해 손해액은 최대 50억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메스르로 입은 피해 정도에 비해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메르스 환자 치료·발생·경유 병·의원 78개곳의 직접적인 피해액을 조사한 결과 약 4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용균 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4900억원이라는 수치는 메르스 발생 전인 2∼5월과 발생 후인 6월을 단순 비교한 기초조사 결과로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것”이라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와 식당 등 부대사업 수입까지 포함하면 피해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또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전체 병원 138개 중 78개만 조사된 것으로 조사 대상에서 빠진 기관까지 합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메르스로 인한 의료기관의 전체 피해액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피해 규모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최근 정부는 메르스 피해를 입은 병원들에 16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대상 병원과 지원 금액은 국립중앙의료원(20억원), 건국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건양대병원·을지대병원(각 15억원), 단국대병원·경기도의료원·수원병원·부산 좋은강안병원(각 4억원), 아산 충무병원·대전 대청병원·강릉의료원·분당서울대병원·충북대병원·전북대병원·동국대 경주병원(각 2억원) 등이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발병 이후 매일 약 5억원 가량의손실이 나고 있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총 15억원 수준”이라며 “사실상 보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수도권의 메르스 치료병원도 하루 수익이 이전에 비해 9억원 정도 줄었지만 정부가 지원금은 2억원에 그쳤다.

정부 지원이 수도권 위주 병원에만 한정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7일 경남도와 창원시에 따르면 정부 지원금 대부분은 수도권 병원에 배정되고, 경남지역 병원에는 한 푼도 할당되지 않았다.
경남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했던 창원 SK병원과 이 환자를 치료한 창원삼성병원, 의심환자를 격리치료한 경상대병원과 양산 부산대병원, 마산의료원 등 5곳의 피해가 컸다. 경남도 조사결과 이들 병원의 손실 규모는 11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한 창원 힘찬병원과 가족보건병원은 손실액 집계에서 빠져 이들 병원까지 합치면 전체 손실 규모는 더 늘어난다.

특히 창원 SK병원은 지난달 11~25일 자진해서 코호트 격리(환자·의료진 동시 격리)하면서 진료를 아예 못해 19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긴급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정부가 수도권 위주로 지원금을 배정하고 경남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지역 차별이자 홀대”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조속한 지원금 배정을 촉구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하자 복지부는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의 보상을 위한 추경예산 1000억원을 확보키로 했지만 지원 대상 의료기관은 150여곳에 불과하다.
지난 13일 개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피해보상 예산 1000억원의 지원 대상 기관을 메르스 치료병원(음압격리 병실서 치료한 경우), 노출자 진료병원, 집중관리병원, 환자 발생·경유병원 등 4개 유형 154곳으로 한정하고 병상수, 환자치료 기간 등에 따라 차등 보상한다고 밝혔지만 병원급만 해도 수가 매우 많고 의원급의 경우 2만개에 달하는데, 지원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손실 보상 대상에서 빠진 기관을 포함해 하나로의원도 상황을 파악해 지원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겠다”며 “1000억원으로 부족하면 예비비 등을 통해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병원회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은 물론 모든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환자 감소로 엄청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병원 존립이 위협받고 의료의 질이 저하돼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세 감면율과 감면 및 유예기간을 최대한 확대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물론 환자 감소로 인한 병원 경영난을 금융기관 운영자금, 융자지원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 공공의료기관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 같은 사태 발생시 의심환자가 우선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 규모별로 공공의료기관과 연계해 비상의료체계운영을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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