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연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배기범 부산백병원 외과 교수는 손상된 장기의 조직을 신속하게 재생시키는 신재생물질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독성물질, 감염, 외상, 수술 등으로 장기가 손상된 경우 생체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E2(PGE2)라는 생체활성물질이 분비된다.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회복물질(PGE2)을 대사하는 효소인 15-PGDH(15-prostaglandin dehydrogenase)를 찾아내 억제한 결과 골수, 대장, 폐, 간, 조직 등에서 PGE2의 농도가 2~3배 이상 증가해 조직재생 및 장기회복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천적으로 15-PGDH효소가 없는 생쥐(실험군)에게 골수를 이식한 결과 일반 정상 생쥐(대조군)에 비해 이식된 골수세포가 신속히 복원되고 혈구 생성이 6일 이상 앞당겨져 빠른 회복과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이어 대장염을 일으키는 물질인 DSS(dextran sulfate sodium)를 15-PGDH효소가 없는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장세포의 염증 발생이 대조군에 비해 50% 이상 적게 나타난 반면 재생되는 대장세포는 2~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15-PGDH효소를 억제하면 재생활성물질(PGE2)이 증가해 대장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로부터 대장이 보호되고, 대장세포가 신속히 재생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쥐에 부분간절제술을 시행한 실험에서는 15-PGDH효소가 없는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간 재생 능력이 2~3배 이상 증가했고 재생속도도 24시간 이상 빨라졌다.
연구팀은 15-PGDH효소를 강력히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찾기 위해 22만개의 후보 화학물질(chemical compound)을 분석해 ‘SW033291’이란 신재생물질을 개발했다. 15-PGDH효소 억제제인 SW033291을 정상 생쥐에 투여한 결과 골수, 대장세포, 간 등의 재생효과가 15-PGDH효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쥐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배 교수는 “세포가 신속히 재생되면 감염으로 인한 손상, 외상, 수술적 손상 후 회복이 빨라지고 각종 합병증과 치사율을 줄일 수 있다”며 “환자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면 의료비 절약은 물론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신약은 장기절제 후 회복, 골수질환 및 염증성장질환 치료, 조직재생 촉진 등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의 샌포드 마르쿼위츠(Sanford Markowitz) 교수팀이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세계 3대 저널 중 하나인 ‘사이언스(Science)’ 지난 12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