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메르스)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대상으로 부분적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의협이 ‘국민건강’보다 개별 의원들의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직능이기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는 폐쇄 조치에 들어간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재진환자의 원격진료(전화진찰)를 허용키로 했다. 복지부가 의약단체에 전달한 ‘메르스 대응 관련 처방 추가지침’에 따르면 한시적인 의료법 적용 예외를 인정해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스마트폰 등)로 소속 담당의사에게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건의에 따른 것으로 담당의사가 재진 환자와 전화로 진찰한 후 외래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송(팩스 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협은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없이 원격의료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메르스 확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의료 도입을 요청한 것이나, 복지부가 이를 허용한 행위는 모두 국민 상식에 벗어난 것”이라며 “아무리 비상시국이라도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의료계 곳곳에서 “메르스로 전국민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협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초기 삼성서울병원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그동안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에 박탈감을 느꼈던 개원의들이 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불합리한 의료체계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원격진료의 한시적 허용은 대형병원들의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대면진료와 병원 내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전 의료계가 합심해 메르스 확산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의 무조건적인 원격진료 반대는 국민건강을 무시한 옹졸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이 폐쇄(외래진료를 안받는 경우)된 경우 재진환자에 기존 처방받은 동일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환자의 친족이 담당의사와 원격의료 또는 소속 종사자를 통해 해당환자의 진료기록부를 확인한 뒤 동일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 청구도 가능하다. 이같은 조치는 삼성서울병원의 중단된 외래진료가 재개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