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을 통해 혈액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김형범 연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와 김영훈 연구원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RhD+ 혈액형을 RhD- 형으로 전환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Rh D blood group conversion using 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의 제목으로 국제적인 유전학분야 학술지인‘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6월 16일(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RhD+ 형의 적혈구 전구세포에서 유전자 가위(TALEN) 를 이용하여 RhD 유전자를 제거해 RhD- 형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RhD 유전자가 제거된 적혈구 전구세포를 적혈구로 분화시켜 RhD- 혈액형으로 변환된 것을 확인하였다.
김 교수는 “과거에도 효소를 이용하여 A형과 B형 적혈구 표면에 나타나는 혈액형 항원을 소실시키는 방식으로 O형의 혈액형 전환연구가 진행되었으나, 매번 적혈구가 깨지면서 헤모글로빈이 유출되는‘용혈’현상으로 실패했다”며 “유전자 가위를 통해 적혈구 전구세포단계에서 유전자 교정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적혈구는 우리 체내에서 유일하게 핵이 없는 세포로서, 핵이 존재하는 상태인 적혈구 전구세포 단계에서 유전자 조작을 하더라도 최종 산물인 적혈구에서는 탈핵이 돼 핵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의 부작용을 피했다”며 “이번 연구는 RhD+ A형 적혈구 전구세포를 대상으로 성공했지만 모든 RhD+ 혈액형에 대한 RhD- 변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팀은 관련 유전자기술을 국내 특허 출원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혈액원장인 김현옥 진단검사의학 교수는 “RhD- O형 혈액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RhD+ O형은 물론, RhD+/RhD-의 A형, B형, AB형 사람에게 수혈이 가능한 만능 혈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인공혈액 대량생산 기술이 성공할 경우 한국인에서의 빈도가 0.15%로 희귀혈액형인 RhD-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응급으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큰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과 메디스타 과제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