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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류의 대체 식량 ‘곤충’ … 육류보다 친환경·경제적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18 12:08:04
  • 수정 2016-02-12 13: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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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정벌레·애벌레·벌·메뚜기 순 섭취 … 곤충내 단백질 비율 50%, 지방·탄수화물도 고루 함유

식용 곤충은 가축에 비해 사료도 적게 들며, 가공처리 후 버리는 부위가 없어 경제적이다. 국내 곤충시장은 연간 2980억원대로 정부는 2020년까지 관련 사업을 7000억원대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70억명을 돌파한 전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약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연합(UN)과 식량전문가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하려면 식량 생산을 지금의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구에는 이제 경작 가능한 새로운 땅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UN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는 2013년 보고서를 통해 곤충이 미래 식량위기를 해소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곤충은 예부터 인류의 먹거리 중 하나였다. 고대 그리스에는 메뚜기를 이용한 요리가 고급요리였으며, 로마시대에는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이용한 음식이 별미였다. 대부분 식용 곤충은 야생에서 채집된다. 벌, 누에 등 일부 곤충들은 가축처럼 사육돼 왔다. 식품을 목적으로 한 곤충 양식은 온대 지방에서 주로 이뤄진다.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은 귀뚜라미나 메뚜기를 대량으로 기르고 있다.

정철의 안동대 생명자원과학과 교수가 2012년 11월 한국토양동물학회지에 발표한 ‘인류 식량으로서의 곤충 자원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곤충이 간직한 풍부한 영양분을 주목했다. 말린 애벌레 100g에는 단백질 53g, 지방 15g, 탄수화물 17g이 들어 있다. 열량도 430㎉나 된다. 고품질 미네랄과 비타민도 함유돼 있다. 같은 양의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곤충의 단백질 함유량은 약 50%대로 쇠고기와 비슷하며 콩보다 많다. 지방은 약 20~30%, 탄수화물은 약 10%로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곤충은 기르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다. 곤충 양식은 소·돼지 등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환경에 해로운 이산화탄소나 암모니아 가스의 배출량이 훨씬 적다. 병해충을 막기 위해 약품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곤충은 인간과 완전히 다른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돼지독감, 조류인플루엔자 등 인간에게 옮기는 전염병도 거의 없다.

곤충 사육에는 사료도 적게 든다. 일반적으로 소의 몸무게 1g을 늘리려면 8g의 사료가 필요하다. 인류가 소 한마리를 먹기 위해 약 8배가 넘는 양의 자연을 파괴하는 셈이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소 한마리를 키우는 데 사람 한 명이 먹는 곡물의 약 11배를 소비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에 비해 곤충은 온혈동물인 소·돼지와 달리 냉혈동물로 체온유지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그만큼 사료가 적게 든다. 귀뚜라미의 경우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사료비가 소의 12분의 1 수준이다.

곤충은 가공처리 후 버리는 부위가 없다. 돼지는 30%, 닭은 35%, 소는 45%, 양은 65%를 먹지 못한다. 건조된 유충(애벌레) 100g에는 약 53g의 단백질과 15%의 지방, 17%의 탄수화물, 430㎉의 열량을 가진다. 유충 100g이면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미네랄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지구 상에 알려진 동물은 약 140만종이다. 이 중 곤충이 약 100만종으로 추산된다. 일부 곤충학자들은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곤충까지 합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100만종의 곤충류 중 인류에게 작물, 가축, 식용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은 5000여종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곤충은 딱정벌레(딱정벌레목)로 전체의 약 31%다. 이어 애벌레(나비목) 약 18%, 벌·말벌·개미(벌목) 약 14%, 메뚜기·귀뚜라미(메뚜기목) 약 13% 순이다. 나비목은 대부분 애벌레 형태로 섭취하며 벌목은 유충이나 번데기 형태로 먹는다. 딱정벌레목은 성충과 유충이 모두 식용으로 가능하다.

세계 각지에서는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의 아르키펠라고(Archipelago)라는 식당에서는 꿀벌 토핑이 된 카스타드 푸딩인 베이비 비 브룰레이(Baby Bee Brulee)가 11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멕시코 식당 톨로쉐(Toloache)에서는 메뚜기가 들어간 타코가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번데기와 메뚜기 튀김을 고단백 간식과 술안주로 먹고 있다. 중국에는 전갈·귀뚜라미 튀김이, 미국에는 곤충 사탕이 있다. 일본에선 곤충 초밥이 팔린다. 태국에서는 귀뚜라미요리는 특식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애벌레와 메뚜기를 선호하고 일본은 말벌이 인기다.

특히 귀뚜라미와 메뚜기는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 형태로 가공할 경우 육류와 크게 다르지 않는 향과 맛이 난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곤충을 주된 음식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연구에 최근 100만유로를 투자했다. 또 곤충농장과 관련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09년 약 159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2980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2010년 곤충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데 이어 2011년 1월에는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전문인력 육성과 사육농가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까지 곤충산업을 7000억원대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계 최초로 과학적인 실험과 검증을 통해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 mealworm)와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굼벵이)를 식품원료로 한시적 승인했다. 장수풍뎅이와 귀뚜라미도 곧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예천군은 내년 ‘예천세계곤충엑스포’에서 곤충음식 페스티벌을 열기로 결정하고 곤충과자와 곤충을 재료로 한 떡볶이·국수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식용 곤충이 대중화되려면 먼저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곤충은 크기가 워낙 작다보니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려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단순 채집으로는 필요한 양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곤충의 대량 교배나 사육도 어렵다. 날개와 다리는 거칠거나 딱딱해 먹기가 곤란해 조리 과정에서 이를 일일이 제거하는 것도 골치다.

전문가들은 곤충이 먹거리로 자리잡으려면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각종 연구를 통해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밝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곤충을 통한 세균감염을 우려하지만 전체 곤충 중 0.5%만 치명적인 병원균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에서 꾸준히 곤충에 대한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다.

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감이 큰 것도 문제다. 국내에선 번데기(누에나방 고치)가 그나마 대중적인 먹거리다. 서구에서는 식용 곤충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하다. 선천적으로 곤충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있다. 곤충을 먹으면 알레르기 때문에 위경련, 설사, 소화불량,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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