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면역반응을 제어해 만성 피부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형표 연세대 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와 김태균 연구원은 피부 면역세포에 있는 ‘CTCF’ 유전자가 세포항상성(Homeostasis) 및 면역기능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피부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외부자극에 맞서 정교한 면역 방어 체계를 가동해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조직이다. 피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외부자극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토피질환이나 알레르기피부염 등 염증성 피부면역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 질환은 원인치료가 어렵고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면서 합병증이 오기도 한다.
김 교수팀은 피부 상피에 존재하며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다양한 세포 중 수지상세포인 ‘랑게르한스(Langerhans)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피부에 침입하는 다양한 외부자극(항원)을 인지하고 면역세포에게 공격을 지시한다.
연구팀은 랑게르한스 세포 기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한 결과 이 세포 내에서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CTCF’ 유전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CTCF 유전자의 역할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피부상피에 있는 랑게르한스 세포에서 CTCF 유전자를 제거했다. 이후 일반 쥐와 함께 두고 다양한 피부자극을 가했다. 일반 쥐는 5일째 대부분의 염증이 사라지고 피부두께도 정상치를 찾았지만 CTCF 유전자가 제거된 실험용 쥐는 염증이 계속 악화되고 귀를 덮은 피부가 두터워졌다. 알레르기 반응에서도 CTCF 유전자 제거 실험용 쥐가 일반 쥐에 비해 염증반응도와 회복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랑게르한스세포 내 CTCF 유전자 활성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알레르기 및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신약개발이 가능하다”며 “아토피 및 알레르기질환에서의 CTCF 유전자의 용도에 대해 국내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민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치료를 위해 환자의 피부 수지상세포가 분비하는 염증성 물질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가 이미 나와 있어 아토피와 알레르기질환자에 대한 표적치료제 개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면역학분야 학술지인 미국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지(The 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인용지수 IF 11.248)’ 최근호에 ‘CCCTC-binding factor controls the homeostatic maintenance and migration of Langerhans cell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