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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해외진출 경쟁 치열 … 의료한류 성공가능성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10 16:06:29
  • 수정 2023-09-15 16: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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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진출 건수 4년새 115% 늘어, 중국 최다 … 4곳 중 1곳 실패, 정확한 비용산출 필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칼리파 전문병원진료수입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국내 의료기관들이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카자흐스탄 등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 수입원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던 연구중심병원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지지부진해진 것도 병원들이 해외진출에 올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무조건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지 문화의 특수성, 제도적 차이, 정보 및 자금 부족 등으로 해외에 진출한 의료기관 중 4곳 중 1곳은 짐을 싸야 했다. 너도나도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블루오션으로 인기를 얻었던 해외의료시장이 레드오션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결과 2014년 말 기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건수는 19개국 125건으로 2010년 58건보다 11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35건), 몽골(12건), 베트남(6건). 아랍에미리트(5건), 카자흐스탄(4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00년 이후 개원 중소병원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고, 최근엔 인력 및 재정면에서 유리한 대학병원들이 의료한류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보통 2000년대 초 중국·베트남·몽골 등에 진출을 시도했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을 해외진출 1세대, 2000년대 중후반 전문성을 내세워 중동·중앙아 시장을 공략한 우리들병원·보바스기념병원·세종병원 등을 2세대, 2010년 이후 해외 공략에 나선 대학병원들을 3세대로 부른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칼리파 전문병원을 공식 개원했다. 두바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라스알카이마에 위치한 이 병원은 UAE 대통령이 지역사회에 기부한 248병상 규모 비영리 공공병원이다. 지상 5층·지하 1층, 대지면적 20만㎡, 연면적 7만2248㎡ 규모의 3차 전문병원으로 암·심장질환·신경계질환 등을 중점적으로 진료한다. 지난해 6월 이 병원은 5년간 1조원 규모의 쉐이크칼리파 전문병원 위탁운영권을 따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산동성 칭다오(靑島) 지역에 세브란스 브랜드로 10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 중이다. 2018년까지 3000병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의료기술, 경영 및 IT 노하우를 제공하고 중국 의료진 교육을 담당한다.  세브란스 의료전문가 파견 지원, 건축설계 자문도 맡는다.
이와 함께 상하이에서 2시간 떨어진 인구 124만명 규모 강소성 이싱시(宜興市)에 건강검진센터를 짓는다. 이 센터는 VIP고객을 대상으로 검진을 하면서, 치과, 피부과, 비뇨기과, 소화기, 내분비내과, 안과, 산부인과, 호흡기내과 등 외래서비스도 실시하게 된다. 주변에는 요양원, 재활병원은 물론 노인커뮤니티, 주택단지, 건강호텔, 연구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사우디아라비아 킹파흐드왕립병원(KFMC)에 뇌조직은행·아바타시스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빅5 중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에 덜 적극적인 것은 과거의 실패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병원은 2010년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메디컬센터를 개소했지만 3년 후 철수했다. 현지화 실패로 인한 환자유치 저조가 철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민간기업인 VPS 헬스케어그룹과 합작해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중심지인 마리나몰(Marina mall) 내에 건강검진센터를 세운다. 병원에서는 의료진 25명을 투입해 매출액 대비 10%를 운영 수수료로 배분받기로 했다.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 5년간 최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두바이 등 여러 중동국가에 검진센터 2·3호점을 지속적으로 개원할 예정이다.

센터는 검진 뿐만 아니라 간단한 시술이나 국내로의 환자 전원 등도 맡게 된다. 승기배 서울성모병원장은 “아부다비 인근은 사막지역이다보니 호흡기질환 환자가 많고 식습관 등으로 당뇨병, 관절질환, 심장병,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 환자의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진센터가 생기면 상당히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검진 도중 바로 절제할 수 있는 간단한 시술은 검진센터에서 하고, 경증환자의 경우 VPS에서 운영하는 200병상 정도의 병원으로 전원시킬 것”이라며 “중증환자라면 비행기를 타고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원시켜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직접적인 해외 진출보다는 국제진료센터를 통한 외국인 환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 병원 국제진료센터는 1989년 개소 후 암, 장기이식, 심장질환 등 중증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고난도수술 및 치료를 실시해왔다. 해외 환자 증가엔 연수프로그램인 AIA(Asan in Asia) 프로젝트의 공이 컸다. 이 병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2년 47개국 의료진 437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시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연수받은 의료진이 자국에 돌아가 ‘아산동문회’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자 자연스럽게 중증환자 유입으로 이어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말레이시아내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말라야대병원 및 썬웨이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동남아 진출에 시작을 알렸다. 이 병원은 지난해 8월부터 말라야대병원에 국산 장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술기 교육 및 수술장면 공유 등을 추진해왔다.

차병원그룹은 중국 유니헬스케어와 협력해 불임센터(IVF)를 설립키로 했다. 이에 따라 차병원은 의료기술과 의료진, 병원 운영 등의 기술을 제공하고 유니케어헬스는 설립에 필요한 건물과 투자 허가 등의 사업 부분을 담당하게 된다. 유니헬스케어 측은 차병원그룹의 의료기술과 의료진, 운영 시스템 등을 무형자산으로 인정해 로열티와 설립에 필요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아주대의료원은 지난달 21일 중국 연변호텔 1층 회의실에서 중국 길림성 연변제2인민병원과 ‘한국아주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병원 개원 후 첫 해외 진출이다. 의료원은 향후 10년간 한국아주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 의료 및 관리인력을 파견하고 위탁운영을 맡는다. 연변제2인민병원은 건강검진에 필요한 시설, 인건비, 숙소 등을 제공하고 의료인의 신변을 보장한다. 매년 아주대병원에 명의사용로 2억원, 위탁수수료로 검진이익의 5%를 지급하게 된다.

국내 의료기관이 해외 병원에 의료 및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 사례는 많지만 직접 인력을 파견해 운영하면서 수익금을 받는 방식은 드물다. 이번 계약은 연변조선족자치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가능했다.


조룡호 연변조선족자치주 부주장(한국 부지사급)은 “아주대병원의 의료기술과 이념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며 “길림성에는 러시아 관광객이나 검진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연길시민이 많고 동북아지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중요 지점으로 인식되고 있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해외 병원에 의료 또는 경영에 대한 컨설팅을 하는 사례는 많지만 국내 병원이 직접 의료와 관리인력을 파견해 운영에 대한 수익금을 배분하는 방식은 극히 드물다. 이밖에 한양대병원과 길병원은 중남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가장 많은 국내 의료기관이 공략에 나선 중국은 최근 100% 외자병원 설립이 허용되면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베이징·톈진·상하이·장쑤성·푸젠성·광둥성·하이난성 등에서 외국 자본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병원 설립에 관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하이 자유무역구(FTZ)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던 제도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들 7개 지역에서는 외국인이 병원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신설하거나 기존 병원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개원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무조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제도나 문화가 국내와 판이하게 다르다보니 야심차게 해외에 진출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잖다. 


의료수출 1세대로 불리는 SK아이캉병원은 병원진료와 경영 전반을 한국이 맡았고 예치과, 새빛안과, 초이스피부과, 탑성형외과, 유니언이비인후과 등 5개 클리닉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내외 파트너간 경영권 대립, 매출 부진, 중국 정부의 단속 등으로 2009년을 전후로 모두 철수했다. 
이밖에 2000년 중국 의료시장 개방으로 현지에 진출한 병원 중 상당수가 현지시장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결과 해외진출시 겪는 애로사항으로는 정보부족이 27%로 가장 많았고 현지 네트워크 17%, 법·제도가 15%로 뒤를 이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중국이나 중동 등은 현지상황이나 법 등이 우리와 달라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중국내 파트너사 또는국내 파트너사와의 갈등도 성공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병원을 운영하려면 의료소송에 대비해 양질의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는 게 효과적인데, 협력관계가 갈등으로 이어져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너도나도 해외 진출에 뛰어들면서 해외의료시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해외환자 유치 붐을 타고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해외사무소나 진료소를 개소했지만 전략 부재로 적자를 보고 철수한 사례가 많다”며 “당분간 중동이나 중국을 제외한 미주 지역에서 건강검진 환자를 유치하는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의료환경과 문화를 철저히 조사하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현지에서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어느 정도 자금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인력의 유출도 생각해 볼 문제다. 보통 병원은 중동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게 국내보다 최소 2~3배 많은 연봉과 다양한 복리후생을 약속한다. 이미 경제적으로 풍족한 의사들의 관심을 해외로 돌리기 위한 방책이다. 또 해외에 다녀온 의사는 빠른 승진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외 근무 지원자 모집은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이처럼 의사들이 빠져나가면 국내 병원들은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근무할 의사들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병원의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밤을 세워가며 환자를 치료해도 돌아오는 것은 피로와 자괴감뿐이다. 의사의 진료행위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인센티브 미지급 등으로 경제적 만족감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 근무하길 원하는 의사 중 상당수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담당 의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진출 실패를 최소화하려면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산출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병원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이 10억원이라면 나머지 홍보비나 급여는 개원 뒤 매출로 충당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국내보다 홍보비 등을 많이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S대 병원 관계자는 “병원 수출 성공의 세 가지 요소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자본, 현지화”라며 “현지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정보 습득과 현지 운영인력의 수급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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