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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연구중심병원 … 병원계 “복지부 믿다 낙동강 오리알된 셈”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26 00:34:00
  • 수정 2020-09-14 13: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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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예산 지원 대상서 탈락, 자존심 구겨 … 2013년 예산 배정 100억원 불과

서울아산병원 전경병원의 의료산업화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연구중심병원이 예산 부족 탓에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얼마되지도 않는 예산을 병원별로 쪼개다보니 일부 연구중심병원만 연구비 지원을 받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10개 병원 중 가천대 길병원,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3곳을 연구비 지원 대상으로 발표했다. 두 달 후엔 고려대 안암병원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이 추가로 국고 지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5개 병원은 2023년까지 8년 6개월간 매년 약 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로 돼 있다. 지원되는 총 연구비 규모만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연구중심병원 지정에서 가장 자존심을 구긴 곳은 서울아산병원이다. 아예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한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하면 빅5중 유일하게 연구비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으로서 국내 의료발전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는데 이번 연구비 지원 모집에 선정되지 않아 아쉽다”며 “그러나 향후 연구 방향이 맞는다면 얼마든지 국책과제 참여를 통해 최상위 수준의 의학연구를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역점을 두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복지부 연구비 과제 공모에 응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병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연구중심병원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 도입 초기엔 지원 대상을 선별한다는 말은 없었다”며 “기껏 막대한 비용을 들어 인프라를 마련해놨는데 지원 대상에서 탈락된다니 당황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지원이나 혜택은 전혀 없고 매년 복지부 평가만 이어지고 있다”며 “애초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병원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면 병원 회계상 연구비를 공식적인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고, 보건의료 R&D 연구비를 내부인건비(총 연구비의 40%)로 사용이 가능하다. 또 진료 중심의 고유목적 사업준비금으로 적립한 자금을 병원의 자체 연구비로 투자할 수 있다.
이밖에 채용 전문연구요원의 병역 대체 복무 인정(병무청),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법인세 및 지방세 감면 등 혜택도 받게 된다.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자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을은 앞다퉈 연구중심병원이 되기 위한 인프라 조성에 나섰고 복지부는 2013년 25개 지원 병원 중 가천대 길병원, 경북대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등 10곳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했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들은 핑크빛 미래를 꿈꿨지만 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연구중심병원 추진을 위해 2조4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 국고보조금 1조원과 민간 1조4000억원을 책정했지만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예산 배정에서 다른 국가 사업에 우선 순위를 뺏겼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회의론이 일었다. 결국 2013년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고작 100억원에 불과했다.

방영주 연구중심병원협회장(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보건의료산업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게 연구중심병원”이라며 “그러나 지난 2년간 진행된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의료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비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업이 몇 개월씩 지연되고 있고, 복지부는 몇 년째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실태 및 성과 조사만 할뿐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중심병원사업은 이제 시작했을 뿐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며 “미래 먹거리인 연구중심병원을 제대로 추진해 선진국과의 의료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중심병원은 지속가능한 연구 역량을 갖추고 기업 및 대학과 공동연구를 실시해 보건의료 산업화를 선도하는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의사와 연구인력이 협업해 합동으로 제약, 의료기기, 바이오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진료만 하는 곳에서 진료 및 연구를 병행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면 수입원이 다각화돼 저수가 및 급여 확대로 인한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미국 하버드대 의대는 세계 최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연간 병원 총 수입의 25%에 달하는 6억달러를 연구활동을 통해 얻고 있다. 이곳에는 병원을 중심으로 다국적 제약사 등 100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운집해 있다.
대규모 의료클러스터인 미국 텍사스 휴스턴메디컬센터의 수입은 휴스턴 지역경제의 25%를 차지한다. 

이와 달리 국내의 경우 병원 대부분이 진료 중심으로 운영되고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다. 보건의료 관련 정부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보건의료 R&D 예산은 1조1637억원으로 전체 R&D 예산의 6.6%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22%, 영국의 17%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게다가 적은 예산이 보건복지부 41%, 미래창조과학부 39%, 산업통상자원부 12% 등으로 흩어져 제대로 된 관리 및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할당된 R&D 예산도 지나치게 기초연구에 치중돼 실용화나 상업화가 어렵다. 정부의 R&D 투자 비중을 보면 기초연구가 43.6%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개발연구 22.4%, 임상연구 15.7%, 중개연구 10.3% 순이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은 연구보고서인 ‘국내 연구중심병원의 활성화 과제’에서 “연구중심병원 사업에 책정된 예산 규모가 적기 때문에 병원들은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조성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임상진료와 달리 연구를 통한 수익 창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려우므로 정부는 의료기관이 적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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