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의 한약제제 한일 합작기업인 한국크라시에가 2013년 1월 출범 이후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 잠식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한국크라시에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인 한국콜마가 일본 한약제제 2위 기업인 일본크라시에와 각각 15억원을 투자해 만든 회사다. 갈근탕, 소청룡탕, 작약감초탕 등을 과립(가루)으로 추출해 제품화했다. 이 회사는 국내 한의원에서 진료 시 가장 많이 참고하는 ‘방약합편’과 ‘동의보감’의 처방제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크라시에는 지난해 한약(생약)제제 11품목를 허가받았다. 변비약 ‘크라시에 을자탕 엑스세립’을 비롯해 급성습진에 쓰이는 ‘크라시에 황련해독탕 엑시세립’, 위장염약인 ‘크라시에 시호계지탕 엑스세립’ 등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전국 1만3000개 한의원 중 500곳에 납품하고 있다. 올해까지 전국 한의원 10% 이상에 납품해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한국크라시에는 중국에서 안전성, 품질 관리 등을 통한 원료로 생약을 끓여 성분을 추출한 뒤 일본 도야마에 있는 크라시에 공장에서 국내 한방제제와 차별화된 제조공정(스프레이 드라이 공법)을 이용해 벌크과립 형태의 제제로 만들고, 이를 국내로 들여와 포장을 하고 있다. 이 공법은 원료를 추출해 미세한 입자로 분무한 뒤 급속도로 건조시켜 분말을 얻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2년 안에 충북 제천에 생약 추출공장을 만들어 국내에서 과립형 제제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크라시에는 일본 내에서 전문약 부문 2위, 매출 약 3000억원의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로 알려졌다.
조제 시설이 없는 영세한 개인 한의원들은 규격화된 탕제에다 보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크라시에 탕제를 반기고 있다. 개인 한의원들은 원료의약품 공급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고, 한국 한약제제 성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화된 탕제에 긍정적이다. 탕제는 같은 약제를 끓여도 성분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줄기와 뿌리 부분 등의 약효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약제마다 약효 성분이 동일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국내 제약시장 중 한약제제는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첩약은 성분과 효능, 유통기한, 가격 등이 일정치 않아 건강보험에서도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많다. 국산 과립제(한방제제)는 추출 성분이 균일하지 않고, 위생관리 단속에 빈번하게 걸려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일본과 대만은 과학화·표준화로 과립형 한방제제를 보편화했다.
한국크라시에 관계자는 “한방제제의 표준화와 건강보험급여화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게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의 한 한의사는 “과립형제제는 보관이 편리하고, 한약재를 보관할 공간을 줄일 수 있으며, 표준화를 통해 효과가 검증된 제품은 액제에 추가할 수도 있다”며 한방과립제의 장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