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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들의 비현실적 암병원 경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5-06 01:30:50
  • 수정 2020-09-14 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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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예산 투자, 연세암병원 3300억원 소모 … 환자 의료비 상승 우려, 병원간 전문성 자존심 싸움 지속

건립에 3300억원 소요된 연세암병원그동안 대학병원들의 몸집 불리기가 단순한 병상 수 증설, 스타의료진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암병원 개원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저수가시대를 맞아 너도나도 비상경영을 외치며 인건비나 홍보 예산을 동결 및 삭감하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암병원 건립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암병원에 집중하는 이유는 병원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정책과 경제양극화 등으로 진료수익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인 항암표적치료제 등 높은 수가가 보장된 암치료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판단하고 있다.

암환자를 위한 전문의료시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암병원 확대는 암 조기발견과 환자 생존율 연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암은 여러 과 의료진의 다학제진료를 통해 항암치료 시기와 방법을 결정해야 치료효과가 높아지는 특성상 전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소모성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평생관리도 요구된다. 하지만 암병원 건립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병상 가동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들의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국내 암병원 총병상수는 지난해 개원한 연세암병원이 510병상, 고려대 구로암병원 300병상,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770병상,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650병상, 국립암센터 550병상, 서울대병원 암병원 202병상 등으로 이들 병원만 합쳐도 3000병상을 돌파했다.  이밖에 분당서울대병원이 2013년 3월 477병상 규모의 암뇌신경병원을 개원했으며 경희대, 한양대 등도 암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2016년 6월까지 220병상을 증축해 총 732개의 병상의 갖출 계획이다.
하지만  인구 3억2000여만명의 미국의 경우 500병상 내외의 암 전문병원이 슬로안케터링암센터, MD앤더슨암센터, 다나파버연구소 등 몇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내 대학병원들의 암병원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비현실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암병원 경쟁이 불필요한 환자의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암은 의사 한 사람만이 치료하는 질병이 아니다. 다양한 의료진 협진과 보조인력이 필요한 만큼 수백병상의 암병원을 운영하려면 보조인력의 대거 확충이 필요하다. 또 병상수가 크게 늘어나는 데 맞춰 빠른 진단과 치료를 위한 첨단장비를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등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암병원 건립에 700억원, 연세암병원 3300억원, 삼성서울병원은 3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기존 시설을 이용하거나 증축해 소요 예산이 다소 적긴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 투자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소요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암진단에 드는 비용과 입원 일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환자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S 대학병원 관계자는 “암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로 정부도 정책적으로 암환자 관리에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표적치료제 등에 대한 임상시험 진행이 병원 수익과 연결돼 수익과 전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암병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실적과 생존율이 곧 병원가치가 될 수 있어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라며 “병원이 암병원을 개설할 때 드는 비용은 몇백억, 몇천억 단위로 병상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재정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병원 입장에서는 순수한 환자치료보다 비급여검사나 표적항암치료제 처방이 수익이 더 크다”며 “게다가 일반적으로 ‘암’ 하면 전문성을 떠올리기 때문에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치료 전문성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격”이라고 말했다. 

K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장비를 사들이고 진단시스템을 확대하는 데만 해도 큰 비용이 들고 투입되는 의료진도 많아 고충이 많다”며 “암수술 후 생존율을 둘러싼 경쟁심리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회 관계자는 “이미 대형병원과 중소 병·의원과간 격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수도권 병원들이 암병원 증설에 욕심내는 것은 환자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암환자 증가 폭이 큰 폭으로 꺾이면서 병상가동률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신규 암환자 수는 22만4177명으로 전년보다 고작 3900여명 증가했다. 또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2012년 암 발생률(연령별 표준화)은 10만명당 319.5명으로 2011년 323.1명보다 오히려 3.6명(1.1%) 줄었다. 2000년대 초처럼 폭발적으로 암환자가 늘어나는 피크가 지났다는 의미다. 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술이 늘면서, 병원에 머무르는 암환자도 감소하는 분위기다. 조기 위암만 해도 내시경으로 제거하면 1주일 내 퇴원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암병원 운영을 기존의 수술·입원에만 치중하지 말고 예방센터나 호스피스 개념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병원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환자단체연합 관계자는 “암병원 확대는 조기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전문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암 진료의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외국처럼 암치료의 질 평가를 위한 지표개발과 의료기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암병원은 규모와 시설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선 결코 미국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로봇수술 장비 등 최신 의료기기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과 장비를 다루고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인력은 현격하게 열세다. 미국의 암 전문병원들은 의료진과 연구진을 포함해 병상당 직원 수가 20.6(슬로안케터링)∼23.4명(MD앤더슨)에 이른다. 반면 국내 암병원의 병상당 직원수는 3∼4명에 불과하다. 
국내 암병원들이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서비스보다는 하드웨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양적 서비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의사 한 사람이 볼 수 있는 하루 최대 외래 및 입원 환자 수를 제한, 각 환자들을 충분히 진찰하고 상담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무분별한 암병원 난립을 막고 국민이 암병원을 이용한 후 ‘바가지’를 썼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려면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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