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환자의 건강과 시간, 그 소중함의 깊이를 압니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원한 세브란스 연세암병원이 1차 목표였던 외래환자 및 수술실적 20% 증가를 달성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노성훈 연세암병원장은 29일 암병원 지하3층 서암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원 후 초반 6개월 동안은 외래환자 및 수술실적 증가 추이가 예상보다 완만해 긴장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와 가족의 경험담이 알려지고 협력 병원 등의 적극적인 진료의뢰와 전폭적 신뢰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실적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개원 첫 달인 지난해 5월 1500명이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올해 2월 1800여명으로 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루 수술실적은 37건에서 45건으로 22% 늘었다.
병원 측은 지난해 개원을 앞두고 외래 및 수술 분야 20% 증가를 목표로 삼았고, 이를 1년 만에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 병원장은 “1차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달려갈 계획”이라며 “개원 4~5년차까지 외래환자 20%, 수술환자 30% 증가라는 목표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번 성과의 요인으로 ‘3저(低), 3고(高)’ 정책을 꼽았다. 이는 환자가 겪는 통증·대기시간·불안감은 최소화하는 대신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 정확한 설명, 새로운 환자 경험을 높인다는 의미다.
노 병원장은 “우수한 의료진과 첨단 시설을 갖추고 환자가 꼭 듣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불안감을 낮춘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족도와 신뢰감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와 함께 입원환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오전 6시 이전에는 채혈, 검사, 영상의학 촬영 등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지키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를 직접 돌보는 전공의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은 중증 암환자 치료를 위해 다학제진료 및 고난도수술팀 운영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을 개원 초기부터 꾸준히 유지해왔다. 다학제진료는 4개 이상 진료과 교수가 한 자리에 모여 환자의 병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진단 및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일일이 연관 진료과를 찾지 않아도 되고, 가장 이상적인 치료트랙(track)을 설정할 수 있다.
고난도수술팀은 최소 2개 이상의 수술팀이 결합해 운영되며, 중증·고난도 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노 병원장은 “고도진행성암, 재발암, 전이암 등으로 다학제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개원 당시 30여명에서 현재 100여명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며 “이같은 추세에 맞춰 다학제 및 고난도수술팀을 차차 확대 개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또 1년간 100여건의 의뢰자주도 임상시험(SIT)을 실시하며 신약 개발을 위한 새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1400여명의 환자가 스크리닝 작업을 거쳤으며 현재 670여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해외환자 유치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개원 후 지금까지 외래 2522명, 입원 2315명 등 총 4837명의 해외환자가 이 병원을 방문했다. 국적별로는 러시아와 구소련 국가들로 구성된 CIS(독립국가연합) 환자가 가장 많았다. 중동지역이 뒤를 이었고 미국 등으로 이민을 떠났던 환자도 많은 편이다.
병원 측은 기존의 계획을 꾸준히 추진하고 ‘전이암 완치센터’ 같은 조직을 개설해 새로운 암치료 문화를 만들 계획이다. 노 병원장은 “암 진단 후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적어도 5년 동안은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환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과정이 필수”라며 “암지식정보센터와 암예방센터 운영을 통해 암 환자에 대한 추적관찰(follow up)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지역에 암병원이 난립하면서 균형적인 의료기관 발전이 위축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노 병원장은 “일부 공감하지만 연세암병원은 부여받은 사명과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며 “연세암병원처럼 큰 병원은 작은 병원이 수행하기 힘든 중증·고난이도 암치료, 연구와 임상시험, 예방프로그램 개발 등에 집중하고 초기 암 등은 전국 각 병원이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약이나 새 치료법 개발을 위한 다국가·다기관 임상시험은 모든 의료기관이 일률적으로 참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세암병원처럼 인프라와 대상 환자군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춘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그래야 외국 의료기관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