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 김 씨는 최근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쉽게 짜증을 낸다. 여성들만 봄을 타는 것으로 치부해왔지만 정작 자신도 밀려오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힘들다. 여기에 성욕 감소와 발기력 저하도 동반돼 배우자와의 잠자리를 회피하는 일이 늘었다.
김 씨처럼 평소와 달리 사소한 일에도 쉽게 예민해지고 우울증, 무기력증, 성욕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면 남성갱년기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재식 국립교통재활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운영) 비뇨기과 교수는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면 남성의 성적 욕구는 노인에서도 충분히 발휘된다”며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약 70%는 여전이 성적 욕구가 강하고 실제로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성적인 욕구나 성생활은 건강만 보장된다면 정년이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라며 “남성갱년기 장애가 왔다면 창피하다고 숨기지 말고 비뇨기과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성 갱년기 증후군은 주로 40대 중반~50대 중반에 걸쳐 나타나며, 중년 남성 10명 중 3명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대가 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30대의 절반, 80대 땐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에 대한 표적세포의 민감성이 감소해 폐경기 여성처럼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된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손상 및 질병으로부터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신체활동이 저하되며, 복부비만이 동반되면서 체중이 증가한다. 더불어 식욕저하, 무기력증, 불면증, 탈모, 골다공증, 근력저하 등이 나타난다. 심리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한다. 이밖에 우울감, 자신감 및 즐거움 결여, 삶의 목적과 방향 소실, 소외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이 동반된다.
무엇보다 성욕 감소, 성 행위에 대한 불안감 및 두려움, 성행위 도중 발기 문제, 성기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 성적인 문제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남성갱년기는 여성과 달리 폐경 같은 신체적 특징을 발견할 수 없어 진단이 쉽지 않다. 정상적인 건강한 남성은 호르몬수치 검사로 확진하며, 혈액검사 결과 테스토스테론 3.5 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로 진단한다.하루 중 호르몬 변화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오전 7~11시 사이에 검사받아야 한다.
확진 후에는 경구제, 주사제, 경피흡수제 등으로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준다. 전립선암 환자, 심한 심폐기능 부전증, 심한 무호흡 수면장애 등을 가진 환자는 갱년기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전문의와 상담한 뒤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