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의사들의 수장을 뽑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홍보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직 회장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추무진 의협 회장(50)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이용민 전 의협 정책이사(55),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54),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50),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58) 등이 도전장을 냈다.
그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3년간 물가상승률과 연동한 수가 현실화 △의약분업 재평가와 선택분업 전환 법률 제정 △리베이트 쌍벌제 등 의료악법 및 규제 철폐 △의료 본질에 위협을 주는 언론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처 등을 제시했다. 이 전 이사는 전국의사총연합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유승호 전 파주시의사회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경희대 의대 출신 일반의로 현재 전의총 의원협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37대 집행부 시절 의협 정책이사을 지내다가 노 전 회장과의 의견충돌로 사임한 바 있다.
송후빈 예비후보는 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친 노환규 파로 분류된다. 노 전 회장의 집행부 계승을 선언하며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으로 송형곤 전 의협 대변인을 영입했다. 이런 행보는 노환규 전 회장이 "지난해 대정부 투쟁을 앞장서서 이끌어 준 송후빈 회장의 노력이 이번 선거에서 옳게 인정받기를 기대한다"며 공개적으로 송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송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의사로 살아가기에 위해 필요한 것은 개혁을 넘는 혁명”이라며 “정부는 의료의 본질을 외면한 파렴치한 정책을 쏟아내고 의사들은 그것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07년 역사의 의사협회가 지금 거센 풍랑을 맞아 좌초 위기에 있다”며 “지금 의료계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며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애써 외면하고 있고 개원의들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매일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며, 전공의들은 교육을 빙자한 노동 착취 현장에서 합의된 근로기준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의사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혁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현 의협회장은 오히려 구세대들과 영합한 채 혁명의 시계바늘을 다시 뒤로 돌려버렸다"며 "3년 전 시작된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추무진 현 회장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송 후보는 △사원총회 정관 개정 △전국단위 상시 투쟁체 구성 △전국의사체육대회 및 결의대회 격년 개최 △전공의 수련평가기구 독립 추진 및 전공의 노조 설립 위한 노조설립 실행위원회 설치 △의대 교수의 한의대 강의 원천 금지 및 한의학 서적내 불법저작권 도용에 대한 의협 차원 저작권 소송 제기 △의협 중앙이사들의 적극적인 회무 참여를 통한 지역·직역 목소리 반영 △의료정책연구소의 혁신적 개혁 △의대 교수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위한 전담이사제 도입 및 의사소통 위한 협의체 구성 △표준근로계약서 통한 봉직의 및 전임의 근로 환경 안정화 △신규 개원의 위한 개원콜센터 운영 △개원의 대표 전국단위 중앙단체 설립 등을 내놨다.
그는 순천향대 의대 마취통증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현재 충남의사회장, 의협 보험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임수흠 예비후보는 “의사들이 정부에 무슨 미운털이 박혔는지 내놓는 정책마다 의사들의 목줄을 죄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이 초토화될 수 있으며, 특히 젊은 새내기 의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와 과도한 약제비 삭감은 근본적으로 의약분업에서부터 파생된 문제”라며 “분업 이후 정부는 약품가격 통제에 실패했고, 이로 인해 판매만 하면 과도한 영업이익을 남길 수 있는 제약회사들은 영업활동에 치중하면서 의사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규제기요틴과 관련해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방안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며 “더 나아가 한약에 대한 부작용, 피해사례를 종합적으로 취합해서 관리하는 ’약물센터‘를 설립해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의 인식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제도권에서 한방을 퇴출시키는데 일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들을 집결 시킬 수 있는 의료 현안으로 의약분업 재평가를 꺼내들고, 선택분업 쟁취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의약분업 이후 15년 동안 끈질기게 대체조제를 주장하는 약사회처럼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망설임 없이 말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의협회장에 당선되면 앞장서서 국민과 의사들이 원하는 선택분업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으로 현재 서울시의사회장, 의협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임 후보의 선대본부장으로는 대한의학회장, 중앙대의료원장, 중앙대 용산병원장 등을 지낸 김건상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사장이 임명됐다. 이밖에 홍성수 전 이비인후과 개원의협의회장, 안양수 전 의협 기획이사, 정승진 전 의협 정책이사 등이 선대본부를 맡는다.
조인성 예비후보는 의협 회장으로 당선될 경우 파업투쟁은 하지 않겠다며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선언했다. 조 회장은 13일 출마사를 통해 “‘파업 일변도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날 것’이며 ‘지금까지 의협이 파업투쟁해서 얻은 게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의사협회장이 파업 투쟁을 유도해선 안된다. 파업이 아니라도 이기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될 경우 1차로 의협 대표자에게 의견을 묻고, 그리고 어쩔수 없는 경우에만 파업을 하되 이런 경우에는 폐업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공의 처우개선을 위한 국회내 위원회 구성, 직역이해관계 조정회의 신설 등도 주요 공약으로 정했다. 그는 “의사 사회의 희망이 돼야 할 젊은 의사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꿈과 희망을 접고 있다”며 “국회내 전공의 처우 개선을 위한 위원회 설치를 공론화시켜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의사 조직은 다양화된 의사사회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변하기에 적합하지 않아 병원과 의원의 직역간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개원가와 학회에서 진료과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 봉직의, 개원의, 전공의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직역 이해관계 조정회의‘를 신설해 내부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중앙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으로 의협 공동비대위원장 및 대외협력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도의사회장을 맡고 있다.
현직 의협 회장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은 추무진 예비후보는 공식적인 출마선언 없이 후보자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아직 출마에 대한 공식 입장이나 구체적인 공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궐선거 당시부터 그의 차기 의협회장 도전은 기정 사실화됐다.
지난해 5월 의협 회장 보궐선거 당시 ‘노환규 아바타’로 불리며 노 전 회장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노 전 회장은 최근 SNS를 통해 “대의원회 개혁을 갈망했던 저와 회원들의 열망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직을 하사받은 것을 기뻐하는 추 회장을 보며 지난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회원들의 냉정한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의협 선관위는 16일까지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이날 저녁 후보자 기호추첨을 할 예정이다. 오는 23일에는 의협 선관위 주최로 후보자 정견발표가 개최된다. 오는 3월 7일에는 전공의협의회와 공중보건의협의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공동 주최로 의협 회장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 및 토론회가 개최된다.
전국의사총연합은 또 후보자 등록 마감 이후 각 후보자들을 상대로 주요한 의료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묻고 그 답변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완섭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는 회원 여러분이 의료계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지는 만큼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투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투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뛰어난 투표방식으로 우편투표에 비해 소요되는 비용 및 투개표 작업시간을 월등히 감축할 수 있어 협회 재정 건전화에 도움되고, 선거에 투입되는 인원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선거관리 규정이 개정돼 투표 기간이 확대된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