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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의약품도매, 1.3% 저수익에 1700곳 넘는 과포화문제까지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2-01 19:22:39
  • 수정 2020-09-14 13: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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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약가 수가 줄이자 의약계 모두 수익 창출 위해 도매 쥐어짜
지난 연말 국내 1위 의약품도매업체 지오영이 리베이트 살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매달 5~10개씩 의약품 도매업체가 생겨나는 과포화 상태와 과당경쟁으로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의약품 도매업계의 단면이 드러난 터여서 수사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한국의약품유통협회(옛 한국의약품도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매업계의 평균수익률(순이익률)은 은행이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도매 153개사의 순이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평균 1.3%에 그쳤다. 상위 20개사 중 1% 미만의 이익률을 내는 곳이 15개사이고, 이 중 3개사는 적자를 보고 있다.




















법적 지급비용(제약회사에게 제공하는 담보금)에 대한 금융비용이 전체 매출의 연2%, 신용카드 회사에 지불하는 카드수수료가 연 2%로 이들 비용만 해도 연4%에 달한다. 이는 수익률 제고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이다.

여기에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려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고강도 약가인하정책을 밀어붙
이자 제약사의 마진이 줄면서 그 영향이 도매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제약사들이 마른 수건도 더 짜내는 심정으로 비용 절감할 곳을 찾다보니 도매업계가 타격을 받는 셈이다.

외자사들은 대부분 5.5%대의 유통마진을 도매업계에 제공한다. 제약회사 담보금 이자율과 카드수수료율을 합친 금융비용이 연간 4%에 달하고 여기에 판촉·물류비용까지 들어가면 5.5%로 적자가 나기 마련이라는 게 도매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에 비해 국내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8% 이상의 마진을 주지만 더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병원들은 구매한 약품 비용을 즉시 결제해주지 않고 6개월에서 1년을 넘겨 지급해주는 병원도 많아 수익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도매업체는 여러 제약회사로부터 다양한 제품을 납품받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품목을 바꿀 수는 있지만, 병원
의 경우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곳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단골이어서 이른 바 ‘1원 낙찰’이라는 덤핑 공세도 서슴지 않게 된다. 도매상들은 의약분업 이후 원내 처방약 매출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에 원내 매출에서 손해보더라도 문전약국에서 판매하는 처방약을 통해 원외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로 출혈경쟁을 한다. 이같은 출혈경쟁은 상호 자정노력이 있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1원 낙찰 자체가 덤핑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의약품유통협회 측은 수익률 악화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최근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국내 제약회사 제품 쓰기 운동을 벌여 부산백병원 등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직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만 국한되지만 전국적으로 확대될 경우 외자사들의 동일 성분 오리지널 처방약 등은 병원의 의약품 선택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정부가 약가 수가를 인하하자 의약계는 수익 창출을 위해 도매업체들을 쥐어짰다.현재 국내 도매업체들은 규모의 경제가 아니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점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한 병원만 잘 잡으면 먹고 살 수 있다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전 도매업계는 외국계 의약품유통회사인 쥴릭파마코리아의 국내 도매시장 잠식과 의료시장 개방을 겨냥한 외국 약국체인업체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자 대외경쟁력 부재를 자신들이 해결할 당면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업체 통폐합을 추진하고, 최소한 물류 통합을 통해 경비절감에 나서자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그동안 이뤄진 성과는 전무하다.

도매업계 관계자들은 도매협회가 건의한 공동물류 허용과 물류조합 설립요건 완화 방안을 정부가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은 도매상간 3자 물류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 별도법인이 물류창고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공동 물류조합도 50인 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이를 5인 이상으로 완화해주기를 의약품유통협회 측은 바라고 있다.

의약품유통은 제약회사-도매상-병의원 및 약국으로 이어져 있어 도매상은 양측에 끼인 을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자금 형성, 할인·할증 등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주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 중견 도매업체 관계자는 “외자사의 전·현직 간부를 도매업체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는 궂은 일을 할 줄 몰라서”라며 “그들이 배운 정상적인 영업만으로는 도매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년간 한 병원의 원장을 자신의 차로 매일 출퇴근 시켜주는 도매상 사장이 있다”며 “그렇게 집사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도매다”라고 강조했다.

열악해지는 의약품 유통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매업계에서도 수익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분야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해 자생력을 갖춰나가는 곳도 생기고 있다. 전북 전주에 근거지를 둔 태전그룹은 경영다각화를 위해 변비치료제, 주문형 해독쥬스와 빙하수, 즉석밥, 요거트 등 식품쪽에 눈길을 돌렸다. 인터넷판매를 통한 소비자 직접 접근도 추진 중이다.

제약도매상은 신용카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을의 입장에서 제약사나 병원 및 약국과의 거래에서 손해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선 제약회사들은 도매상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 일쑤고 현금 결제를 요구한다. 병원이나 약국은 전용 결제카드를 받는 대신 할부수수료를 도매상이 대신 지급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구매 후 대금결제에 걸리는 수개월 동안의 수수료(할부이자)를 원래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유독 의약품유통 업종에서는 도매업체가 지고 있다. 병원은 결제기일이 길어서 문제고, 약국은 결제기일은 짧아도 워낙 관행화돼 있는 게 문제다. 약국에서 결제 건수마다 1만원 이하 우수리를 떼이는 것도 합치면 도매업체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할부수수료를 도매상이 부담하는 것은 도매상이 병원이나 약국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과 다름 없지만 현재 보건당국은 거래당사자끼리 풀어야 할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

미국의 도매유통은 제약회사로부터 마진을 받지 않지만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한 달 이내(보통 보름 이내) 결제받고 제약회사에 수 개월 뒤(보통 3개월 뒤)에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마진은 보름과 3개월 사이에 발생하는 금융비용(이자)의 차액에서 챙긴다.
대체로 도매유통업체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식품을 아우르기 때문에 포괄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국내처럼 직접적으로 제약사나 병의원, 약국으로부터 창출하는 것은 드물다. 따라서 의약품 판촉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적·물적 요소를 투입하는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매케슨사(Mckesson Drug Company)는 이윤은 적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유통시스템을 바꿔 경쟁력을 높인 사례다.
이 회사는 연매출액이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약국, 대형 소매점, 병원 등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문의 약 95%가 전산으로 처리된다. 이 전산시스템은 자동재고 파악 및 주문이 가능해 24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구매자동화시스템으로 직원을 과거 140명에서 13명으로 줄였고, 92개에 달하던 물류센터를 물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고 56개로 줄일 수 있었다.
소매상의 재고 수준을 낮춰줘 30일 결제 조건을 15일 결제로 바꿔 금융비용도 절감했다. 배송은 유피에스사(UPS Logistics Group)를 선택해 빠른 배송을 맡겼다.

법령상 제약회사가 병의원 및 약국과 직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종합병원에 효능군별로 일괄 납품해야 하는 의약품 거래 규정과 제약회사의 물류 비용 상승, 수많은 약국 및 도매상간의 의약품 물류 등을 고려할 때 도매상의 중간자 역할은 필수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단체들은 의약품 거래에서 도매상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제기해왔다. 기존 도매상을 배제한 채 물류시스템을 규모화, 전산화, 자동화하면 제약회사가 얼마든지 약국이나 병의원과 직거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기업의 의약품 유통업계 진출 명분을 옹호한다.

따라서 기존 국내 도매업계가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우려면 미국 매케슨 사례처럼 좀 더 큰 규모의 합병과 물류 전산화 등 체질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지역별로 몇몇 도매상들간에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미한 실정이다. 도매업계는 해마다 수수료율 인상으로 제약회사와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효율적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묘안을 짜내야 한다. 병의원 및 약국의 의약품 재고만 효율적으로 관리해줘도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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