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개미, 소화기관 약하면 탈나 … 백하수오, 열나고 맥 빨리 뛰는 부작용 위험
칡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를 하는 ‘다이드제인’ 성분이 들어 있지만 간 독성을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이 불개미, 칡, 백하수오를 먹으면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 중 하나다. 몇몇 민간요법은 갱년기 극복에 도움되지만 대부분 효과가 없을 뿐더러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 갱년기에 대한 민간요법의 허와 실에 대해 배상은 자생한방병원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갱년기에는 성기능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기능 감소의 원인을 갱년기가 아닌 성욕 감퇴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정력제를 찾아 먹기도 한다.
최근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말린 불개미가 최고의 정력제로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한의학 서적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불개미는 다한증이나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외용제(피부에 바르는 약)로 사용했지만 성욕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없다. 오히려 위궤양을 앓거나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개미의 독주머니에 있는 산성 성분에 의해 탈이 날 수 있다.
칡은 첫 맛은 쓰지만 마지막 맛은 달달한 게 특징으로 갈증해소와 해열에 효과적이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 해소와 안면홍조 완화에도 도움된다. 최근 칡에 들어 있는 ‘다이드제인’ 성분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갱년기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약재는 간 독성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간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한방전문의와 상담 뒤 다른 약재와 함께 탕약을 만들어 복용하는 게 좋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유명한 백하수오는 어떨까. TV광고와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서 백하수오가 여성 갱년기에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백하수오를 여성갱년기 증상에 처방하는 경우는 없으며,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물질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배 원장은 “최근 유행하는 백하수오 건강기능식품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은 당귀나 속단 등의 영향이 크다”며 “만약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백하수오를 잘못 복용하면 열이 오르고, 땀이 차며, 맥이 빨리 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통적인 한의학은 “갱년기는 여성이 나이들면서 신장과 비뇨기 계통의 기능이 떨어져 몸 안의 진액이 부족해져 발생하는 증상”으로 설명한다. 배 원장은 “갱년기 치료에는 간장과 신장의 음액을 보(補)해 주고 화(火)를 내려주는 ‘지백지황탕(知栢地黃湯)’, 비장과 신장의 양기를 보할 수 있는 ‘우귀음(右歸飮)’, 간장의 울체된 기를 풀어주고 비장을 튼튼히 하는 ‘소요산(逍遙散)’ 등을 증상에 따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자생여인보’처럼 일상생활에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갱년기를 비롯한 관절질환을 예방하는 생진고와 관절고 등 한약을 처방한다.
배 원장은 “여성 갱년기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오는 자연의 섭리와 같으므로 억지로 거스르기보다는 전문의에게 올바른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며 “갱년기에는 신체적 변화보다 심리적 변화가 극적으로 나타날 때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을 느끼지 않도록 남편과 가족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갱년기는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 월경을 하지 않고 임신 능력이 영구히 정지되는 시기다. 주로 50대 전후로 나타나지만 개인 특성과 주변 환경에 따라 폐경이 빨리 오거나 늦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몸 안의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신체적·정신적인 이상증후가 발생한다. 신체적으로는 이유 없이 얼굴에 열이 오르고 붉어지는 안면홍조 증상이 나타나거나 자다가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기분이 우울해지고 불안감을 느끼는 등 증상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