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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상’ 치료, 총체적 난국 … 중소병원들, 한강성심병원 맹추격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1-26 07:20:41
  • 수정 2015-01-29 17: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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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병원 최초 전문병원, 중소병원 시선 차가워 … 화상 전문의·사체피부 부족 심각

한강성심병원은 대학병원 최초로 화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는 등 화상 치료의 메카를 표방하고 있지만 베스티안병원 등 중소 전문병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등 대형 참사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부실한 화상치료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지정 화상치료 전문병원이 전국 5곳에 불과하고, 전문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하며, 당장 중증 화상환자에 목숨을 살리는 데 필요한 사체피부마저 모자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화상치료를 가로막고 있다.

그동안 병원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정부도 원론적인 대책만 세울 뿐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 중 화상 전문센터를 보유한 곳은 한강성심병원뿐이다. 이 병원은 유일하게 화상외과를 두고 올해 신규로 화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되는 등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를 표방하고 있다.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와 화상전문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화상특성화병원으로서 가피절제술, 동종피부이식술 등 화상치료 분야를 선도해왔다. 중앙119구조본부와 함께 항공구급서비스(Heli-EMS)를 운영하며 화상 환자의 빠른 처치 및 이송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화상 전문병원들은 한강성심병원의 행보를 못마땅해하고 있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 제도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중소병원의 전문성 확보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라며 “이번 사례는 다른 대학병원들의 전문병원 신청의 물꼬를 터 중소병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들조차 다들 어렵다고 난리지만 전문병원 신청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인 게 없다”며 “한강성심병원의 사례는 같은 분야 중소 전문병원들의 약진에 위기감을 느낀 특단의 조치가 아니겠는가”라고 추측했다.

한강성심병원 외에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곳은 베스티안병원(서울시 대치동)·하나병원(부산시 장림동)·베스티안부산병원(부산시 화명동)·푸른병원(대구시 태평로3가) 등이다. 하지만 규모, 인력, 장비 면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화상 환자들을 수용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발주자로는 최근 화상재건 분야 권위자인 김동철 건양대 성형외과 교수를 영입한 분당제생병원, 한강성심병원 성형외과장을 지낸 장영철 원장이 2013년 개원한 한강수병원 등이 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한전병원(1937년 개원)은 화상 분야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는 등 나름의 체계를 갖췄지만 화상치료보다는 지역거점병원의 지위를 수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체계적인 화상 전문의 양성시스템의 부재도 문제다. 전문인력 양성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화상치료 경험이 있는 의료진의 수도 상대적으로 적어 생명이 위독한 중증화상 환자가 실려왔을 때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한강성심병원에서 근무했다는 한 개원의는 “한강성심병원이 2012년 화상전문센터 특성화를 추진하면서 수련병원을 반납하자 회의감을 느낀 교수들이 많다”며 “국내 화상치료의 중심이라는 의료기관이 전문 의료진을 키울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으니 머지 않아 심각한 인력부족 사태가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강성심병원의 수련병원 역할은 신설된 동탄성심병원으로 넘어갔다.

복지부는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화상치료보다는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 과다출혈 등에 대한 외상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다.

화상은 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이 핵심이다. 특히 성형외과는 단순한 치료의 개념을 넘어 손상된 신체기관의 외관이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재건수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낮은 수익성이 문제였다. 장영철 한강수병원 원장은 “성형외과의 경우 의사들의 관심이 수익성이 높은 미용·성형에만 몰려 있어 화상 전문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젊은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화상 펠로우십’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화상치료 트레이닝센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증 화상환자의 생명유자에 필요한 사체(死體)피부도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상치료에 쓰이는 사체피부는 90% 이상이 미국 등에서 수입된 것으로 이마저도 최근 수입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화상치료 전문의는 “사후에도 신체를 그대로 보존하길 원하는 장례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고, 인체조직 및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아 중증 화상환자 치료에 필요한 사체피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따라 국내 수입업체들이 수입 단가를 기존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후려치자 해외 수출업체들이 큰 메리트를 못 느껴 수출량을 줄이는 바람에 구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체피부 최대 수출국인 미국은 2013년 보스턴마라톤 테러사건 이후 자국내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유로 해외 수출량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화상 치료에 쓰이는 피부재료는 사체피부와 인공피부(인공진피)로 나뉜다. 이 중 사체피부는 인공피부와 달리 진피와 표피가 모두 있어 심각한 화상을 입은 중증화상 환자 치료에 사용된다. 가격도 인공피부에 비해 싼 편이다. 장영철 원장은 “중증화상 환자가 실려오면 먼저 손상 부위에 사체피부를 붙여 2~3주간 피부의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이후 인공진피 등을 이식하게 된다”며 “특히 전쟁시엔 부상자의 90% 이상이 화상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휴전국가에선 충분한 양의 사체피부 확보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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