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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졌다” 도덕불감증에 빠진 강남 성형외과 의원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2-29 00:27:04
  • 수정 2014-12-31 18: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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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하다가 뜬금없는 ‘원장 생일파티’ … 대형병원도 사고나면 책임회피·기사 밀어내기에 급급

ㅈ모 성형외과 직원이 수술 중 찍은 당황스러운 사진들, 온라인 커뮤니티 출처

2014년은 ‘강남 성형외과 수난의 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히 국내 대형 성형외과로 꼽히던 병원들이 줄줄이 사고치는 중이다. 이젠 강남 성형외과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났다는 말엔 충격받는 사람보다 “아, 또 성형사고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반응도 적잖다.

여고생 뇌사 ㄱ병원·여대생 사망 ㅇ병원, 공통점은 ‘책임회피’

시작은 2월 서울시 신사동 ㄱ모 성형외과 여고생 뇌사 사건이다. 강원도 삼척에 사는 장 모씨(19)는 졸업을 앞두고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눈·코 성형을 받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큰 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확실한 수술 결과를 얻을 것 같아서 서울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뇌사판정’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코성형은 흔히 수면마취 후 부분마취로 이뤄지는데 장 씨는 전신마취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병원 대표원장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데 급급했고, 결국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의해 제명 등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제대로 된 사과 대신 해당 병원 홍보기사를 쏟아내 부정적인 기사를 밀어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일까. 지난 19일엔 여대생 정모 씨(21)가 서울시 강남구 ㅇ모 성형외과에서 4시간에 걸쳐 광대뼈축소수술·턱뼈수술을 받다가 사망했다. 정 씨는 수술중 혈압이 떨어져 회복실에 옮겨졌지만 숨지고 말았다. 이 병원 역시 ㄱ모 성형외과와 함께 ‘빅5’ 성형외과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 일에 대해 ㅇ모 성형외과에서 근무했던 A모 씨는 “이번 사망사고 당자사는 광고 목적으로 o모 성형외과의 성형모델계약을 맺은 상황이었다”며 “100만원의 검진비를 제외한 수술비 일체를 병원에서 지원받은 만큼 병원 측이 과도한 성형을 요구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o모 성형외과와 치과는 모두 같은 뷰티메디컬그룹 소속이다. 현재 이 병원은 ‘수술은 치과의사가 집도했는데, 기사는 원진성형외과로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있는 자세 대신 오히려 이를 전과하는 듯한 행동에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듯 병원 홍보 기사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1월~11월까진 월 1건에서 최대 4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건이 보도된 19일 후에는 9건이었다.

A 씨는 “이 병원은 성형외과인 만큼 치과진료를 협진으로 진행해야 하나 내부에 치과원장을 페이닥터로 채용, 치과원장이 구강안면외과를 진료하도록 했다”며 “이번 사망 사건의 집도의는 정확한 소속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망한 여대생이 성형외과에서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상담받고, 수술은 치과 원장이 집도했다면 이는 대리수술 문제로 불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전문의·마취과 의사 상주, 최신 안전장비 갖췄어요’ 광고 … 그런데 왜?

이같은 상황에 ‘집도의가 전문의가 아니었던 게 문제다’, ‘안전장비가 미흡하다’, ‘마취과 의사 상주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러 원인을 꼽을 수 있지만 문제는 ‘사고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술해도 사고가 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또 안전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다시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올해 성형사고로 보도된 병원 두 곳은 모두 ‘안전한 성형’을 지향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해왔다. 워낙 규모가 큰 만큼 ‘다른 병원보다 최신 버전의 장비 및 안전시스템을 갖춘 게 장점’이라고 내세운 곳이다.

마취과 의사 상주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두 곳 모두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정직한 병원’이라고 광고했다. 권장덕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외협력 이사는 “마취과 의사 상주 여부는 성형외과 선택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조건 ‘상주한다’ 해서 안심할 것은 아니다”며 “안타깝게도 ‘성형공장’으로 불리는 기업형 성형외과에서는 수술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마취과 의사가 제대로 상태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빨리 성형해야 하는 만큼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기 쉬운 형태로 ‘전신마취’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환자가 완전히 잠든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즉, 병원 업무의 효율성과 ‘수술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환자를 수술하기 쉬운 형태로 세팅하고 다른 수술환자로 바통을 이어가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셈이다.

권 이사는 “전신마취를 했다고 무조건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상주하더라도 환자를 면밀히 지켜보지 않으면 사고날 소지는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한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인데,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한다는 것 자체도 어색하다.

수술방서 ‘파티’ 드러난 강남 성형외과 이면 … 책임감은 어디에

무엇보다도 수술에 임하는 의료진의 태도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8일 서울시 논현동 ㅈ모 성형외과에 성형외과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일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병원생활에 대한 경악스러운 사진들을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에서 의료진은 ‘수술대에 누운’ 환자를 뒤로 한 채 생일케이크를 주고받으며 파티하고 있다. 먹다 남은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널부러져 있고, 음식을 먹고 있다. 환자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드러난 차트가 사진에 노출되고, 수술 중 가슴 보형물을 자신의 가슴에 대 보이며 장난치며, 수술도구로 팔찌를 수리하는 모습까지 ‘제대로 된 병원인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의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수술하는 장면과 카메라를 보는 모습도 찍혀 의사도 촬영을 전혀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사진마다 ‘#ㅈ모 성형외과’라는 해시태그(# 뒤에 쓰는 키워드로 SNS상에서 필수적으로 검색됨)를 걸어놓은 것이다. 이쯤되면 ‘고도의 자사 안티(회사 비방)인가’ 싶을 정도다. 현재는 불거진 논란에 계정을 삭제했다.

이 병원 역시 압구정역 등 주요 지역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곳으로, 병원 광고카피도 ‘안전한 성형을 지향하는’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남 성형외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셈이다.

비단 이슈가 됐던 사고뿐만 아니라 국내 성형외과 의료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 440여 건에서 지난해 700여건으로 60% 넘게 급증했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신청도 마찬가지다. 2012년 18건, 2013년 51건, 올해는 7월까지만 49건에 달할 정도다.

일부 병원의 경우  공장식으로 돌아가는 병원 시스템, 수술방에서도 환자를 우습게 아는 태도, 문제가 일어나도 ‘회피’하는 뻔뻔한 책임전가까지 도덕불감증이 문제다. 의사는 사업가가 됐고, 환자는 돈 갖다바치는 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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